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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주 에코시티 아파트는 왜 닭장이 되었는가?(1)

이문옥( icomn@icomn.net) 2020.03.06 16:38

누런 벼들이 고개 숙이고 물 빠진 논두렁에 개구리들 뛰어다니며, 똬리 틀어 숨어 있던 뱀, 운 나쁜 개구리 한 마리 날름 집어 삼키던 너른 벌판. 둑 너머는 만경강을 찾아 헤매는 전주천의 시커먼 물이 쫄쫄 흐르던 곳.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팔복동에 전주제지가 들어선 후, 둑 너머 개천은 검게 그을렸다고. 개구쟁이들이 개천 고랑에 몰아넣고, 고사리 손으로 덥석 덥석 소쿠리에 담아도 미꾸리들은 저항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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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 가득 미꾸리를 전해드리면, 외숙모는 “이건 사람이 먹지 못해” 하시며, 솥에 삶아 닭장 모이로 던져주셨다. 망망대해 지평선 내다보이는 내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이 곳에선 반대편을 바라보면 철책 너머 숲이 우거진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35사단. 승용차를 몰고 동부 우회도로를 돌다 보면 콘크리트 덩어리로 우뚝 선 거대한 섬이 보인다.

비슷한 시기 전주 외곽에 자리 잡은 혁신도시나 만성지구, 효천지구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콘크리트 건물들이 빽빽하다. 수십년 시내버스 기사들도 노선이 연장된 이곳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빌딩 사이 좁은 도로, 굽어진 길이 운전하기 힘들어서다. 그런데 이름은 에코시티.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사면을 빽빽이 돌러싼 탑차 대형버스, 흩뿌려지는 전단지, 최고의 투자처라 과장된 텔레비전, 인터넷 광고의 홍수 속에 사람들의 눈과 귀는 멀고, 부동산투기라는 약에 취해 몽롱해져 비틀거리고 있다.

귀가 있으면, 눈이 있으면, 코가 있으면, 이 곳에 대해 제대로 듣고, 이 곳을 똑바로 지켜보고, 이 곳에 와서 콘크리트와 기름 냄새를 맡아 후세에게 전했으면 한다. 35사단 부지를 재개발한 전주 에코시티.

 

정규군 편성이 아닌 향토 예비군 부대가 들어서 수십년 동안 인적이 드물고 숲이 우거졌던 전주시 북쪽 70만 평 너른 허파는 건설사의 탐욕과 전주시의 야합에 어떻게 무너졌는지?

복덕방 문턱이 헤어져라 드나들고,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떼로 몰려다니며 보통의 사람을 현혹하여 이성을 마비시키는 약을 팔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태영건설, 전주시장, 약장수들이 사라진, 앞으로 수십년 후에 에코시티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누구일지?

혁신도시 아파트 용적율은 160%고, 만성지구 아파트 용적율은 180%고, 효천지구 아파트의 용적율은 200%인데,

왜? 전주시가 개발한 에코시티 아파트의 용적율은 230%인지?

왜? 에코시티 아파트가 닭장인지? 왜? 에코시티가 비웃음을 사는지?

남은 그들에게 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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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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