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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회 사법개혁위원회 회의록을 읽자

이창수( icomn@icomn.net) 2019.07.02 08:55

사법개혁이 실종되었다. 구체화해서 말하면, 검찰개혁과 법원개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요즘 사법개혁의 목표는 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해소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검찰 (권한)개혁안들은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안과 고위공직자범죄를 위한 특별한 수사처를 설치하는 방향이이다.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쪼개는 제도 개혁이다. 경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정보경찰 폐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하는 방향의 안들이 상정되어 있다. 법원에 관련해서는 대체로 법원 행정 조직 개혁 등을 골자로 한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한 마디로, 기존 권부들이 갖고 있는 수사권, 기소권, 그리고 심판권을 조정하여 정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안들이다. 물론 양승태 전 대법관 체제에서 있었던 사법농단 사태 등의 처리 과정에서 보는 것과 같이 법원이 자체 개혁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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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스스로 사법개혁을 하지 못하는 공식 권력들

 

권부가 셀프 개혁한다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 모든 개혁은 외부의 정치적, 사회적 힘에 의해서 강제된다. 검경과 법원 개혁을 둘러싼 국회의 추진력은 실종되었다. 국민적인 관심도 현저히 떨어 졌다. 모든 제도개혁은 기․승․전․입법으로 귀결되는데 국회가 입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회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도 선거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제도)정치권의 힘으로 하는 개혁은 조건부이다. 시민들이 개혁에 대한 관심과 입법 실행자인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가 고도화 될 때만 가능하다.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국가 등의 공식 제도라는 통로를 통해서 자리 잡은 권력자나 공직자들이 개혁을 할 수 없을 만큼 국가와 공공기관의 장치가 비대해 졌고 서로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이 개혁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제도적인 힘들은 민주 시민 사회의 자율적인 힘 보다 우세하다. 국민의 관심과 감시가 고도화 되지 않고 약화된 상태를 반영한 것이다. 즉 국가 등 공식적인 기구와 준별할 수 있는 시민 사회의 힘은 자율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역설적으로 촛불시민혁명 이후, 점차 개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주체적인 행동" 즉 사회적인 힘이 점차 약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있다. 의회주의 하에서 개혁은 사회적으로 결집된 여론의 힘인 공식적인 정치적인 힘인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통해서 실현된다. 그런데 사회적 힘이 약화되고 시민 사회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율성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는 결코 스스로 권부를 개혁할 수 없다. 개혁과정에 국민이 참여가 처음부터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 이를 말해 주며, 또 이를 타개하려는 사회적인 힘은 이런 국민 참여를 골간으로 하는 국민사법, 민주사법을 실현하기 위한 길을 내지 못했다.

기소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해 검찰과 경찰을 부당한 수사와 기소를 제어할 수 있는 기소배심제나 사인소추제도는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여전히 국가만이 공소의 권한을 가진 채 논의되었다. 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과 최고 재판관인 대법관과 사법행정의 수장인 각급 법원장에 대한 국민의 선출권 주장은 논의조차 없었다. 여전히 수사와 기소와 심판은 소수의 권력자들의 전유물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주권시민의 사회적인 힘이 개혁의 엔진

 

그런데 개혁은 입법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주권자인 국민이 배제된 개혁안 정도도 논의되지 않고 있는 국회 상황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저항하는 것이다. 식물 국회에서 대해서 규탄하고 비판하고, 반개혁인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선거로 심판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후 통제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공식 권력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무관심하기다. 자신의 작은 행복을 확실히 챙기고 정치과정에 참여하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고, 또 그런 보도와 논의에 확실히 무관심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인 무관심은 결국 허무주의다. 개혁의 대안이 될 수도 없다.

개혁의 추진 동력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제도권에 포섭된 소수의 전문가와 언론의 의존적인 상태에서 벗어야 한다. 주권인인 시민이 전문가 시민들의 조언과 의견에 유의하면서 교양시민으로, 그리고 자신의 생활과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자각하는 계급시민으로, 같은 공간에 떠 잡아 살아가는 동시대시민으로, 민주공화국의 구성시민으로, 촛불 혁명을 통해서 민주적 개혁을 요구했던 촛불 시민으로, 언론과 명사 그리고 전문가가 전해 주는 서비스에 의존하지 말고 1차적인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

 

사법개혁 법안, 국회 속기록부터 독서하듯 읽자

 

국회를 작동시키는 국회법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상세히 읽어야 한다.

국회법을 읽으면 국회의 입법과정에 직접 참여할 방법을 알게 된다. 국회에 입법청원할 수 있다. 또 관심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법안 등을 심의하는 회의를 방청할 수 있다. 국회의 회의는 일부 위원회 등이 비공개로 의결하기 전에는 모두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국회는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별로 운영된다. 특히 법안의 심의는 상임위 산하에 소위원회에서 집중 논의된다. 상임위 전체회의의 방청은 위원장의 허가 사항이다. 그렇지만 국회 방송이나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또 회의 1~2일 후면 영상기록이나 텍스트로 된 회의록이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다만 소위원회는 언론에 공개하고 국민이 직접 참관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실시간 방송을 하지 않고 사후에 회의록이 공개됨으로써 여론의 형성은 언론 보도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회의 공개의 원칙을 제한하는 것이다. 소위원회 회의의 방청을 허용하도록 하거나 실시간 중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둘째 사법 개혁 법안을 읽자. 국회 홈페이지에는 정부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 올라와 있다. 사법 개혁 관련 법안도 정부안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올라와 있다. 이걸 모두 상세히 설명해 주는 언론은 없다. 직접 읽으면 개혁안을 둘러싼 정치적인 입장들을 읽을 수 있다.

셋째 사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속기록을 읽자. 특히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결정이 국회 전체 입법의 핵심이다. 또 여기서는 각 정당과 의원들이 정치적인 견해와 정책적인 입장 그리고 정부의 태도와 정책도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언론의 보도는 아주 단편적이거나 회의 결과에만 집중된다. 이렇게 한정된 정보로는 국회의원들을 통제할 정보가 부족하다. 회의 뒤에 공개되는 회의록을 읽어 보면, 누가 왜 누구를 위한 의견을 냈으면, 누가 일하는 국회의원인지를 알 수 있다.

(국회)법률을 읽으면서 공식적인 기준을 이해할 수 있고, 위원회 속기록을 읽으면 관련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그리고 정치적인 힘이 왜 작동되지 않는지를 알 수 있다. 판결문을 읽으면 법관이 왜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국회법을 한 번 읽은 뒤에서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속기록을 읽어 보자. 어느 교양서나 저명인사의 강연보다도 민주 시민, 주권 시민에게 눈을 열어 준다. 2차적인 정보인 언론 보도나 전문가의 의견 듣고 형성된 여론은 공식 기구의 범위 내에서만 형성되기 쉽다. 주권자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해 결국은 사회적이고 시민적인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게 된 결과이다. 법률(안), 속기록 읽으면, 민주사법 개혁을 위한 시민적인 힘을 결집할 수 있다. 사법개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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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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