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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84조 매출 기업에 부당해고 값 700만원 부과는 코미디

이장우(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소장)( 1) 2013.05.13 22:58

지난 5월초,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전북지노위’라고 함)로부터 5월 7일에 심문회의가 있으니 노동자위원으로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현재 전북지노위의 고압적, 편파적 행태를 보면 참석하고 싶지 않았으나, 필자를 추천해 준 민주노총전북본부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실하게 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활동수칙은 지켜야 했기에 참석하기로 했다.

 

노동위원회와 노동자위원(정식명칭은 근로자위원이지만)은 딱 한글자만 달라 노동자위원이 노동위원회에서 뭐 대단한 끝발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발은 언강생심,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등에서 판정 권한도 없는 말 그대로 들러리로 전락해 있다. 노동위원회의 대부분의 권한은 ‘공정성’을 명분으로 니퍼와 펜치조차 구분할 줄 모르는 일부 관료, 법학자, 변호사 등(공익위원)이 가지고 있고, 노동 현장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거나 경영 일선에 있는 노동자(위원)와 사용자(위원)는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노동위원회의 각별한 환대를 받으며 퇴장해야 한다. 노동 사건 전문 기관에서 ‘전문성’을 빼버리는 아이러니한 사실이 지금 현재 한국의 노동 현실의 단면이다. 이러한 자괴적 현실도 필자를 괴롭히지만 필자를 추천한 민주노총전북본부와의 약속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선을 다해 심문회의(법원으로 하자면 재판)를 준비하고자, 5월 7일 사건 서류를 살펴보았다.

 

사건은 1년 매출이 ‘84조’가 넘는 이 지역 대규모 제조업체 불법파견 건 이행강제금(회사측이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일종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이며, 당시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입법됨) 결정회의였다. 이행강제금 제도는 평소에도 그 부과액수를 위법의 정도를 따지지 않고 대부분 최저액부터 순차적으로 조금씩 높여서 결정(예를 들어 1차는 250만원, 2차는 500만원, 3차는 750만원, 4차는 1,000만원 이런 식으로)한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많았다. 필자가 참여한 사건 역시 아니나 다를까 이 사건 조사보고서를 보니 이행강제금은 2년 동안 총 4회까지 부과할 수 있고 이번이 2차 결정회의고, 1차 결정회의 때는 ‘250만원’을 부과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매출이 ‘84조’나 하는 기업에 이행을 강제한답시고 25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더 기가 찬 것은 그 250만원이 이행강제금 최저액이었다. 이 기가 차는 얘기를 노동위원회 관료, 변호사, 법학자님들께 호소하였다.

 

이 사건은 이행강제금이 위법의 경중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최저액을 부과하는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이 제도의 실효성 부재와 차별 조장 측면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매출액이 ‘84조’인 기업에게 이행을 강제하겠다고 ‘250만원’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며,  매출액 ‘8천4백만원’ 기업과 ‘84조’의 기업을 동일하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차별이다. 따라서 이행 강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차별 조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출액에 비례하여 부과하는 소위 과징금제도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나중에 이 사건 결과를 물어물어 알아보니(노사위원은 퇴장해야 하니 사건 결과도 알 수 없음) 이행강제금 700만원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제 ‘84조’와 ‘700만원’이 되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소장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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