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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민 참여를 통한 검찰 개혁

검사에 대한 인사와 감찰 개혁을 중심으로

이창수( icomn@icomn.net) 2019.11.26 22:55

검사의 인사와 감찰이 검찰 개혁

통상 검사는 검찰이라는 수사, 기소, 형집행의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조직인 검찰에 속한 법률전문가를 말할 수 있다. 여기엔 함정이 있다. 검사는 검찰조직에 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검사나 역사상 사인소추제도에서 형사소추를 하는 사인도 검사이거나, 검사의 권능을 부여받는다. 검사는 국가의 조직인 검찰청에 속해 있는 것이 본질이 아니다.

최근 검찰개혁이 최대 정치적·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맥락에 유의하면서, 수사와 기소라는 국가 ‘독점’ 기능을 가진 사람(검사)과 그 집단(검찰), 그 구조와 제도(각급 검찰청)(이하 ‘검찰’이라고 한다)에 대한 개혁(이하 ‘검찰개혁’이라고 한다)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가운데 법률적인 제도 개혁은 크게, 검·경 수사구조의 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이다. 즉 검찰의 직접수사(/인지수사)와 경찰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일부 또는 전부 폐지하거나 검사, 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특별한 수사와 기소를 위한 국가기관을 설치해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검찰을 준사법기관이라는 현실적인 인식을 전제로 사법권한을 적절히 분산하기 위한 의도이다.

또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와 각급 경찰청과의 관계 변화를 시행령이나 법무장관 훈령(과 예규)의 변경을 통해서 검사에 대한 감찰과 인사 등 법무행정을 법무부가 주도하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 보조기관들의 장을 검사가 아닌 자로 보임하는 법무부의 비검사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검찰개혁은 주로 제도개혁과, 부분적으로는 (검사에 대한 감찰과 인사 분야에 초점을 맞춰) 국가직 공직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법률적 개혁과 정부 자체 개혁 모두 쉽지 않다. 비록 공수처 법안이 국회 신속처리철차에 있다고 하지만,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불가를 천명하고 있고 다른 야당들은 선거법 개정 등과 같은 정치개혁법안과 연계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정부 자체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을 촉구했고, 법무부가 검찰개혁을 주도할 것도 밝혔다. 특히 제2기 법무부 검찰·법무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들 가운데, 검사에 대한 감찰과 검사 인사의 문제는 의미있는 검찰 개혁 영역이다.

그런데 검사에 대한 감찰과 인사 문제를 법무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첫째 감찰과 검사의 전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인 검찰 질서로 인해 관료화가 고착화되고, 개별 검사들의 수사와 기소를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주요 간부들,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의지와 판단에 영향을 받게 되어 사법정의가 왜곡되기도 하고, 검찰 자체의 비리와 비위 등으로 인해 국민의 검찰 불신이 높은 상황을 반영한다.

이 토론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특히 검사에 대한 감찰과 인사 기능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한다.

 

