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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고층 아파트 지으려는 전주시가 배워야 할 독일 슈투트가르트

[유럽의 생태복원 연수기] 독일 슈투트가르트 녹지네트워크 조성사업

한승우(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jbchamsori@gmail.com) 2015.08.24 14:15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6월 28일 부터 7월 8일까지 10박 11일간 독일과 네덜란드의 생태복원 사례지를 다녀왔다.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재자연화사업, 슈투트가르트 녹지네트워크 조성사업, 브란덴부르크의 하펠강 재자연화 사업, 네덜란드 질란트주 하구둑 해수유통 사례 등을 둘러보았다. 이번 독일과 네덜란드 생태복원 사례연수는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주요하게 하천과 하구복원 활동에 적극적인 지역조직을 중심으로 다녀왔다.


이번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의 주요한 목적과 취지는 그동안 토건자본과 정부에 의해 무분별하게 훼손된 우리나라 4대강을 비롯한 강과 하천, 하구와 갯벌을 복원하기 위한 운동준비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가 정부의 개발사업에 대하여 반대하고, 저항만 하던 상황에서 선진국의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를 통해 국민들에게 생태복원의 의미와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특히, 과거 정부주도의 SOC를 중심으로 한 토건개발은 주로 생태계파괴 논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4대강사업과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개발, 메가스포츠 등 불필요한 개발사업이 생태계파괴는 물론 국민들의 생활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인식하고 있다. 이에,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를 통해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생의 개발사업을 폭로하고, 민생과 시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생태복원 운동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연수가 추진되었다.


녹색연합 생태복원 사례지 연수는 참소리에 6회에 걸쳐 연재된다.


 

1. 이자르강 재자연화 - 하천에 새생명을
2. 슈투트가르트 바람길과 녹지네트워크
3. 하펠강 재자연화 - 강에 더 많은 자유를
4. 레벤스가르텐 생태마을과 샤른하우저파크 신주거지 개발사업
5. 네덜란드 델타 하구복원
6. 종합 - 이제는 생태복원이다.


올 여름도 무더위가 심각했다. 에어컨이 없는 사무실에서 2주 이상의 무더위를 선풍기 한 대로 견뎌야만 하는 현실은 참으로 가혹하다. 내년부터는 7월말과 8월초에 2주간 여름휴가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 처럼, 우리나라에 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 단골 손님처럼 우리에게 소개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시이다. 도시에 ‘바람길’을 조성해 대기오염과 무더위를 해소했다고 선진사례로 소개되는 도시이다. 그러나, 독일 슈투트가르트 지역을 방문하고 바람길 조성사업의 배경과 과정 등을 들여다 보았을 때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람길을 조성한 것은 맞지만, 도시열섬 같은 무더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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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옥상에서 바라본 슈투트가르트 시 전경 - 바람길을 고려한 옥상녹화와 차없는 거리(königstraße), 키 큰 가로수가 인상적이다.


도심 바람길 조성 위해 난개발 차단한 슈투트가르트


슈투트가르트 지역이 독일에서 여름철 기온이 제일 높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은 더위가 심각한 나라가 아니다. 한 여름에도 최고 기온이 25도 전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봄 날씨 수준이랄까? 기상이변으로 간혹 유럽의 날씨가 40도까지 올라가는 재앙을 보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도시열섬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슈투트가르트의 바람길이 소개되는 것은 외부 녹지공간의 시원한 공기를 도시로 유입시켜 도시열섬을 해소해 보고 싶은 열망때문이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의 최남부에 위치한 바덴-뷔템베르크주의 주도로 207.3㎢의 면적에 60여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도시의 규모와 인구가 전라북도 전주시와 비슷하다. 지형 또한 북쪽을 제외한 삼면이 산과 구릉으로 막혀 있는 분지성지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전주시와 비슷한 환경이다. 특히, 연평균 풍속도 0.8~3.0m/sec 이하로 도시내에 대기가 정체하는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시의 바람길 조성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된 것은 1897년부터이다. 뮌헨대학과 칼스루에대학의 교수들 사이에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도시의 폐쇄적인 구조가 도시내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여, 도시환경에 불리한 영향을 준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1910년 폐쇄적인 도시구조로 인해 폐결핵이 유행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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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oβgarten - 도심공원에 1.5km 길이로 조성된 양버즘나무 가로숲길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벤츠와 포르쉐의 본사가 위치해 있으며, 자동차와 정밀기계, IT, 인쇄산업 등이 발달한 공업도시이다. 동시에 도시를 둘러싸는 구릉지에는 포도밭이 형성되어, 포도주산업이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업도시로 발달한 슈투트가르트는 산업화․도시화와 함께 불리한 지형적인 환경까지 더해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게 된다.


