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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고민

김수연( icomn@icomn.net) 2020.04.04 09:50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 바이러스를 공포와 불안으로 느끼기 시작한 게 1월 말 정도부터이니 얼추 맞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라는 말은 ‘물리적 거리’라는 말로 바뀌고 아이들 개학은 여러 번 연기되었으며 사람들은 처음 겪는 일상을 살아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처럼 길게 느껴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을까. 봄꽃은 어김없이 피고 옷차림은 가벼워지는데 지내오는 시간만큼이나 마음은 점점 더 묵직해질 뿐이다.

 

꽃은 피고 코로나는 여전하고

 

코로나 시대가 일상이 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이러스에 걸릴까, 확진자도 무섭지만 확찐자도 반갑지 않은 그런 고민 말고,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서 생기는 먹고사니즘의 그런 고민도 말고 조금은 소소하지만 어찌 보면 무서운 고민들 말이다.

 

매주 수요일은 양심 찔리는 분리수거일

 

첫 번째 고민은 늘어난 택배 사용량만큼 늘어난 쓰레기 배출량이다. 필자는 원래 인터넷 쇼핑을 즐겨하지 않았다. 물건은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확인하고 사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코로나가 구매 패턴을 모두 바꿔놓았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쇼핑앱을 스마트폰에 여러 개 깔고 필요한 생필품을 이것저것 골라 담았더니 세상 참 편해서 좋았다. 그런데 아뿔싸. 택배박스며, 포장테이프며, 얼음팩이며 쓰레기가 나와도 너무 나온다. 분리수거 할 때마다 가뜩이나 인간으로 사는 미안함을 지구에 느끼고 있었는데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 엄마들도 한결같이 말한다. ”쓰레기가 나와도 너무 나와~!“

 

안부를 묻는 문자는 부드럽게

 

두 번째 고민은 따로 떨어져 사는 집안 어르신들을 챙겨드리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거다. 당장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 고모, 이모님들이 마음에 걸린다. 코로나가 연장자를 더 잘 공격한다는 사실에 선뜻 찾아가 뵐 수도 없다. 다들 섬처럼 살며 외로우시니 카톡만 열심히 보내신다. 서로를 챙기는 안부 문자에 오히려 사이가 돈독해진 것도 같다. 적당한 거리감이 관계를 좋게 만든다는데 이건 너무 적당하지 않아서 걱정되고, 걱정되니 말투가 공손해진다. 아니, 상냥해진다. ”엄마, 고모, 이모님 모두 건강하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쓰고 나면 씁쓸해진다.

 

언제는 알고 찍은 건 아니지만

 

세 번째 고민은 좀 거국적이다. 나야 뭐 살 만큼(?) 살고 인맥 쌓을 만큼 쌓았고 경력도 있지만 이제 막 사회초년생이 되는 아이들이 걱정된다. 한참 열심히 뛰어다니고 사람 만나고 일도 배우고 돈도 벌고 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물리적 거리 제한으로 발이 묶였다. 한 번 위축된 동선은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변화된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간다. 이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살만한 사람들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다. 바이러스 앞에 불안한 마음이야 모두 다 똑같겠지만 경중의 차이는 있겠다 싶다. 오죽하면 이번 선거도 새로운 얼굴들은 죄다 불리하단다. 알릴 수 없고 만날 방법이 없으니 조용히 묻힌다. 코로나로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쥐고 흔드는 자들의 얼굴은 여전히 그 얼굴이다.

 

연일 뉴스나 신문에선 코로나 이후 변화될 세상을 보도한다. 이미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사랑으로 고민하고 우정으로 고민하고 일로만 고민했던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그 자리를 새로운 고민들이 채우고 있다. 이것 또한 큰 변화다. 소소한 고민으로 머리 아팠던 세상은 이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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