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기고] "이제 와서 버스 체험하자니!!! 전주시 버스 정책 명확한 입장 밝혀야"

전주시 제시 안건은 1줄, 이걸로 어떻게 논의하나요?

강문식(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 jbbusrun@gmail.com) 2015.02.01 19:39

전주시내버스 대타협위원회가 작년 12월 19일 출범이후 1월 29일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하는 강문식 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이 매달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소개하는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합니다. 이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참소리 주


1월 29일 오후 2시, 전주시청 4층 회의실에서 대타협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다. 위원회가 구성되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공영제운동본부 또한 여러 우려를 제기하며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던 내용이 있었다. 그 중 핵심은 위원회 구성 주체인 전주시가 위원회의 위상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위원회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29일 위원회 1차 회의는 그동안 운동본부의 우려가 사실로 확인된 자리였다.


"전주시의 시내버스 대책, 있어는 보이는데 가늠하기 어렵네"



위원회는 전주시의 그간 간담회 경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각계의 상이한 요구가 담겨있어, 간담회 결과만으로는 전주시 시내버스 행정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일례로 버스요금과 관련해서는 현행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해달라는 요구와 반대로 인하해달라는 요구가 병렬되어 있었다. 이렇게 중구난방 여러 요구들에 대해 전주시의 입장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어떤 항목은 프리젠테이션 자료와 정반대의 설명이 진행되기도 했다. 재정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한 설명에서 화면에는 “○ 보조금 규모산정 개선 : 표준운송원가(추정)→외부회계감사 결과(실적)”이라고 나왔지만, 정작 설명은 현재는 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경영개선 유도가 어려우므로 앞으로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보조금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한다고 진행되었다. 현재 전주시 보조금 결정 방식은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보조금을 결정한 뒤, 실적자료를 바탕으로 적자지원 보조금을 추가 책정하는 2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003.jpg

▲ 프리젠테이션과 설명 내용이 반대였던 내용. 전주시 회의자료는 표준운송원가 시스템을 실제운송원가 체계로 바꾼다는 의미이나, 정작 설명은 표준운송원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진행되었다.


하지만 운동본부는 ‘추가 적자지원’ 보조금 때문에 나머지 보조금도 사실상 적자지원의 성격을 띠게 되므로, 아예 여러 항목의 보조금을 적자지원 보조금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보조금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적자료, 즉 업체의 수입-지출 내역을 총체적으로 감사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적혀있는 개산방안은 운동본부의 지적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작 프리젠테이션 진행자의 설명은 정반대로 이어져 전주시의 입장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겼다.


다만 신성여객의 CNG가스공급 중단으로 인한 결행에 대해 3억 원 과징금 처분 통보한 사실과 교통카드 인하액을 100원으로 조정해 카드사용률을 높이겠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등 몇몇 항목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주시가 1차 회의에 부의한 안건은 공동위원장 선출, 분과위원회 구성 및 분과장 선출, 시내버스 탑승체험, 국내․외 연수 대상지 및 대상자 선정 등이었다. 공동위원장은 전주시 조봉업 부시장, 전주시의회 김명지 부의장이 당연직으로 선출되었고, 민간위원 중 여성단체연합 조선희 대표가 호선으로 선출되었다.


"시내버스 탑승체험? 그럴거면 하루 18시간은 타봐야지"


다음 논의된 안건은 시내버스 탑승체험이었다. 이 안건은 위원회가 시내버스 탑승을 통해 시내버스 현황을 체험해보자는 취지로 이해되는데, 전주시가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체험하자는 것인지를 제시하지 않아 논의가 공전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위원들 중 버스를 타 본적이 없는 위원들이 있으므로 다 같이 버스를 한 번 타보자는 게 목표라면 위원회의 위상을 너무 우습게 만드는 꼴이 될 뿐이다. 매일 전주 시내버스 탑승객 수는 10만 명이 넘는 데, 정작 위원들은 이 10만 명이 일상적으로 겪는 현실을 모르고 있어 버스를 타보겠다고 말한다면 위원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전주시 송준상 생태교통과장은 작년 7월 과장으로 부임한 이후 버스를 타보려 노력했다며 버스를 타며 겪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탁상행정 공무원을 하도 많이 봐왔던 터라, 어떻게 보면 작은 노력이지만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노력은 티가 나지도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아 간과하기 쉽다. 아마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다른 위원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으리라 추측하는데, 그렇다 해도 위원들은 이런 정도의 ‘체험’은 각자 갖추고 있어야 하고, 위원회 차원에서 위원들이 함께 버스를 탄다면 보다 뚜렷한 목표와 그에 걸맞는 계획이 제출되어야 했을 것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타려면 18시간 타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보여주기 식 탑승을 하려면 하지말자고 지적했다. 시내버스 서비스 질은 운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직결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노동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면 갖가지 주문들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18시간은 어렵다면 12시간이라도 타보는 건 어떨까? 다른 도시에 연수를 가기 위해서는 며칠도 시간을 쓸 수 있지만, 정작 전주 시내버스를 반나절 타는 데에는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한다면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어쨌든 구체성이 떨어지는 제안으로 인해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하고, 분과위원회 구성 후 각 분과위원회에서 목적을 정하고 그에 맞춰 탑승을 할 수도 있다 정도로 정리되었다. 다음에 제안된 국내외 연수에 관한 안건 역시 연수의 목적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와 결정짓지 못했다. 이런 연수 전에 워크샵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많은 위원들의 동의가 있었다.