“다른” 검찰개혁의 환경: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안과 정치·사회적 환경

검찰개혁은 어느 정권에나 중요한 국정 개혁의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그 때 마다 검찰은 자체 개혁안을 제시하여 이런 국면을 피해 갔고, 권력의 통치력이 약화되면 새로운 권력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행위자는 대통령, 국회의원이나 각 정당 지도부, 검찰이었다. 그런데 이번 검찰개혁은 ‘서초동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결집함으로써 시민이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행위자 실체로 등장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집권 여당에 의한 검찰 개혁”이라는 구도가 명확해지고 집권 여당은 국민의 개혁 요구 또는 시민 동원을 통해 검찰 개혁의 사회적인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검찰 개혁 요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안(검·경 수사구조 개혁, 공수처 설치, 법무부 주요보직의 비검사화, 법무부의 검사에 대한 감찰권과 인사권 강화)에 대한 조건없는 지지로 나타나고, 여당의 공수처 설치 등 제한적인 검찰개혁 논의, 야당은 상대적으로 현재의 검찰을 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새로운 검찰개혁의 발상과 대안은 논의의 공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의 검찰 개혁의 철학적 기초는 여전히 진부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검찰 사무의 정치적인 중립’ 또는 ‘검찰 인사의 정치적인 독립’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화두이다. 검찰은 여전히 법원과 매칭하는 조직이라는 점도 진부하지만 여전히 영향을 갖고 있는 철학적인 기초다. 즉 검사는 사법관이자, 판사와 변호사와 함께 법조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토론자는 이런 발상으로 하는 검찰 개혁은 기존의 이해당사자들의 권한 조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검찰 개혁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고 본다. 즉 검찰 내부의 도당으로 자리 잡은 소위 엘리트 보직 검사들의 ‘거악’의 뿌리를 제거하고, 국가의 검찰권을 국민의 인권보호와 민주적인 사회 통제를 통해서 실현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검찰 개혁은 비위와 불법의 검사들에 대한 퇴출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 실현되어야 하고, 검찰권 행사가 평등하고 정의롭게 되기 위한 제도적인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요체라고 본다. 이것은 수직적인 검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감찰과 인사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여러 사회정치적인 조건을 감안하면 국민 또는 시민이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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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오마이뉴스)

 

검사의 감찰과 인사에 시민이 참여하는 제도 개혁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의 기본 발상은 비대해져 통제할 수 없고, 소수 엘리트 검사들과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들과의 카르텔이 형성으로 인해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 상태라는 인식에 출발하고 그런 병리적인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 검찰권의 분산(수사와 기소의 분리)과 검찰조직의 분할(주요 사건에 대한 사물 또는 신분 관할을 공수처로 이관) 또는 검찰 내부 통제 장치의 실효성 확보(법무부의 감찰권 강화)로 보고 있다. 또 방법론으로는 기존 형사사법의 주체인 경찰과 검찰의 수장들과의 개혁방안 합의를 통한 권한 조정과 법무부와 검찰 간의 기능적인 조정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런 조정된 정부 내의 안을 기초로 정부 여당 의원들의 입법 발의 또는 대통령령과 법무부 장관 훈령 등의 개정을 방식을 취한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의 방안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를 중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있다. 첫째 주권자인 국민이 검찰 개혁 과정에서 배제되고, 또 그 내용면에서도 국민은 검찰 개혁의 결과의 과실을 누리는 수동적인 객체로 보고 있다. 둘째 검찰 조직 내부의 수평적인·분권적인 개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어서, 검찰 내부에서 아래부터의 개혁 요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못해, 검찰의 인적 청산과 위계적·수직적 검찰 구조를 개혁하지 못한다. 평검사와 보직 검사들(/이른바 엘리트 검사집단) 간의 민주적인 관계 설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검찰총장 또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의 문제로 검찰개혁을 본다는 것이다.

 

국민과 전문가 풀에서 무작위 위촉하는 인사와 감찰 관련 위원회

통상 검찰 개혁을 논의할 때 정치권이나 법조 또는 학계의 논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주된 방향으로 설정한다. 전자는 개혁을 후자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말을 통해서 사실상 검찰 외부 즉 정치권의 검찰 개혁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검찰은 행정부의 한 조직이어서, 법원의 경우처럼, 사법의 ‘독립’으로 표현할 수 없으며, 실재로는 검찰 기능의 정치적인 ‘중립’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맥락에서 말하는 ‘민주적인 통제’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인 대통령 또는 국회에 의한 통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대통령은 행정수반으로서 당연 부속 기관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을 임명하는 등의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검찰의 정치적인 줄타기나 정치적 외압이 문제가 검찰 기능이 왜곡되는 역사적인 경험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검찰의 ‘정치적인 중립’도 중요한 표지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검찰 인사를 검찰 스스로 한다는 것도 권력기관인 검찰의 민주적인 통제의 요청에 위반된다는 사실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인 대통령이 행정 주요 기관장을 임명할 때도 정치적인 중립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제도에서는 검찰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한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가 그런 형식의 제도이다. 그렇지만 이런 제도적인 운영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정치적인 중립이 잘 실현된 적은 거의 없으며, 어떤 때는 외압으로, 어떤 때는 출세주의적인 엘리트 검사들이 스스로 정치권력에 종속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검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는 기존의 발상이나 제도들은 모두 국민을 위해 국민의 대표자들이 실행해 왔다는 점이 명확해 지고 제대로 개혁되지 않은 것도 이런 발상과 제도적인 한계에 기인한다는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오히려 검찰 개혁 중 인사 개혁은 국민의 주권이 직접 행사되거나 광범한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검찰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

