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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일의 4대강 사업 이자르강에 생명을 돌려주다"

참소리( icomn@icomn.net) 2015.08.10 13:14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6월 28일 부터 7월 8일까지 10박 11일간 독일과 네덜란드의 생태복원 사례지를 다녀왔다.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 슈투트가르트 녹지네트워크 조성사업, 브란덴부르크의 하펠강 재자연화 사업, 네덜란드 질란트주 하구둑 해수유통 사례 등을 둘러보았다. 이번 독일과 네덜란드 생태복원 사례연수는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주요하게 하천과 하구복원 활동에 적극적인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다녀왔다.


이번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의 주요한 목적과 취지는 그동안 토건자본과 정부에 의해 무분별하게 훼손된 우리나라 4대강을 비롯한 강과 하천, 하구와 갯벌을 복원하기 위한 운동준비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가 정부의 개발사업에 대하여 반대하고, 저항만 하던 상황에서 선진국의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를 통해 국민들에게 생태복원의 의미와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과거 정부주도의 SOC를 중심으로 한 토건개발은 주로 생태계파괴 논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4대강사업과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개발, 메가스포츠 등 불필요한 개발사업이 생태계파괴는 물론 국민들의 생활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인식하고 있다. 이에,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를 통해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생의 개발사업을 폭로하고, 민생과 시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생태복원 운동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연수가 추진되었다.


녹색연합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는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6회에 걸쳐 연재하게 되며, 첫번째로 독일의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을 소개한다.


 

1. 이자르강 재자연화 - 하천에 새생명을
2. 슈투트가르트 바람길과 녹지네트워크
3. 하펠강 재자연화 - 강에 더 많은 자유를
4. 레벤스가르텐 생태마을과 샤른하우저파크 신주거지 개발사업
5. 네덜란드 델타 하구복원
6. 종합 - 이제는 생태복원이다.


하천에 새생명을 - 이자르강 재자연화 / Neues leben fÜr den fluss- Renaturierung den Isar


이자르강 재자연사업은 한국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홍수방지와 준설의 선진사례로 제시한 사업이기도 하다. 동시에 4대강 사업에 반대한 환경단체에서 하천복원사례로 꾸준히 제시한 대상지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단체와 정부에서는 독일의 대학교수와 관료를 초청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환경단체가 반박하면 정부가 재반박하는 여론전이 되풀이 되던 논란의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의 모습은 어떨까?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를 가로지르는 이자르강은 19세기만 하더라도 물의 흐름이 제멋대로인 사행하천(사행현상으로 인하여 뱀처럼 꾸불꾸불하게 구부러져 흐르는 하천)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1888년부터 1920년대까지 하천의 폭을 줄이고, 수로를 직강화하는 사업과 하천 내 침식방지용 보를 만드는 사업들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다. 줄어든 하천 부지는 대부분 도시화에 따른 택지와 농경지로 이용되었고 일부는 공원으로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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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르강의 변천:   위는 1826년, 아래는 수로정비로 직강화된 1933년 모습


하천의 폭이 좁아지고 직강화되면서 이자르강은 홍수의 위험을 상시적으로 겪게 됐고, 과거에 비해 잦은 홍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하천생태계와 경관훼손은 물론 시민들의 친수활동이 제한되었다. 1980년대 들어 전문가와 독일정부는 물을 인공적으로 가두는 방식으로 홍수를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물이 더 자유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홍수터를 확보하고 재자연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홍수방지 대책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은 1988년 뮌헨시의회가 재자연화를 결정하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되었다. 사업의 주요한 목적은 홍수예방과 시민들의 친수공간 확보이다. 이렇게 시작된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은 잠시 주춤거리다가 1995년 ‘이자르 플랜 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에 참여한 전 칼스루에 공과대학의 베른하르트 교수는 “1980년대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자르강 복원이 주장되었으며, 유럽연합이 10여년에 걸쳐 준비하고 2000년 10월에 발효된 「유럽연합 물 관리 기본지침」이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과 오랜 과정,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시작된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은 2000년부터 본격 시작하여 2011년까지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되었다. 8km 구간의 공사에 3500만유로(약 500억원) 예산이 소요되었다.


"재자연화로 홍수 대비, 4대강 사업과 달라"


이자르강에서 실시된 주요한 사업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방의 확충 및 강화
- 콘크리트 둑 및 호안 제거
- 하상단면 확대(저수로 확대)
- 강의 통수능력 증대(둔치 퇴적물 제거)
- 직선의 낮은 보대신 자연적인 하천바닥의 바위 경사로나 소와 여울 복원
- 역동적인 하상 프로세스의 회복: 자연하천 구조개발
- 하천 생물들에게 흐름방향의 하천연속성 확보(예: 어류의 상류로의 이동)
- 하천서식처의 전형성 확보
 


