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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주민들에게 가능한 무기한 구금 이래도 되는걸까 2

전수연( icomn@icomn.net) 2019.08.05 10:33

지난 저의 글에서는 이주민들의 구금, 특히 구금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무기한 구금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출입국관리법(‘동법’이라 합니다) 제63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간략히만 상기시켜드리면, 동법 제63조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 중에 당장 출국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을 출국시키기 위한 채비, 즉 여권 발급이나 비행기 티켓 구입 등 본국으로의 송환 준비가 될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얼핏보면 무엇이 문제일까 싶지만, 외국인보호소는 교도소와 시설면에서 동일한 ‘구금’시설이라는 점, 구금기한이 없기 때문에 소송진행 등으로 송환준비가 안되고 있는 경우에는 소송절차 등을 완료할 때까지 장기간 구금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체류기한을 단 며칠만 넘겨도 구금되는 경우도 많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강도죄나 강간죄 등 중범죄자에게 선고될 법한 수 년의 징역형 기간을 구금된 채로 지내야 하는 점 등의 문제점들을 짚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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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의 필요성을 심사하는 절차가 없다

 

지난 글에 이어 출입국관리법 제63조의 실무적∙법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을 살펴보자면, 첫째는 ‘구금의 필요성을 심사하는 절차가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외국인보호소는 그 운영방법이나 실질에 있어 교도소 등의 교정시설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음에도, 구금사유에 대한 구체적 심사없이 강제퇴거명령이 발부되면 거의 동시에 보호명령이 발령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국민의 경우 범죄혐의자로 의심을 받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도 ‘범죄혐의의 상당성, 구속의 필요성(일정한 주거, 증거인멸의 염려, 도망 또는 도망의 염려가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여 구속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동법 제63조에 의해 구금되는 외국인들은 피구금자가 18세 미만의 아동인지, 혹은 인신매매 피해자로 식별된 자인지, 형법상의 범죄가 아닌 단순 체류기간의 도과인지, 난민신청자인지 여부 등에 대한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고려없이 강제퇴거명령이 발부되면 기계적으로 보호(구금)명령을 내리고 보호소에 구금을 시킨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다

 

둘째는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구금의 상한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우리 형법에서도 헌법상의 법치주의 원칙상 ‘절대적 부정기 자유형’을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인권선언(제9조)이나 자유권 규약(제9조) 등의 국제적 협약에서도 구금의 기준이 없거나 무기한 연장되는 자의적 구금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헌법재판소 결정(2017헌가29)에서도 비록 6인 위헌정족수 미달로 동법 제63조가 여전히 합헌적 법률이지만, 5인의 위헌의견에서는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고 있지 않아 무기한 보호를 가능하게 하고 피보호자로 하여금 자신이 언제 풀려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실제 보호기간의 장단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심각한 정서적 압박감을 가져오며(중략) , 최소한 그 상한을 법에 명시함으로써 피보호자로 하여금 자신이 보호될 수 있는 최대기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구금 연장단계에서 사법부의 심사절차가 없다

 

셋째는 ‘구금 연장단계에서 사법부의 심사절차가 부재’하다는 점인데, 동법 제63조 제1항에 의하면 구금 기간이 3개월을 넘는 경우에는 3개월마다 미리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결국 보호처분의 주체(관할 출입국)와 심사 주체(법무부장관)가 동일한 기관(법무부)에 속하고 있어 객관적인 통제가 되고 있지 않으며, 구금에 관한 연장심사도 사실상 형식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한 번 구금이 되면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희 단체를 포함한) 이주인권 단체들은 위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방안으로서 동법 제63조 개정안을 박주민 의원실과 논의하였고, 작년 5월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후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중에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구금의 필요성(피보호자의 필요성, 안정적인 거주지 여부)’을 심사하는 것, 정기적인 보호연장 심사의 주체를 법무부장관이 아닌 법원이 담당하는 것, 구금기한의 상한을 1년으로 정하고 상한을 초과한 피구금자는 원칙적으로 석방한 상태로 이후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통상적으로 이주민의 권리와 관련된 혹은 국민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권리들에 대한 개정법안은 국회에서 발의되는 과정부터 힘겹습니다. 해당 의원의 차기 집권에 별 영향이 없을 때도 있고, 오히려 통과되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의원실과 협력하여 만들어진 개정안들이 힘없이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번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은 무사히 빛을 보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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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필에서는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의 인권을 옹호하고 감시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 안의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방인(strangers)’들이죠. 그러나 우리 또한 어디에선가는 이미 이방인이며, 혹은 이 땅에서 언젠가는 이방인이 될 것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We are all stra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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