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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마음의 광복

제헌헌법은 “평등”을 제일 먼저 규정하였다.

성장현( icomn@icomn.net) 2020.08.25 11:04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 70돌 기념사’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욕 먹는 것 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무섭다.’라는 정치인들의 가볍고 식상한 ‘구닥다리 프레임’을 보고 있자니, “쇼”가 되어버린 뉴스에 짜증이 난다.

 

우리에게 광복절은 어떤 의미인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잃어버린 나라’를 영예롭게 회복한 날이다.

 

우리는 1945. 8. 15. 나라를 되찾고, 1945. 7. 17.에 헌법을 제정하였다. 제헌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 라고 천명하였다.

 

우리가 ‘되찾은 나라’는 예전의 ‘대한제국’이나 ‘조선’이 아니며, 삼일운동으로 세워진 ‘대한민국’이다.

 

제헌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규정하고, 제8조부터 제30조까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였다. 제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앞에 평등이며 성별,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제헌헌법은 국민의 권리 중에서도 “자유”가 아니라 “평등”을 제일 먼저 규정하였다. 왜 자유가 아닌 평등을 먼저 규정하였을까. ‘성별과 신분, 신앙’ 등의 이유로 차별받고 박해받았던 기나긴 세월에 대한 반성 때문은 아닐까. 진정한 평등이 이루어질 때 모든 자유도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모든 차별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단지 ‘그 이유’가 ‘인권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며칠 전, 길가에 걸린 이 상한 현수막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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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의당 전북도당은 7월 9일 전북도의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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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른인권여성연합은 7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남성과 여성 이외의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라는 현수막이다.

 

위 현수막을 내건 단체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그 단체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유독 “사랑”이라는 글자가 많이 적혀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령 ‘학생을 사랑하는 학부모회’, ‘학교사랑회’....

 

인터넷으로 ‘차별금지법’ 전문을 읽어보았다. 차별금지법은 제헌헌법 제8조부터 현행 헌법 제11조가 규정한 평등권을 구체화 한 것으로서 고용,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료서비스․문화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기회 및 교육내용, 참정권 등 행정서비스 및 수사 재판상의 차별예방을 위한 조치,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등 영역별 차별금지 유형을 구체화하여 적시한 것이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어느 국회의원이 위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평하였다,

 

“차별금지법은 평등을 가장한 ‘동성애 보호법’이자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으로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차별 조장법’에 불과하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20여 개나 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이미 차별 철폐를 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하다.”

 

위 논평은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오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법의 내용도 왜곡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단순히 동성애를 반대할 뿐인 사람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동성애를 혐오한다고 해서 동성애자를 차별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나름의 성적 취향을 가질 권리가 있다. 동성애자가 동성애 취향을 가질 권리가 있듯이 이성애자는 동성애를 싫어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느끼는 그 싫고 좋음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광복절이 ‘조선인, 일본인, 그리고 동아시아인 등 모든 인류의 적’이었던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날이며, 우리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독립국가의 재건”을 시작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에서 4.19가 있고, 10.26이 있으며, 5.18이 있고, 6.10항쟁이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다.

 

우리 마음의 광복은 언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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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  법무법인 광안 전주분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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