국민이 주권을 직접 행사하는 방식으로는 검찰총장과 각급 고등 및 지방 검찰청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 등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은 사실상 하나의 헌법적인 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거나 행정부를 조직할 권한을 갖고 있는 선출직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점에서 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두번째 국민이 검찰총장 등의 인사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방식인데, 이는 현재의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구성을 전원 또는 과반 이상을 일정한 방식으로 추천 또는 추첨된 국민들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과 국회의 검찰에 대한 정치적인 외압을 벗어낼 수 있는 실효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라는 민주성 요청에도 부합된다.

검사의 인사 평정과 비위와 불법 검사에 대한 감찰 기능과 이를 실행할 조직의 운영은 법무부 또는 검찰 내부에 두는 것이 쟁점이 아니라,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누가 누구로 구성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이다. 이 경우에도 무작위의 국민과 일정한 법조자격조건을 가진 전문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풀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인사로 구성하면, 인사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 확보하는 실효성뿐만 아니라 국민 참여가 확대되는 민주성에 기여할 수 있다.

 

검찰 내부의 분권화와 민주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요청되는 이유 중의 상당 부분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소수의 엘리트 검찰 간부들에 의해 장악된 검찰 조직의 극단적인 관료제가 정치적인 외압으로 부터 검찰의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인 편향을 가속화되고,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인 보복의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또 이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검찰 조직 내부의 평검사들의 업무 집행의 독자성을 제약 또는 부인하고, 조직 내부의 민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 후진적인 조직문화가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직은 검찰총장의 임명권 하나만으로도 정치권력의 압력을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 직급을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장과 검사로 슬림화하고 상급 검사의 수사 및 기소 지휘권을 각급 청장만이 할 수 있도록 하되, 담당 검사의 이의제기를 더 넓히고, 기소배심제도의 도입과 필요적인 기소 관할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법원과 매칭한 검찰정책과 검사인사와 관련된 평검사대표체의 구성과 운영을 도입하는 것도 조직 내부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유연하고 분권적이면서 민주적인 개혁의 방안이다. 이를 통해 검찰 조직 내부의 평검사들이 개혁에 동참하는 추진동력을 끌어 낼 수도 있다. 다만 법원의 사례에서 보듯 그런 법원 자체의 내용만으로 검찰 엘리트 집단들의 부당한 불법과 비위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더 필요지만, 적어도 수직적인 검찰 조직 문화를 개혁하여 검찰 내부의 분권화에 기여할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의 싸움에서 국민에 의한 개혁으로

검사 인사와 감찰의 개혁을 일각에서는 ‘감찰은 법무부’가 ‘인사는 검찰청장’으로 이분화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치공동체의 조직 원리에도 부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찰을 자율적인 국가조직으로 간주하여 결국 인사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

검사의 인사와 감찰의 개혁 방향은 결국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참여를 확대하여 국민적인 개혁의 힘과, 검찰 조직내 검사들 간의 분권적이면서 민주적인 개혁의 추진 동력을 검찰 내부에서 끌어내,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며 정치추동적이고 대중추수적인 검찰 조직을 개혁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이 컬럼은 지난 2019년 11월 15일, 국회의원 이철희와 서울변호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법무부의 검찰 인사·감찰권, 통제수단인가 견제장치인가” 토론회에서 필자가 토론한 내용을 수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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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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