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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상산고를 전북도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독자투고( icomn@icomn.net) 2019.06.30 17:37

우리 지역 몫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

지난 6월 20일 전주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전북도교육청의 평가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연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상산고가 자사고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일반고로 전환되어 전북지역 아이들이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인가는 관심사항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역언론은 대체적으로 상산고가 자사고로 남길 희망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흐름이 이해가 되질 않아서 몇가지 반박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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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산고 홍보동영상)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떠나는 타지역 아이들에게 전주가 그들의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좀 뜬금없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자. 문재인정부가 조만간 개각을 단행하여 장관을 비롯한 주요인사 몇명을 교체하려는 듯 하다. 개각이 단행되면 지역언론이 제일먼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마도 전북지역 출신 인사가 몇 명이나 포함되었느냐, 포함되지 않았느냐 살피는 것일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항상 개각이 되면 이런 뉴스가 나왔으니 말이다.

이것을 상산고에 한번 대입해 보았다.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전주에 있는 상산고를 졸업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정부의 주요보직에 임명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전북출신 인사일까? 서울출신 인사일까?

지역언론이 우리지역 출신을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지역발전에 더 애정을 가지고 신경쓰지 않겠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보면 고등학교 3년동안 상산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떠나는 타지역 아이들에게 전주가 그들의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서 공부시키는 현재의 상산고는 솔직히 나에겐 그림의 떡이다. 왜냐하면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낼 수 없는 학교가 상산고 이기 때문이다. 정읍출신 홍성대씨가 1980년에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고 전주에 고등학교를 설립한 것은 우리 지역 아이들에게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는데 정작 전북지역 아이들은 채 20%도 안된다고 하니 그림의 떡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동안 홍성대이사장이 460여억원이 넘는 사재를 털어 최신시설을 갖춘 학교로 상산고를 성장시켰다고 한다. 이런 좋은 시설의 학교에 우리지역 국회의원이라면, 우리지역 언론이라면 전북지역 아이들이 최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일 텐데 반대로 하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상산고가 한해 200명이 넘는 학생을 의학계열에 입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370여명의 학생이 졸업하는 상산고에서 200명이 넘는 재학생, 졸업생이 의학계열에 입학한다는 것은 다양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하는 자율형사립고가 아니라 예비의사를 양성하는 입시기관에 지나지 않는 듯 하다. 논란이 일자 상산고측에서는 재학생은 70여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재수·삼수한 학생들이라고 하지만, 재수생 비율이 60%정도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매년 대학에 가는 학생은 370여명이고 이 중 200여명이 의학계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같다. 그럼으로 상산고의 변명은 손으로 해를 가리는 꼴이고, 우리를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다.

 

우리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입학해야 할 자리에 타지역 아이들이.... 

고등학생 자녀가 있어 대학입시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지역인재전형이라는 것이 있었다. 말 그대로 지역인재의 육성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학 육성법)에 근거하여 의약학계열 학부 정원의 30%를 그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제도이다.

전북대 의대의 경우 2019년도에 전체정원 110명 중 수시 지역인재전형으로 40명을 선발하고, 정시 지역인재전형으로 19명을 선발하였다. 이 정시 지역인재전형은 상산고 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상산고는 전국적으로 중학교 성적 상위 10%이내의 성적우수자들이 다니고 있어 비록 고등학교 내신은 다소 낮더라도 일반고보다 수능시험은 훨씬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전북지역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만 응시가능하고, 수능점수만 가지고 평가하는 정시 지역인재전형은 상산고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즉, 우리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입학해야 할 자리에 3년만 전주 상산고에 다닌 타지역 아이들에게 빼앗기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이 전국단위모집 상산고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이명박정부가 2010년에 고교다양화라는 명분으로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흔들고, 경쟁교육을 더욱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특수목적고 혹은 귀족학교로 변질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자사고는 중학교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싹쓸이 해 감으로써 일반고 슬럼화의 주범이고, 연간 일천만원이 훨씬 넘는 학비를 내야하는 부자들의 학교이지만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모든 희생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는 우리나라 수많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잡아먹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상산고를 전북도민의 품으로​ 

자사고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우리지역 국회의원들 생각을 살펴보면 자사고 폐지는 공감하지만 자사고 상산고는 존치해야 한다는 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자사고 상산고는 우리지역의 자랑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지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아 가고 있을 뿐이다. 그럼으로 이제라도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우리지역의 발전에 공감하는 언론이라면 앞장서서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상산고를 전북도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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