슈투트가르트시는 1938년 도시대기환경부를 최초로 신설하여, 도심에서 난방연료로 숯과 석탄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대기오염 현황조사와 미기후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등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노력했다. 슈투트가르트 시에서 바람길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70년대말 부터이다. 독일 연방정부에서 1976년과 1979년 연방건축법을 개정하여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바람길 조성과 활용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연방건축법 개정의 주된 내용으로는 ‘찬바람 생성지역의 보호 및 생성된 찬바람이 도시지역으로 원활하게 유입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이용 유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연방정부의 법적근거를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시도 1970년대 말 ‘바람의 길’ 개념을 도입한 도시계획을 세웠다.

바람길과 관련된 도시계획의 주요한 내용으로는

-도심에 가까운 구릉부에서는 녹지의 보전․도입․교체 이외의 신규 건축행위를 금지한다.
 

-도시 중심부의 바람길이 되는 부분에서는 건축물을 5층 이하로 제한하고 건물의 간격을 최소 3m 이상 유지한다.

 

-바람길 역할을 하는 대도로와 소공원은 100m의 폭을 확보한다.
 

-바람길이 되는 산림에는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숲길을 조성한다.
 

-도심에 키 큰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생산되는 공기댐을 만들고, 공기흐름을 원활하게 확산한다.
 

-주차장 등도 콘크리트로 피복하지 않고 구멍이 있는 블록을 깔아 식물이 살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지표면을 녹지로 유지하여 습도 유지한다. 등을 들 수 있다. 


‘바람의 길’ 계획의 핵심 내용은 찬바람이 생성되는 산지와 구릉의 녹지를 보전하는 것이며, 동시에 찬바람이 도심으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구릉과 도심내의 바람길에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것이다. 동시에 도심 내에서 찬바람을 만들 수 있는 숲(공기댐)을 만들어 찬공기를 확산시켜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밀어내고, 대기의 순환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답사한 슈투트가르트는 전주시와 비교해 도심에 하천이 없었다. 네카강(Neckar)이 도시 동북쪽에 흐르고 있지만, 도심부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다. 도심을 이루는 분지내에는 물길이 완전히 복개되어 있다. 이는 도심주변을 구릉성 산지가 둘러싸고 있지만 큰 계곡과 물길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신 도심 중앙으로 150여m 폭의 녹지대와 호수가 잘 조성되어 하천을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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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 도심중앙에 공원과 정원 등 녹지대가 폭 150m 이상으로 10km 조성됨