하지만 워크샵의 주제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쉽게 모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전북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위원회의 목적이 불분명하니까 논의가 공회전 되는 것 아니냐며 워크샵에서 노․사 서로의 입장을 기탄없이 꺼내놓고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했고, 몇몇 위원은 노․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자고 의견을 개진했다.


분과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로 각 분과가 어떤 사안을 다루게 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워크샵 이후로 미뤄졌다. 1차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민간위원장 선출, 차기 회의를 워크샵으로 대체하는 것, 위원회가 안정화될 때까지 1달 1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것 등에 그쳤다.


"대타협위 성과, 전주시의 명확한 입장과 계획에 달렸다"


논의의 공회전이 계속되는 중 한 위원은 전주시가 사전에 ‘안’을 준비해 제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정책위원장은 행정이 다 정해놓고 논의하라는 식으로는 진행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 시민행동21 김종만 대표, 조선희 위원장 등도 운영소위원회를 구성해 안건을 사전조율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공회전 된 것은 전주시가 다 정해놓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한 ‘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스타기의 목적을 노선 중복 정도를 체험하기 위해서라고 제안했다면, 그 목적이 적절한지, 이를 위해 버스타기 방법은 적절한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001.jpg

002.jpg

▲ 전주시가 작성한 회의자료는 '시내버스 탑승체험', ' 국내 선진지 견학(워크숍)' 안건이 단 한줄에 불과했다.(출처:공영제운동본부)


설사 일부 위원들의 주장대로 운영소위원회를 구성한다 쳐도 그 위원회에 누가 포함될 것인지는 무슨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운영소위원회를 제안한 한 위원은 스스로 시내버스 문제에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소위원회 안에서도 두루뭉술한 공회전만 반복되지 않겠는가? 소위원회에서 안건을 조율한다 해서 전체 위원회에서 원활히 논의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전주시가 보다 구체적인 안건을 작성하고, 안건의 취지를 각 단체들에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위원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노력이다.


위원회를 처음 제안한 것도 전주시이고, 시내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 또한 전주시이다. 위원회에서 어떠한 논의가 오고간들, 전주시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토론이 될 뿐이다. 그동안 전주 시내버스가 파행적으로 운행된 것은 사익을 위해 공공운송수단인 시내버스를 운영한 버스업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이를 관리․감독하고 대중교통 정책의 전망을 마련할 의무를 방기한 전주시 행정에도 큰 책임이 있다. 시내버스가 정상화되기 위한 첫걸음은 행정의 명확한 의지표명과 권한 행사에 있다.


위원회가 방향성을 갖고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수가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운영소위원회가 아니라 전주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논란을 감수하고 안건을 제출하는 것이다. 당장의 논란이 두려워 1차 회의처럼 안건을 두루뭉술하게 제출한다면 위원회는 답보상태에 머물 뿐이다. 회의 중간, 조봉업 위원장은 전주시가 명확한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운동본부 또한 전주시가 어떠한 방향을 갖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기에는 위원회에 서로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큰 집단들이 섞여 있다.


운동본부는 전주시에 그 방향을 ‘시내버스 혁신’으로 잡아야한다고 주문해왔다. 그리고 위원회 안에서 핵심당사자인 노․사․정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지적했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주시는 위원회 1차 회의 결과를 되짚으면서 이후 위원회의 전망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1차 회의 1줄 요약>

전주시 안건은 단 1줄, 무엇을 결정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