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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누구를 위한 시의원의 품격이란 말입니까?"

오현숙(전주시의원)( 1) 2012.11.15 13:28

“전주시의회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면 되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내 이익을 넘어 주변을 생각하고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희망 세상이란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전주시의회 전원회의를 통해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같은 문제도 전원회의를 거치지 않고 문자로 찬반 의견을 수렴했던 전주시의회에서 전원회의를 소집한다는 문자가 왔다. 지금까지 전원회의는 전주시 중요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별다를 문제의식 없이 참석했다.

 

논의 안건으로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적된 전주시의회의 잘못된 업무추진비 사용, 비교시찰 견학지, 국내출장 보고서 미제출에 대한 것이었다. 논의 안건 이후 공지사항에는 ‘의회 내에서 의원 간 화합을 저해하는 행동을 자제해 줄 것’과 ‘공인 입장에서 66만 시민의 대변자로 품격을 스스로 지키려는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권익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대해 의원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만 이해 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공지사항의 내용은 나를 겨냥한 것이었고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올렸던 ‘우리 왕국엔 왕들이 많이많이 살고 계십니다.’ 였다.

 

나에게 문제제기하는 의원들은 의회를 왕국으로 의원을 왕으로 표현하냐며 품격을 지키라고 원성을 높이지만 내가 경험한 의회는 그만큼 의원들이 권한을 누리는 곳이다. 전원회의를  소집해서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의 잘못을 따지겠다는 의원들의 계획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 의해 실행되지 않았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전주시에 산적한 중요 현안들에 대해서는 전원회의 조차 소집 할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의회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공개하고 비꼬았다고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지금 전주시의회의 현주소다.

 

의원들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외부에 알리기 전에 의원간담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해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 하지만 의원들의 해외연수나 의정비 인상 등 많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야기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잖는가?

 

흔히들 의원을 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이 지역의 수준으로는 소수의 기득권과 지역 토호와 인맥, 학맥 등 여러 연결고리만 탄탄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의원활동 아닌가 싶다.

 

이러한 집단 속에서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새로운 정치를 만들기 위한 희망보다는 새로이 맺어지는 관계에 익숙해지지 않고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일,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요즘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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