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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메르스(MERS)가 한국의료시스템에 던지는 질문과 경고

‘의료의 사회화’가 해답이다

강동진(참세상 편집위원)( jbchamsori@gmail.com) 2015.06.04 23:04

새로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질환인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5월 4일 최초환자가 중동의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거쳐 귀국한 후 7일 만에 고열과 기침 증상을 호소하며 네 군데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입원하고 5월 20일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최초환자의 부인이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 이후 5월 30일에는 15명의 환자가 발생, 6월 1일에는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자까지 나오게 된다. 6월 5일 현재 총 환자 35명, 3차 감염자 5명, 사망자 2명, 격리 1600명 이상으로 확산되었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수도 총 398명이라 메르스 확진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3차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전 세계 최초이고 추가 발생한 3차 감염자 중 1명은 서울의 대형병원의 의사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감염’으로까지 확산되어 통제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감염병 관리 및 대응체계의 허술함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함에 대해서 ‘의료판 세월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첫 환자 발생 후 15일이나 지난 6월 3일에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고,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점검을 하고, 그 다음에 현재의 상황,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진단을 한 후에 그 내용을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본다"라는 알맹이 없는 대책만 제시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메르스보다 정부의 무능이 더 무섭다’라는 비판이 회자되고 있다.

현재까지 공기 전파 등을 통해 감염되는 ‘지역감염’까지 확산되지 않은 점이 다행스런 상황이긴 하지만 감염의 확산, 3차 감염까지 ‘병원내 감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 병원이 오히려 ‘감염확산’의 주 경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이 병을 만든다’라는 병원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새삼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이 전염되고, 공기로는 전염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환자(로 의심받는 사람)가 방문하고 입원했던 병원에서 감염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에서의 감염도 주로 ‘병원 내 감염’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만이 특별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초 환자가 네 군데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료하고, 입원했던 병동의 환자와 이들을 진료했던 의사와 간호사, 환자를 간병했던 가족 사이에서 2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병원의 문제점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SARS(사스,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 시 홍콩 정부는 감염의심환자의 병원방문에 대비해 환자가족 데이터나 과거력을 취합한 사스 집단 정보를 의료기관끼리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끼리 환자에 대한 정보공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중대한 문제다.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지적해야 할 점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시 환자를 우선적으로 진료하고 예방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감염환자관리에 필수적인 격리병상이나 음압병상은 더욱 더 그러하다. 2011년 기준 국내 전체 병원 병상 가운데 공공병원 병상의 비율은 12%에 불과한 실정으로, OECD 평균 공공병원 병상 비율이 77%인데 비하면 턱없이 낮다. 감염 관리에 필수적인 격리병상 수는 전국에 579개뿐이다. 따라서 지역거점병원이라 하더라도 병상 수는 부족하고 격리병상 수는 더욱 더 부족하다.

특히 기압을 낮춰 병균의 외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음압병상'은 105개에 불과해,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을 병실 안에 가둬놓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민간병원을 포함한 병상수가 2014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이 1천명당 4.8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3개로 일본의 13.4개에 이어 OECD국가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과 비교해 볼 때, 공공병원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는 만행이 저질러졌으며, 다른 공공병원도 적자운영을 핑계로 폐업이 고려되거나 진행 중인 곳도 몇 군데 있다.

둘째, 병원운영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공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앞에서 지적했다시피 이번 사태에서 2차 감염자들은 대부분 같은 병동과 같은 층의 다른 병실에서 감염되었고.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간병의 책임은 대부분 가족에게 맡겨져 있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는 감염병실이 1인실로 이루어져 있는 데에 비해 한국에서는 감염병실도 다인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한국의 병원 공간 내 입원 환자들의 높은 밀집도가 감염 확산 속도를 높인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기도 하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한국의 메르스가 확산되는 이유로 병원의 감염통제 조치 미흡을 들면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분비하는 시기인 입원 직후 증상이 악화되는 질병초기 3일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글이 실리기도 하였다.  

병원의 수익추구 경향은 환자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부족과 직결된다. 국가지정 격리병원이라 하더라도 간호사가 부족해서 격리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을 축소 운영해야 격리병동의 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볼 수 있을 정도이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개인보호장구를 입으면 20분만 있어도 땀으로 옷이 젖을 정도로 힘들어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면서 “간호사들이 너무 부족해 난리”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의사들 역시 병원에서 숙식하며 24시간 비상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메르스 감염과 전파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아야 할 의료인력의 피로도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정책’의 하나인 영리병원의 도입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가 있다. 영리병원의 도입을 통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변하지만, 수익추구가 우선인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나아진다는 근거는 없고,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영리병원에 종사하는 의료인력의 노동조건도 더 악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제출되고 있다. 

셋째, 의심되는 환자를 격리하거나 확진 환자가 입원해서 치료받는 동안에 이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역할은 가족이 책임질 수밖에 없고, 의심받는 환자가 격리를 받아들이려면 소득이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닥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보호장치나 지원대책이 절대 부족하다. 격리환자에 대한 대책으로 4인 기준 월 100만 원의 지원이 제시되지만, 이는 간병인을 두었을 경우 환자의 간병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또한 환자가 휴직하였을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당시 간병비 등을 건강보험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바가 있지만,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고, 그러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표방하고, 그것을 실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현실의 보호자들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다 메르스에 감염되어 사망에 이르고 있는 중이다.

메르스 사태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던지는 질문과 경고는 어쩌면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과거 사스, 신종플루 사태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되어진 바가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그 경고와 질문이 요구하는 방향과는 반대편을 향하여 질주하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마스크 착용 등 개인의 위생관리에 앞서 공중보건위생 관리가 더 효과적이고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인프라의 구축과 인력확보가 필수적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료의 사회화’가 해답이다. (의사집단 내부에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건강보험체계의 저수가와 수가 및 보험지출관리를 통한 의료기관에 대한 감시 및 통제위주의 시스템에 있다고 여기고 이를 ‘의료 사회주의’라고 비판한다. 이 용어는 의사집단이 건강보험제도를 ‘공동의 적’이자, 한국의료시스템의 핵심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모든 의료기관을 강제로 가입시키고, 전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여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건강보험 수가관리와 지출통제를 핵심으로 하는 ‘의료 사회화’정책은 모든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면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켜 왔으며, 의료기관의 양적·질적 발전에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오히려 시장과 민간을 중심으로 한 자유방임적인 ‘의료시장(자본)주의’적인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와 이것을 더욱 확대강화하는 의료시장화, 의료민영화, 의료상업화정책이 현재 메르스 사태와 같은 문제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수익추구에 따라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침해하고 있으며, 또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자율성과 노동조건마저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고, 이후에도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고 격리병상을 운영하며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인 민간병원에 대한 정부의 보상과 지원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격리되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생계지원에 대한 대책도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병원을 확대하거나, 주치의제도 등 민간병원의 공공적인 역할을 강제하는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지역별로 대학병원 등의 지역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전달체계의 공공적 수립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의료시스템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 증대를 핵심으로 하는 ‘의료 사회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단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만을 탓하는 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참세상연구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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