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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LG유플러스 콜센터는 이렇게 노동자를 버렸습니다"

[콜센터 현장실습생 죽음] "다시 노동자가 죽지 않아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박장준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jbchamsori@gmail.com) 2017.03.10 18:24

전주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홍아무개(19, 여)씨는 언제부턴가 자꾸 울었습니다. 2016년 9월 8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면서부터 그랬습니다. 홍씨는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SAVE팀에 배정됐습니다. 해지하려는 고객을 설득하고, 거기에 다른 서비스상품까지 파는 일을 했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고도 실적 좋은 동료의 콜(call) 내용을 듣는 ‘나머지 공부’도 해야 했고, 자신에게 배정된 콜수를 채워야 했습니다. 딸과 함께 저녁밥을 먹으려는 부모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빠, 콜 수 못 채웠어.”

석 달의 수습기간이 끝난 직후 일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온갖 비난과 욕설을 하는 고객, 실적으로 줄 세우고 압박하는 관리자 틈에서 말이죠. 그래도 홍씨는 첫 사회생활에서 낙오하면 안 되고,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어떻게든 극복하려 했습니다. 현장순회지도를 나온 선생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2017년 1월 9일 홍씨를 면담한 뒤 “업무스트레스가 약간 있으나, 극복하려 하며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함”이라고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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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홍씨는 콜센터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습니다. 그래도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7시간에 160만5천원의 현장실습협약을 맺은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회사가 기본급 113만5천원짜리 근로계약서를 제시했는데도, 퇴근시간을 넘겨 일해도 시간외수당이 안 나와도 일했습니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했습니다. 상품영업도 열심히 했습니다.  “실습생 중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지쳤습니다. 사고가 일어나기 며칠 전 홍씨는 페이스북에 “아, 내일도 회사에 가야 되는구나”라고 적었습니다. 주변에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월 22일 친구에게 “나 죽으려고”라고 말하곤 이튿날 전북 전주의 한 저수지에서 발견됐습니다.

부모님은 “우리 딸은 죽을 이유가 없다”고,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만 딸 아이를 가슴에 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홍씨의 학교 선배들, 이웃 중에서도 이 회사에 다닌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현직자든 퇴직자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SAVE팀은 콜센터에서 ‘욕받이’ 부서라고. LG유플러스 고객센터는 한 기수에 30명 들어오면 수습 끝나기 전에 20명이 관두는 곳이라고. 2014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회사 민원팀장은 유서에 회사가 시간외수당과 퇴직자 인센티브를 착복하고, 회사가 실적목표를 과도하게 잡고 직원들을 압박한다고 썼습니다. 회사 보고 “거대한 사기꾼 같다”고 했습니다.

버티다 버려졌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홍씨처럼 버려졌습니다. 2009년 1월에 만들어진 회사인데 어찌된 것이 홍씨는 212기였습니다. 2주마다 사람을 뽑은 겁니다. 그만큼 노동자의 감정과 노동을 갈아 넣은, 노동자들을 일회용품마냥 소모한 회사라는 겁니다. 현직 직원의 지인이라면 좀 더 오래 다닐 것이라고 믿어 소개비로 25만원을 회사가 지급할 정도입니다. 상담사 700명을 케어하는 심리상담사가 단 한 명뿐인 회사입니다.

이 회사 ‘LB휴넷’은 노동자들을 이렇게 버렸습니다. LG그룹 창업주의 친손자이자 구본무 현 회장의 사촌인 구본완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연 매출 900억원 중 800억원 정도가 LG유플러스에서 나오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업은 “죽음과 업무스트레스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자들이 죽고 있지만 회사는 단 백만원의 위로금을 줬을 뿐입니다. 회사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노동자를 굴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홍아무개씨가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 무엇을 해야 토다이 김군, 구의역 김군,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이 억울하지 않을까요. 취업연계를 미끼로 현장실습생에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과도한 실적압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고, 감정노동을 보호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다시 노동자가 죽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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