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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꿀밤 맞기와 교사의 실장 임명이 인권침해인 이유

[칼럼] 생활지도 실종? 더 많은 학생인권이 필요함을 확인한 계기다

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jbchamsori@gmail.com) 2015.02.16 19:33

전북학생인권심의위원회 소위원회와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가 이달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도내 학교에서 교사가 생활지도를 하면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관련 기사- "생활지도 과정에서 작은 체벌도 인권침해">


“꿀밤 맞기, 어른들이 당했다면?”


이들 기관이 소개한 인권침해 사례에는 학생 스스로 선출해야 하는 실장을 교사가 임명하는 방법으로 선출한 경우와 교사가 친근함 등을 이유로 일상 생활에서 학생들에게 내뱉은 욕설, 교사가 훈계 과정에서 벌인 체벌 등이 포함됐다. 이 사례들에 대해 두 기관은 인권침해로 결정하고 교육감과 해당 학교장에게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소개된 사례 중 일부 언론을 통해 유독 부각되고 있는 사례는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툭툭 치거나 꿀밤을 먹인 사례와 학생을 휴식 시간에 교무실 앞에 세워둔 것이 인권침해라고 결정한 사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생의 인권보장 하다가 학생 지도는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교사의 학생 지도 과정에 일종의 ‘가벼운’ 체벌은 용인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에도 여전히 학생은 동등한 인간이자 시민으로서 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논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위의 사례들은 기성세대 혹은 성인들에게도 심각한 불쾌감을 주는 사례다. 만약 이번에 인권침해라고 결정된 사례들을 교사들이 당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봤다. 대번에 교권의 위기, 교권의 추락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노동자가 회사의 업무 지시를 다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상 하나만 있는 공간에 격리되어 있다면? 심각한 수치심과 함께 노동자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노동자들에 대한 이런 인권침해는 종종 언론을 통해 심각하게 고발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은 ‘갑의 횡포’라고 부르며 공분한다.


교사와 어른들이 이와 같은 수치심을 당하기 싫은 만큼 학생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체벌’이든 ‘심각한 매질 백번’이든 본질은 다르지 않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신체의 안전과 인격을 침해당한 것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수와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인격과 자존감을 침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꿀밤과 머리를 툭툭 치는 가해 행위와 교무실 앞에 서있는 벌이 교권의 위기와 맞물려 논란이 된다는 것이 불편하다.


“학교 현장의 일상적인 민주주의 침해 사례도 주목해야”


그런 점에서 두 기관이 발표한 인권침해 사례들 중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할 사례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침해 결정 중에서 한 중학교 학급의 실장과 부실장을 학생들의 선출이 아니라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된 사례가 그것이다.


이같이 민주주의와 참여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는 더욱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계기로 만났던 고등학생들 상당수는 지금도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칙 개정 시도를 했지만, 학교와 학부모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의 학교 사회는 학습권만이 유일한 권리인 마냥 신전에 모셔진 채 대부분의 학생인권은 고개도 들지 못하게 하던 사회와 다름없었다. 집회 참여 등 이른바 ‘학생답지’ 않은 행동에 대해 돌아오는 말은 ‘공부나 해’라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규칙을 배우고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면 그 규칙은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어 정해야 하며 학생 다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고 지킬 만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교 규칙을 만들고 실행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 벌을 부과하는 역할은 모두 교사였다.


현재 민주주의 국가의 틀이 위태롭게나마 입법, 행정, 사법이라는 삼권분립으로 작동하고 투표를 통해 작동 권한을 위임하는 규칙이 있었던 것에 반해 학교는 그조차도 얄팍한 곳이다. 앞서 말한 생활지도 과정 인권침해 사례와 함께 본다면 학생인권조례 후에도 학생은 학교에서 여전히 인간으로서도 시민으로서도 미생이다.


앞으로도 체벌이 금지되고 학생인권이 보장된다면, 교권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달리 말하면 과거의 학교의 구조는 폭력과 불합리한 권위로 유지되던 권력구조를 못 벗어났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 이후 학생들의 문제제기에 더욱 귀 기울여야만 하지 않을까? 학생인권의 보장은 학생도 동등한 인간이자 시민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전북지역 일간지 '전민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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