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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평] 탐욕의 시대,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선경이가 읽은 책]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를 읽고

김선경( jbchamsori@gmail.com) 2015.07.20 17:48

<탐욕의 시대>(2008년 12월 15일 발간)는 우연히 서점에 들리게 되어 만난 반가운 저자 “장 지글러”의 책이기에 덥썩 집어보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선 기아의 문제를 알기 쉽게 다루었다면, 이번 <탐욕의 시대>에서는 기아라는 현상의 역사적인 배경과 문제의 근원을 더 깊이 있게 알려주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탐욕스러운 이들이 군림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봉건사회 속에서 연대만이 희망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다국적 자본주의 민간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굶주리는 자들을 더 굶주리게 만드는지 이야기한다. 유엔 식량조사관 자격으로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를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들어가며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부자 나라의 지배계층 구성원들은 가난한 나라의 부패한 관료들을 매수하고 부채를 야기하여 그 나라의 서민들을 끊임없이 노예와 같은 처지로 전락시킨다. 결국, 부채로 인해 그 나라는 농업, 사회기반 시설, 운송과 유통 등을 위한 설비 건설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부채라는 괴물이다.


또한, 부채와 기아라는 쳇바퀴로 전 지구적인 고통을 야기한 봉건적 권력은 미국에서 출발한 500개의 거대 다국적 민간 기업들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네슬레, 몬산토와 같은 거대 초국적 기업들의 대부분은 지구 전체 생산의 52퍼센트를 차지하고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다양한 책략을 사용하여 이들의 실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만든다.


이들로 인해 그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저개발 경제의 현실은, 학교 교육 부재(따라서 사회 계층 간의 이동 불가능), 병원과 의료 부재(따라서 건강 유지 불가능), 지속적인 영양 공급 부재,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 부재, 치안 부재, 개인의 자율성 부재로 요약될 수 있다. _43p


그럼 과연 희망은 없는 것일까? 물론 이들과의 싸움이 쉽진 않겠지만 저자는 이러한 부채라는 괴물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에디오피아와 브라질의 사례를 들면서 연대라는 힘을 통해 절망에 대한 돌파구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연대만이 희망이며, 투쟁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견디기 어려운 열등감과 무력감으로 똘똘 뭉쳐 수치심을 안고 살아가는 제3세계의 주민들은 그들이 끌어안고 있는 기아나 부채가 불가피한 것이 아님을 아는 순간 새로운 의식에 눈을 뜨게 될 것이며, 제 힘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불명예로 괴로워하던 굶주린 자, 실업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한 수치심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희망이 조금이라도 보이고, 벗어날 수 없는 운명으로 알았던 굴레가 벗겨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되면 투쟁 의지를 불태우는 반항자, 봉기 세력으로 변신 가능해진다. 수동적인 희생자로 치부되었던 자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적극적인 행동가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_15p.


저자가 프랑스 대혁명 때 활동했던 정치가, 그라쿠스 바뵈프(1760~1797)의 연설을 인용한 부분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다시금 상기해본다. 아래 연설은 1791년 7월, 프랑스 대혁명 기간 중 군대가 민중에게 발포한 상드마르스 학살이 있고 난 후 바뵈프가 한 연설이다.


 “민중들이여, 그대들은 야만적인 구시대적 제도들을 모두 전복하라!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서 더 이상 한쪽은 진취적이고 다른 한쪽은 비겁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가치 판단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모든 병폐는 극한점에 도달했으므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라고는 없다. 대대적인 현상 전복을 통해서 개선될 일만 남았다.”


나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의 마지막 문장을 통해서 저자의 책을 쓴 의도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의 문을 열기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 보아야만 하는 필독서이다.


[김선경님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삶을 꿈꾸는 그림그리는 일과 책읽기를 즐겨하는 참소리 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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