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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월 15일 뉴시스전북본부가 발표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전북지역 예비후보 여론조사’와 관련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인지도와 지지율이 낮게 나온 후보들이 이른바 여론조사의 결과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에 대한 논란에 대해선 뒤에서 짚어보기로 하고 우선 우리는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과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여론조사보도, 믿을 수 있을까?

 

해묵은 지적이지만 우리는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하고 그 결과를 절대화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여론조사는 한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등 전세계적으로도 여론조사의 결과가 선거에 직접 반영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론조사 보도를 과연 믿을만한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15대 총선과 16대, 17대 총선과정에서 방송사의 예측조사 결과가 모두 실패했던 사례는 상징적이다.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한편의 코미디’라거나 ‘세계 선거여론조사 사상 최악의 우둔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론조사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표본오차 때문에 조사결과의 차이를 실제의 차이로 절대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낮은 단가, 조사기관의 난립, 전문성 부족, 내·외부의 검증 시스템 미비, 급조된 조사, 조사 원칙 미준수 등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 여론조사기관들의 문제와 맞물려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조사업체의 홍보욕구와 재정이 열악한 언론사의 요구가 맞물려 정상 가격의 60~70%를 밑도는 가격으로 조사가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고, 선거철에만 반짝하고 나타나는 유령 조사기관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언론사들의 무분별한 여론조사 결과보도는 허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언론사와 후보는 물론이고 시민들마저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그런 문제점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언론사가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수치와 순위를 절대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예컨대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후보들간 우열을 가르고 순위를 정하는 경마식 보도는 여론조사의 맹점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하고 싶다면 정치인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 조사보다는 유권자 의제를 중심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의 나열이 아닌, 유권자의 궁금증, 즉 유권자들은 지역의 어떤 문제가 토론되기를 원하는지 조사하라는 말이다. 이를 토대로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지지율 조사가 필요하다면 조사결과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기 위한 정교한 설계는 필수적이다.

현행 선거기사심의기준은 여론조사와 관련해 제8조 ②항에서 언론사는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할 경우 조사 의뢰자,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등을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각의 사항이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뉴시스 여론조사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뉴시스의 여론조사 보도는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질문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후보들이 조사결과에 대해 편향성을 언급하는 이유도 질문내용의 공개여부와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는 후보약력 소개과정에서의 문제다. 예컨대 덕진구 예비후보인 황인택 후보는 대표경력이 하나만 소개되어 있는 반면, 완산을 예비후보인 김호서 후보는 대표경력이 3개까지 소개되어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2개씩 제시되었다. 이는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일이다. 주요경력은 1개면 1개, 2개면 2개, 모든 후보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결과에는 성별분포도, 연령별 분포도 등이 빠져 있어 ‘표본의 대표성’ 논란이 일 소지가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모집단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표본을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화여론조사에서 응답률(최소 15% 이상이 되어야 어느정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봄)이 문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초 설계가 잘 되었다해도, 응답률이 낮아지면 표본대표성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의뢰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뉴시스 전북본부와 전북CBS, 전북일보의 이야기가 다른 만큼 이에 대해선 해당 언론사가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주어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 질문지엔 뉴시스 전북본부와 전북CBS, 전북일보 3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발표할 때에는 뉴시스 전북본부와 전북CBS의 명의로 발표되었는데, 이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북CBS는 2월 16일 홈페이지에 뉴시스측으로 제안을 받긴 했지만 “뉴시스측에 공동조사 제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공동조사를 한 것처럼 발표한 점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면서 “또한 전주 지역외 다른 지역의 조사과정에서나 결과 발표시 저희 CBS의 이름을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뉴시스측과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 투데이에 전달했고 두 기관 모두 이를 수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는 이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질문지 및 표본대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함께 조사과정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자료공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자사의 이해관계를 여론조사를 통해 객관적 여론인 것처럼 포장하고자 하는 언론사의 시도나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편법으로 여론조사를 악용하는 정치인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자 한다. 여론조사는 과학적 조사방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여론조사 실시 주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후보들은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서로 자신이 1등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후보들마다 여론왜곡과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론조사를 악용하고 있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여론조사와 관련해 지역언론의 보도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예컨대 새전북신문은 2월 15일자 3면 <전주 완산갑 신건 20.5% 1위 완산을 정운천 20,6%…덕진 김성주 26.9% 선두: CBS예비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노컷뉴스)에서 뉴시스와 전북CBS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전주 완산갑의 신건 후보를 부각시켰다. 이 기사는 표제에서 ‘전주 완산갑 신건 20.5%’를 큰제목으로, ‘완산을 정운천 20,6%…덕진 김성주 26.9% 선두’를 작은제목으로 보도했다. 글자 크기와 굵기가 다른 것은 물론이다. 이는 편집을 통한 신건 후보 띄우기라는 해석을 낳을 여지가 있다. 신건 후보만 크고 굵은 글자로 보도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다루고자 했다면 ‘CBS예비후보 지지도 여론조사’를 표제로 ‘전주 완산갑 신건 20.5% 1위 완산을 정운천 20,6%…덕진 김성주 26.9% 선두’를 부제로 달았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새전북신문 2월 15일자 3면>

 

덧붙여 지지도 중심의 선거여론조사가 갖는 위험성을 감안할 때, 조사수치를 기사의 표제로 삼지 않는다는 다른 나라의 선거보도준칙을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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