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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름방학

김수연( icomn@icomn.net) 2019.07.23 16:18

엄마들이 두려운 계절이 왔다. 이름하여 방학 시즌이 온 것이다. 포털 지식백과에 따르면 방학이란 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휴업일 중 하기, 동기 및 학기말 휴가를 뜻한다. 휴가라니? 학생들이 휴가라면 엄연히 엄마들은 휴가가 아니다. 또 그렇다고 학생들도 진정한 휴가를 누리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다면 그 대답에도 글쎄올시다가 아닐까? 엄마들은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뭐라도 시켜야 한다는 마음과 경제적 부담이 일시에 오고 아이들은 모처럼 맞는 방학을 또 지긋지긋한 공부로 메워야 한다는 좌절에 시달린다.

 

방학은 어쩌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었을까?

 

사십 대인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방학은 정말 방학이었다. 모든 공부를 쉬고 친구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 수 있는 순수한 휴가. 방학숙제로 나온 탐구생활과 일기만 방학 끝 무렵에 몰아서 허둥지둥 완성했던 것만 빼면 나름 즐거웠던 휴식시간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고3은 여름캠프라는 명목으로 수능 집중대비 캠프를 하고 다른 학년 아이들은 선행학습, 입시 학원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전한다. 형편이 좀 나은 집은 과외 선생님을 과목마다 붙이고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그렇다면 우리집은? 형편도 그닥 좋지 않고 수시로 바뀌는 입시 행정에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나 몰라유~ 엄마인 나는 자의적, 타의적 방임을 택할 수밖에 없다. 교육열이 치열한 동네에서 조금 비켜 서 있는 동네에 살고 있어 그나마 죄책감을 덜 느껴도 되는 환경이란 게 다행이다. 제대로 된 학원을 한 번도 보내지 않았음에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보여주는 아이가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너무 학원을 안 보내는 것 같아 아이에게 물어봤다. “학원을 다닌다면 어떤 학원에 다니고 싶니? 국어? 영어? 수학?” 중3 아이의 대답은 명쾌하게 “컴퓨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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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 아닐까?

 

이번 방학부터는 큰맘을 먹고 컴퓨터 학원을 보낸다.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돈 아깝지 않은 공부를 하라고 했더니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였다. “만약 또 다른 학원을 다닐 수 있다면 뭘 배우고 싶니?” 아이에게 질문했더니 다음은 “요리!”란다. 그 말에 돈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 때 한참 국영수만 파지 않고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내가 그런 학생이라면 진짜 행복하겠다 싶어서다.

 

단짝 친구들의 장래 희망을 아이에게 종종 묻곤 한다. 어떤 아이는 자동차 엔지니어, 어떤 아이는 뷰티 유튜버라고 선뜻 대답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유튜브로 다양한 직군,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의 고민과 유머, 애환을 집에서 바로 보고 느낀다. 꿈의 선택의 폭이 우리 때와 비할 수 없이 커졌고 욕망도 커졌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국영수에 몰두한다. 수능에 몰두하고 명문 고등학교, 대학교에 몰두하고 상위 몇 프로에 몰두한다.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 우리 아이만 뒤처지게 살게 할 수는 없으니까 떠밀려서 한다.

 

필자도 순간순간 떠밀릴 때가 온다. 주변에서 우선 난리다. 그렇게 살아서야 되겠어?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며 내 삶의 가치관과 현재 모습을 끊임없이 점검받는다. 그 말들이 이골이 나면서도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애정 담긴 잔소리라고 치부하고 넘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애정이 있어서 그런 삶의 궤도를 선사한 것일까? 남들 다 가는 학교, 남들 다 사는 인생, 남들 다 하는 선택... 그 무엇도 확실한 것은 없고 그 무엇도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덥다. 중복이 지났고 대서가 왔다.

뜨거운 여름방학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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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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