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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를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3-

박정희( icomn@icomn.net) 2019.08.26 16:14

나의 삶에 들어온 새들

도심의 아파트를 떠나 전주시 경계의 숲 속(고덕산 자락 끝) 주택으로 이사한지 10년이 다되어 간다. 3월 중순, 이사하고 첫날 아침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새소리의 시끄러움 때문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어났기 때문이다. 세상에 새소리가 이토록 시끄럽다니, 깨어나서도 한참동안 창가에서 그 소리를 즐겼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아침의 새소리. 내가 아파트를 버리고 숲속으로 간 이후 가장 자랑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하루 종일 집 마당을 찾아오는 새들도 다양하다. 까치, 까마귀, 참새, 물까지, 박새, 딱새, 종달새, 꿩, 심지어는 딱따구리까지. 전주도심에서 이렇게 많은 새들이 자신의 마당에 오는 집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들이 주는 아름다움은 나의 글 솜씨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이들 덕에 나의 삶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기회가 커졌다. 인간인 나는 이기적이게도 이들이 주는 아름다움만 느꼈지 이들에 대한 삶에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사건 두 가지를 겪게 되었다.

첫 번째 사건은 이사한 그 해 봄과 여름 사이 일이다. 이사한 집을 이쁘게 가꾸기 위해 거실의 창을 먼지하나 없이 깨끗이 닦았던 것이 부른 화였다. 어느 날 커다란 쿵 소리에 놀라 나가보니 작은 딱새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처음엔 왜 이런 사고가 있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잘못된 비행으로 인한 충돌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죽은 새를 묻어주며 조금 안타까워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마리가 같은 충돌로 죽어있던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나는 왜 이런 충돌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론은 너무도 깨끗이 청소한 거실 유리창이 문제였던 거였다. 이후 우리 집은 유리창 청소를 하지 않았고, 그래도 몰라 새들이 곧 바로 날아오지 못하게 유리창 쪽에 어닝을 설치하였다. 다행이 이후 8년간 새들의 충동은 단 한건도 없었다.

두 번째는 사건이 아니라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가을마다 진행한 초록강좌에서 김성호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새’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새 박사’, ‘딱다구리 아빠’라는 별명을 가진 김성호 교수는 탁월한 감수성으로 새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그의 강연을 듣고 있던 나를 일깨워주었다. 솔직히 그 강연 직후 나는 감동에 그만 울고말았다. 뭐가 나를 울렸는지 모르겠지만 새들에게 내가 그동안 얼마나 무식한 존재였는지 반성하는 측면도 있었다.

 

1년에 800만 마리의 허무한 죽음

위 두 가지 사건 이후 새들을 위협하는 우리 인간의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간의 많은 부분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특히 유리창과 투명방음벽은 새들이 충돌 (버드스트라이크 : Bird Strike)해 죽게되는 새들의 무덤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루 2만 마리의 새가 건물의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에 충돌해 죽는 버드스트라이크를 일으킨다. 단순히 계산하면 하루 2만마리, 1년이면 800만 마리가 말도 안되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버드스트라이크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던 국립생태원의 김영준 박사는 “새들이 토마토나 돌이었다면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토라면 피처럼 낭자한 얼룩으로 인해, 그리고 돌맹이라면 깨어진 유리창들 때문에 인간의 주의를 끌었을 것이고 이에 해결책이 나왔을 것이라는 거다.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새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요즘 창문에 맹금류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효과가 거의 없다. 대신 위아래로 5센티미터 좌우로 10센티미터 이내 간격으로 창에 무늬를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이러한 무늬는 새들이 빠져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부딪치지 않는다. 다른 해결책으로는 자외선을 반사하는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과거 해외에서도 야생조류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사례가 늘어나자 유럽의 과학자들은 조류만이 가진 특성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자외선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해결 방법은 전문가들이 이미 찾아 놓았다. 우린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 집 베란다 창, 아파트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음벽 그리고 각자가 속한 지역의 공공건물 외벽 창에 5*10 패턴을 붙여 넣도록 요구하자. 그리고 앞으로는 건물을 새로 지을 땐 유리의 사용을 최소로 하자고 지역공동체나 지자체에 요구하자. 우리의 미관을 위한다는 이유로 새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이제는 못하도록 시민의 목소리를 내자.

 

새들이 안전하게 하늘을 날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젠 미루지 말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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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기전대학 교수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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