바람길 조성과 녹지 확보, 슈투트가르트시의 개발 목적


이러한 지형과 도시여건을 볼 때, 전주시는 슈투트가르트에 비해 유리한 자연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슈투트가르트시는 오랜 연구를 통해, 차가운 바람이 도시의 남서쪽 산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구릉보다는 계곡부를 따라 찬바람이 도심으로 유입되고, 도심을 지나 네카강 쪽으로 공기가 흘러나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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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의 바람길 - 시 도시대기환경부의 오랜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슈투트가르트 도심에 위치한 Schloß platz, Schloβ garten, Unterer Schloβ garten, Rosenstein park 등 공원녹지가 150여 미터 폭으로 녹지축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U자 형태로 도심녹지를 형성하고 있어 ‘Green-U 프로젝트’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도심 녹지축을 연결하고, 바람길을 만들기 위해 도로를 지하화하고, 녹지 연결다리(육교)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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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도로의 차도폭을 축소하고 대신 가로수와 보도폭을 확대하는 사업을 실시하였으며, 지붕이 없는 건물의 옥상에 옥상녹화를 실시하였으며, 민간에서 옥상녹화를 실시할 경우 경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필자가 슈투트가르트 철도역사 옥상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옥상이 대부분 녹화되어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특별히 조경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옥상에 흙을 올리고 자연스럽게 초지만을 조성한 모습은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옥상녹화사업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바람길 확보와 녹지확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실시한 슈투트가르트시는 최근 ‘슈투트가르트21 계획’이라는 대형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바람의 정체지역으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도심의 중앙역을 지하화하고 철로와 철도부지를 녹지공원과 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철도부지를 중심으로 100ha를 개발하며 공원을 20ha 확보하고, 건축부지를 51ha 개발하게 된다. 당연히, 모든 건축계획에서 바람길을 검토하여 이를 방해하지 않는 위치와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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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 계획-중앙역을 지하화하고 철도부지에 공원(짙은 녹색)과 택지를 조성한다.


철도부지를 개발하여 공원녹지를 확충할 수 있는 사업임에도 한때,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반대한 시민들의 주요한 명분은 현재 공원으로 조성된 Schloβ garten의 일부가 훼손되고, 지하수문제, 막대한 예산과 도시의 확장 등에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갈등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슈투트가르트21’ 계획은 확정되었으며, 현재는 공사가 한창중이었다. 사업이 완공되면 현재의 도심녹지는 더 한층 확대되어, 더욱 쾌적한 슈투트가르트 시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주시의 도시 계획도 환경생태계획과 동시에 수행되어야


최근, 전주시는 종합운동장 부지의 개발을 자제하고, 컨벤션센터와 미국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센트럴파크나 슈투트가르트 도심녹지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형마트와 아파트 개발 등에 비하면 훨씬 친환경적이고 시민을 위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과의 충분한 교감을 통해 환경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시가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슈투트가르트 시는 도시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바람의 길’을 반드시 적용하고 있으며, 더불어 지역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생태계획을 동시에 수립하여 상호 협의하여 조정한 후 공간계획과 환경생태계획을 확정 실행하는 행정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 전주시에서 산지주변의 고도제한을 해제하며 난개발을 방치하고 한옥마을과 전주천 주변에 초고층아파트를 추진하는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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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 공간계획 수립절차>


도시계획과 개발이 투기자본과 토건족의 이익에 중심을 둘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삶의질 향상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갈 것인지? 에 따라 도시의 모습이 너무도 달라질 수 있음을 슈투트가르트의 도시계획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슈투트가르트를 비롯한 유럽의 대부분의 살기 좋은 도시들은 높은 고층아파트가 거의 없다. 신흥 금융․업무도시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도시와 주거지에 고층아파트로 짓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라 하더라도 대부분 5층 이하로 짓는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30~40년 만에 고층아파트 중심으로 주거형태가 완전히 바뀌었으며, 특히, 부유층은 초고층아파트를 선호하여 그들만의 성을 만들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단시간에 우리의 주거형태가 완전히 바뀐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독일에 거주하는 임성희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독일에서 아파트는 가난한 자의 주거공간이고, 중산층 이상은 단독주택을 선호한다”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이제 우리나라도 막개발․난개발, 자동차중심의 도로와 도시개발, 건설자본의 주머니만 채우는 도시개발보다는 진심으로 시민들의 삶의질 향상과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계획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되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바람길은 자연의 길이자 사람을 위한 길이며, 행복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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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oβgarten - 양버즘나무 가로숲길에서 녹색연합 유럽생태복원 연수단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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