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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집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

괜찮다고? 그 말을 믿어?

강미현( icomn@icomn.net) 2019.09.05 18:13

“엄마 잘 있어? 아부지도?”

타지생활을 하는 이들은 삶이 고단해질 때 시골집을 떠올린다.

마당. 마루. 밤하늘. 모깃불냄새. 이웃집 개짓는 소리.... 그리고 당신들은 괜찮으니 너나 잘 챙기라는 연로한 부모.

그렇게 전화가 끝나면 자신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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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없음)

 

연로한 부모들은  낡은 집에서 정말 괜찮은 걸까

 

하지만 연로한 부모들은 그들만큼이나 세월이 쌓인 낡은 집에서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방저방 할 것 없이 이야기꽃과 웃음이 만발했던) 추억속 세상에서 가장 안락했던 고향집은 과거이다.

우리의 부모가 사는 집들은 단열기준이 채 마련되지 않았던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집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단열재가 없는 집들이 부지기수고, 설령 단열재를 넣었다 해도 두께는 얇고 틈새 없는 시공은 찾아볼 수 없어 단열 성능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그렇다. 그 시기 대부분의 주택은 단열에 대한 개념 없이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무덥고 습한 여름날 외부온도와 실내가 거의 동일하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내온도가 오히려 더 높은 집도 있다.

여름만이 문제가 아니다. 집에 들이 치는 겨울 칼바람은 매섭고 차갑다.

나이가 들면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아 추위에 민감한데 단열이 되지 않은 집안은 외부와 온도가 비슷하다.

문제는 보일러를 틀어도 춥다는 것이다.

건물자체의 단열성능이 낮으니 기름 값이 많이 들어가도 춥다.(더구나 부모라는 존재는 기름 값 아깝다며 보일러를 제대로 틀지도 않는다) 또한 단열성능이 저하되니 결로가 발생하며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난다. 알다시피 일부 곰팡이는 진균독을 유발시켜 가족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현대사회에서 단열은 보건안전에 해당이 된다.

 

이런 이유들로 많은 고향집들이 단열보강을 위한 집수리를 시도한다.

하지만 집을 고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기름 값 아낀다고 보일러도 방하나 겨우 틀며 생활하는 부모들은 몇 천만 원을 들여 자신들의 공간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만 고치려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하고 포근해야 할 집이 덥고 추운 환경을 견뎌야 하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또한 최소한만 고치니 제대로 된 단열성능이 나올 수가 없다.

단열이라는 것은 벽만 단열재를 넣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문도, 지붕도, 방바닥도 단열 성능을 갖춰야 하는데 비용이 이유가 되며 많은 것들이 생략된다.

 

단열만 문제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단열을 하고 싶어 시작한 집수리는 막상 천정을 뜯어보니 건물 구조가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지금은 주택 한 평을 짓더라도 내진설계를 적용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집수리 현장에서 만나는 집들은 구조적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뼈대는 썩어 가는데 우선당장 돈이 없다는 이유로 눈가림을 한다.

큰 눈비가 오면 가슴 철렁한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정작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구조적 안전에 둔감하다. 사람이 살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속설을 주문처럼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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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집을 고칠 때 단열보강, 구조안전의 확보가 된다면 부모님에게 살만한 집인가.

여기에 최소 한 가지 요소가 더 확보 되어야 한다.

바로 집안 곳곳의 턱을 없애는 것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발에 힘이 풀려 넘어져 멍이 들고 생채기가 생긴다.

집안에 있는 작은 높이차도 발끝에 걸리며 넘어지기 일쑤다.

턱을 없애고 필요한 곳에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손잡이 그리고 난간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해주자.

연탄을 때던 시절 부모를 위한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의 광고를 기억한다.

지금의 주거환경에서는 [여보! 아버님 댁에 손잡이를 설치해드려야겠어요.]라는 문구가 필요하다.

 

집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편해야 할 집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자식들의 전화에 당신들은 괜찮으니 너나 잘 챙기라고 할 것이다.

부모님이 괜찮다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당신이 걱정할까봐. 당신이 신경쓸까봐. 당신 돈이 들어갈까 봐....

괜찮다고? 그 말을 믿어?

우리 믿지 말고 시골집을 바꿔주자. 그랬으면 좋겠다.

당신의 추억속 안락한 고향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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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 건축사. 건축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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