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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주 시내버스 보조금 더 준다고 문제 해결되나"

[기고] 보조금 더 필요하다는 사측, 산적한 문제 해결 의지 있나?

강문식(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 jbbusrun@gmail.com) 2015.03.23 15:33

3월 5일, 부안 해나루가족호텔에서 2차 버스위원회 및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이날 워크샵은 전차 회의에서 위원회 구성단체 간 큰 시각차가 있음을 확인해, 위원회에 대한 주요 주체의 입장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준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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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오후에 워크샵 및 본회의가 진행된다 하여 오후 일정에 맞춰 회의장소로 이동했다. 워크샵 장소에 도착하니 전체 참석자들이 약소한 경품이 걸린 빙고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공영제운동본부의 위원들은 오전 일정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만약 오전에 참석했다면 이런 프로그램들을 같이 진행하게 됐을 터였다. 위원들 사이에 서먹함을 해소해보려는 프로그램으로 짐작되는데, 글쎄, 갸우뚱 거리게 된다.


워크샵은 노동조합, 사업주, 시민단체, 전주시의 입장을 각각 듣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는 시민여객 정우표 대표가 나와서 시내버스 업체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경영이 어려우니 보조금을 대폭 올려주는 준공영제를 시행하자는 게 발표의 요지였다.


이어서 한국노총 전북자동차노조 안재성 위원장이 나서 발표를 진행했다. 업체의 경영난으로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해진다고 진단하며, 정우표 대표와 마찬가지로 준공영제를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시내버스 요금 인상이 억제되어 있기 때문에 버스업체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사업주들이 평소 하던 이야기와 너무 똑같아 노동조합 대표로서 위원회에 참석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음에는 호남고속 김병수 대표가 나서 전주시내버스 업체의 경영조건을 설명했다. 익산, 군산, 청주 등 타 도시에 비해 대당 보조금이 낮은 수준이고 이로 인해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당 보조금 규모를 익산, 군산, 청주 수준으로만 높이면 모든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거라고 제시한 자료 중 전주 시내버스 업체들의 적자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청주시의 대당 보조금은 전주시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주시 운전 노동자들은 2012년에 평균 3,900만 원을 임금으로 지급받았다. 같은 해 전주시 노동자들은 2,9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시내버스는 공공재이고, 이를 운영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공적 지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적 지출은 당연히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투명성을 전제로 지출을 보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김병수 대표는 전주 시내버스 업체의 지출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채 무조건 보조금만 올려 달라 떼를 쓴 것이다.


호남고속이 제시한 자료


적자의 근거로 제시한 유일한 자료는 임금 산정 내역이었는데, 김병수 대표가 제시한 산정표는 버스 1대당 운전원을 2.53명 고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1월을 기준으로, 전주시내버스 업체는 버스 1대당 2.22명을 고용하고 있을 뿐이다.(총 897명, 404대, 2013년 1월 기준). 김병수 대표의 자료에는 1년 운전원 인건비가 458억 원 지출되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2.22명으로 계산하면 401억 원에 불과하다. 요약하면 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을 상대로 공개적인 사기를 친 셈이다.


다음으로 민주노총전북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이 발표에 나서 시내버스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주 시내버스에 산적한 문제들은 노사갈등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문제들이 민주노조의 결성을 계기로 터져 나오게 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호남고속 관리자가 한국노총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사측이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을 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위원회에서는 이런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또한 경영투명성 확보, 노선 정비, 서비스 질 개선 등을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김남규 정책위원장은 협의와 합의를 강조하며 위원회의 운영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또한 시내버스 문제 해결의 결과가 ‘시내버스 이용률의 확대’로 나타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전주시 송준상 대중교통과장은 표준회계시스템 도입, 보조금 관련 자료 선제적 공개, 실제운송원가 기반 보조금 산정 등을 제시하며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내용들은 그간 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왔던 내용이어서 우선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이후 질문 답변이 진행되었다. 퇴직적립금이 적립되어 있느냐는 위원의 질문에 버스사업주들은 적립되어 있지 않다고 확인해줬다. 위원회에서 공영제 및 준공영제를 의제로 다루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주시는 여지를 열어놓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용역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호남고속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 징계에 대해, 김병수 대표는 사업주의 당연한 권리이며 법적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이창석 사무처장이 김병수 대표에게 공식 대화를 제의했지만 김 대표는 이에 응대하지 않았다. 전주 시내버스 5개 업체 중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맺지 못한 곳은 호남고속이 유일하다. 그동안 전주 시내버스의 노사관계 악화로 전주 시민이 많은 불편을 겪었던 것이 버스위원회 구성의 배경인데 정작 그 중심에 있는 김병수 대표는 위원회에 참석해서도 여전히 노동조합과 대화를 회피하는 꼴이다.


워크샵 이후 본희의가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 위원회 이름을 결정했는데, 다수결로 ‘시민의 버스위원회’가 결정되었다. 이어서 분과 구성 등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버스업체의 재정문제를 안건으로 다뤄야한다는 제안이 이어지자 호남고속 김병수 대표는 갑자기 명찰을 집어던지며 회의장을 나가는 돌출행동을 벌였다. 뭐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면서, 대체 무엇이 꺼림직 하길래 재정문제를 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하게 하려는 걸까.


전주 시내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상식과 몰상식, 옳음과 틀림의 대결이다. 노·사를 서로 친하게 만든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몰상식과 틀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원인을 해결해야 해소할 수 있을 따름이다. 전주시는 위원회의 방향을 상식과 옳음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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