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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주시 동물복지 정책에 대한 커다란 바람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제12탄

박정희( icomn@icomn.net) 2020.07.24 16:50

전주시 동물복지 총괄자문관을 환영하며

 

전주시에 ‘동물복지 총괄자문관’이 위촉되었다.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의 교수임 임채웅 교수는 앞으로 2년간 전주시의 동물복지 정책을 ‘동물복지 총괄자문관’으로서 이끈다. 개인적으로 그 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임채웅 교수는 이미 2015년 ‘전주동물원 기본계획’과 2018년 ‘전주시 동물복지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의 책임자로서 전주시 동물복지 정책을 마련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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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주시 동물복지 총괄 자문관으로 위촉된 임채웅 교수(왼쪽). 전주시 제공)

 

임채웅 동물복지 총괄자문관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명존중,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한 틀이 전주시 행정 정책에 스며들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권활동가로서 나는 임채웅 교수에게 기대하는 것을 넘어 전주시의 이런 행보를 통해 변화해가는 시대가 읽혀져 그저 기쁘다. 아니 눈물 날 정도로 좋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더 나은 세상을 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만을 가치를 가지는 존재라 하며 다른 생명체들과 차별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윤리철학자인 피터싱어 교수는 이러한 차별을 ‘종차별주의’라 한다. 피터 싱어 교수는 처음으로 ‘동물권(Animal Rights)’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간의 기본권인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과 학대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름, 그들에겐 그저 죽음만

 

우리사회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 얼마나 매정한지 우리는 안다.

얼마 전 전주시 동물복지과에서는 완산고등학교 담장너머에 있던 개농장 개를 60마리가 넘게 구조하였다. 그 곳은 지옥이었다. 썩은 음식물과 동물들의 변 그리고 썩어가는 사체들이 뒤엉켜 있었다. 가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절대 알 수 없고 어떠한 상상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곳이다. 한마디로 생명이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런 곳에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개가 60마리가 넘게 있었다. 다행히 이들은 구조 되었다.

그들은 여름 보양식으로 길러지는 개들이었다. 구조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올 여름 그곳의 사체들처럼 죽어나갔을 것이다.

개들만이 아니다.

곰은 어떠한가. 인간 몸에 좋다는 웅담, 그 웅담 채취용 곰들 540마리는 아직도 죽지도 못한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다. 국제멸종위기종 곰 540마리가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인간의 잔인한 욕망 때문에 살지도 죽지도 못한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고양이는 어떠한가. 우리는 거의 매일 뉴스 속에서 인간에게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길고양이 소식을 접하게 된다. 얼마 전 군산에서는 머리에 못 박힌 고양이 사건이 있었다. 인간이 타카로 쏜 못이었다. 자동차에 치어 죽는 길고양이는 셀수도 없이 많다.

 

관람용 돌고래는 좁은 수족관에서 살지 못하고 폐사한다. 시멘트 바닥에 사자와 호랑이는 인간의 놀이감일 뿐이다. 지역축제라는 곳에서는 살육을 놀이로 즐기며 문제의식이라곤 전혀 없다. 농사에 방해되는 동물은 그저 ‘유해’할뿐이다.

 

함께하지 않으면 멸종한다.

 

가끔 나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무섭다. 그렇다. 우리도 동물이다. 우린 그 사실을 잊는다. 많은 이들이 ‘사람’과 ‘동물’로 나누지만 우린 우리가 차별하는 바로 ‘동물’이다.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현재와 같은 지구상의 위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학자들의 가설 중에는 영국 생물인류학자 앨리스 로버츠 교수는 현재 인간과 가까운 ‘개’에 주목했다.

 

최초의 인간의 협력자인 개의 조상은 늑대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사냥을 할 때 늑대들은 인간을 경계하면서도 인간이 주는 먹이 때문에 인간의 뒤를 쫓았다. 처음엔 불안했던 이 동맹은 인간과 점점 친근해져갔다. 오늘날 그 작은 치와와 조차 회색늑대와 유전자 서열의 99.5%가 동일하다. 앨리스 로버츠 교수는 인간이 먹이를 주자 늑대가 우정을 인간에게 제공했다고 말한다.

 

개가 된 늑대는 인간과 함께 사냥하고 인간을 위험한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교수는 주장한다. 이러한 관계를 가지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지만 다른 동물과 연대한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혹독한 빙하기를 견디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진화와 생존이라는 틀에서는 우리 인간만의 힘이 아닌 협력자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앨리스 로버츠 교수는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사실을 너무도 오랜 기간 잊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인간만으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 왔다는 그 알량한 자만에 빠져서.

 

전주시 동물복지 총괄자문관에게 바란다.

 

임채웅 교수님, 우선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이제부터 최고의 전술가이자 파이터가 되어야합니다.

 

당신의 두 어깨엔 수많은 생명들의 삶과 죽음이 얹어질 것입니다. 단순이 개, 고양이나 수달 혹은 동물원 동물들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 동물’도 있습니다.

그러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전주시 동물복지 정책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정책들 안에도 ‘생명존중’이 스며들도록 하셔야 합니다.

 

아마 생각의 깊이가 깊지 않은 많은 ‘인간 동물’들은 당신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고 당신에 반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것입니다. 그럴수록 강하게 싸워주십시오. 비록 적은 수더라도 당신을 위해 함께 싸울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투쟁의 장에 흔들리지 않는 선봉이 되어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가 잊었던 ‘함께하지 않으면 멸종’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투쟁의 멋진 결과가 전주시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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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완산여고 교장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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