위에서 열거한 사업의 주요 내용 중에 ▶제방의 확충 및 강화 ▶하상단면 확대(저수로 확대) ▶강의 통수능력 증대(둔치 퇴적물 제거) 등은 가만 보면 ‘기후변화시대에 대비하여 물그릇을 크게 하고 홍수에 대비한다’는 4대강사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사업의 실제 진행은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과 완전히 다른 과정, 정반대의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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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자르강에서는 인공적으로 만든 직강화된 수로와 둔치를 걷어내고 하상의 폭을 넓혀 홍수피해에 대비하였다. 동시에 하상을 자연스런 곡선형태도 조성하여 자연성을 높이고, 하상 경사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쉽게 하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4대강처럼 원래의 자연하천을 직강화하고 인공수로를 만든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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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을 넓히고 자연화한 것뿐만이 아니라 과거에 하상의 침식방지를 위해 약 200~300m 마다 설치했던 50~60cm정도의 콘크리트 보를 철거하고 자연적인 하천바닥에 바위 경사로를 설치하여 여울과 소를 복원하였다. 홍수 시에 유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그것은 토목전문가의 몫이며, 현재 거의 유실되지 않고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홍수패턴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장마철과 태풍이 오는 시기에 강수량이 집중되는데 비하여 독일은 연중 강수량이 비슷하며, 알프스 산맥에서 눈이 녹는 5~6월에 홍수의 위험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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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자르강에서는 구조적인 이유로 인공구조물을 철거하지 못할 경우, 물고기의 상류로의 이동과 하천생물의 흐름방향의 연속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 자연형 어도를 만들었다. 현재 이자르강에 하중도가 발달되어 있는 플라우허 지역이 있는데, 하중도를 연결하는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나, 이 지점을 중심으로 상․하류에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이 일광욕과 카누 등 친수활동을 즐긴다.


플라우허교는 사람들의 이동을 위한 나무다리로 교각의 하부에 콘크리트 하상보호공이 설치되어 있다. 인도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도로 판단된다. 이 시설물을 철거하지 못해 우회하는 자연형 어도를 만든 것이다. 안내하는 사람의 설명이 없다면 이곳이 자연형 어도인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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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와 같이 하상의 폭을 넓히고, 하상의 흐름을 자연화하고, 자연형 어도를 설치하는 등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면서도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 제방둑의 폭을 넓히고, 제방둑 밑에 철재빔을 설치하는(Mixed-In-Place) 등 제방 보강작업을 병행하였다. 또한, 침식이 예상되는 수충부(물이 부딪히는 부분)에는 둔치와 제방에 보강재를 매립하여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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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사업은 도심 하천내 연장 8km의 재자연화사업으로 대규모 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준비과정부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합의를 통해 사업이 진행됐고, 공사기간 만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준비와 사업진행 과정과 방식 그리고 구체적인 사업의 내용도 4대강사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천의 준설과 하상 폭의 확대라는 동일한 이름의 공사도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내용이 너무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음을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자르강 친수공원과 하천 숲, 우리도 배워야"


필자가 이자르강 재자연화 사업 외에도 이자르강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하천과 인간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천이 사람이 접근하기 두려운 공간이 아니라 어린시절부터 친수활동이 자연스럽고, 하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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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측면은 하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차도를 건너야 하고, 둔치에서 물에 접근하는 것도 저수호안이 가파르고 수심이 완만하지 않아 매우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전주천과 삼천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하천도 과거에는 완만한 수심과 모래와 자갈 등의 수변공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하천을 이용했었다. 그러나 치수와 이수를 목적으로 한 다양한 하천공사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하천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 버렸다.    


더불어 이자르강변의 하천 숲과 친수공원은 향후 전주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계획과 도로계획에서 배우고, 지향해야할 모습이자 가치가 담겨있다고 하겠다. 자동차와 도로 중심, 자본 중심이 아닌, 사람중심의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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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 공원- 오른쪽으로 이자르강이 흐른다 / 독일박물관 근처


뮌헨의 이자르강도 여전히 생태적으로 개선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하천 옆으로 흐르는 인공수로는 과거에는 운하로 이용했으나, 지금은 소규모 수력발전용으로 계속 운영 중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인공수로를 없애고 하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독일박물관 주변의 인공구조물도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시설의 안전성 문제 등으로 충돌하면서, 환경단체에서 양보하여 현재의 수준에서 타협안을 만든 것이라 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이자르강의 재자연화사업이 겉으로는 홍수예방이 주요한 명분이었으나, 실제적으로는 하천의 경관개선과 생태계복원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베른하르트 교수는 “하천과 인간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하천을 만들어야 한다” 는 하천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강조했다. 이 말은 필자가 일본 구마강의 아라세댐 철거사례를 답사할 때 지역의 노인에게 들었던 말을 떠 올리게 했다.


“하천은 예전에 놀이터이자 성장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댐이 만들어지면서 강은 접근할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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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우허교 하류의 하중도에서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이자르강(Isar) : 스트리아 티롤 주 인스브루크 부근의 1750m 고지대에서 발원한다. 독일 바이에른 주로 들어와 뮌헨 시내를 지나며, 동북쪽으로 흐르다 도나우(다뉴브) 강에 합류한다. 급류가 많고 수심이 얕아 독일의 다른 강과 달리 항행에 이용되지는 않으며, 대신 댐이 많이 건설되어 수력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강의 길이는 295㎞이며, 유역면적 9,000km²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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