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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영제, 지금이다 [2] 엉망진창 전주시내버스, 유일한 대안은 공영제!

공영제, 지금이다 2/3

강문식(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 jbbusrun@gmail.com) 2014.11.26 22:53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영악화


(1) 5개사 중 4개사가 전액자본잠식

전주 시내버스 회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5개사의 자본총계 합은 –188억 원이다. 이런 경영악화의 결과 전주 버스업체에서는 상시적인 임금체불과 연료비체납이 발생하고 있다. 열악한 경영 상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지속되는 장기적인 추세라는 게 더욱 큰 문제다. 5개사의 2012년 자본총계는 전년도에 비해서도 90억 원 이상 감소했다. 호남고속을 제외한 전 업체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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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영악화는 시내버스 이용객 감소와 운송원가 상승에서 기인하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전주 시내버스 업체는 악화 속도의 기울기가 가파르고, 시내버스 업체의 경영투명성이 확보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2) 밑 빠진 독에 세금 붓기 : 시내버스 보조금 증가

경영악화가 심해지는 만큼 지자체의 보조금 또한 급격하게 증가해왔다. 2009년 95억 원에서 2013년에는 180억 원으로, 5년 사이 거의 200%에 가깝게 증가했다. 하지만 보조금이 증가하는데도 버스업체의 경영악화는 심화되고 있다. 


재정압박에 내몰린 한 시내버스 업체는 저상버스 보조금을 인건비․유류비로 사용하는 등 보조금 유용까지 저질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 버스업체들도 적자가 누적되어 올해 보조금으로 작년 비용을 정산하는 형국이다. 당연히 금융기관의 부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가 보조금만 늘리는 건 시내버스 경영악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버스업체의 경영투명화와 합리화를 가로막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회생가능성이 없는 버스업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전주시가 이 버스를 인수하고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 실시다.



유일한 대안은 공영제!


(1) 공영제란 무엇인가요?

전주 시내버스의 문제가 널리 회자되면서 그 대안으로 ‘공영제’에 대한 언급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공영제는 소유 및 운영형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상품의 생산과 공급을 공적 기관이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는 시내버스 공영제를 지방 혹 중앙 정부가 시내버스 관련 시설 일체를 소유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것으로 정의하고 살피겠다. 사기업․지자체 소유 외에도 협동조합, 노동자자주관리 등 여러 소유형태가 존재하지만 이들 소유형태를 공영제로 분류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보통 경제학에서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 상품(재화 혹은 서비스)로 정의된다. 비경합성은 나의 상품 이용이 다른 사람의 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비배제성은 상품의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특정인의 이용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대중교통 서비스는 다수의 이용을 전제하고 있고, 시민의 기본권인 이동권 보장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두 속성을 충족하고 있다. 


또한 공공재는 도로․항만․수리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에서 보듯이 수요자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사회 구성원 전체가 수요자가 되는 속성을 가진다. 대중교통 서비스 역시 간접적으로는 교통혼잡비용, 환경오염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그 수혜는 직접적인 이용자인 승객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돌아간다.


시내버스는 뚜렷한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고 공영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2) 준공영제 vs (완전)공영제

통상적으로 시내버스 운영 형태를 공공성 확보의 정도에 따라 민영화, 준공영제, 공영제로 단계가 구분되고 있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시내버스 업체의 운영손실 및 적정이윤 보상을 보장하고 대신 노선ㆍ운송수입금ㆍ차량 관리 권한 중 일부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형태로 서울ㆍ인천ㆍ대전ㆍ광주ㆍ부산 등 광역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에서 준공영제 시행과 함께 노선개편ㆍ1일2교대제 시행 등이 이루어졌고, 이와 맞물려 버스 이용객이 늘고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등 시내버스 실태에 일부 개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시내버스가 민간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고, 따라서 시내버스 업체의 회계투명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조금을 둘러싼 많은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준공영제 아래 시내버스 업체들 입장에서는 적자가 증가해도 보조금으로 보전받기 때문에 적자를 감소시키려 노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준공영제가 시행된 지자체에서는 하나 같이 시내버스 보조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하지만 같은 시기 민영제로 운영되는 지자체에서도 보조금이 큰 폭으로 증가해, 보조금 증가가 준공영제 시행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는 보다 면밀한 비교․검토가 필요하다.)



용어는 준‘공영제’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 기업이 시내버스를 소유․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민영제와 다르지 않다. 준공영제는 공영제의 일종이 아니라, 운송수입금․노선 공동 관리를 통해 일반 민영제에 비해 공공성의 정도를 높인 민영제의 한 종류로 정의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준공영제라는 표현보다는 수입금공동관리형민영제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시내버스 업체 측 입장을 대변하는 대중교통포럼에서도 준공영제를 민영제의 하나로 간주한다.


이에 반해 공영제는 시내버스 차고지, 승하차시설, 차량 등을 모두 지자체가 소유하고 지자체가 이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공영제.. 말은 좋은데 가능하긴 한거야?


(1) 국내 사례

한국에서는 신안군에서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안군은 343개 마을, 인구 44,000명 가량의 소규모 군이다. 공영제가 시행되기 전 신안군 시내버스는 도로여건이 바뀌는데도 버스업체가 노선개편을 방기하고, 적자로 인해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신안군은 6년에 걸쳐 민간버스업체의 버스를 인수하고, 공영제를 실시한다. 공영제 도입 이후 2006년 20만 명의 버스 이용객이 2013년 68만 5천 명으로 크게 늘고 지역상권 활성화와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안군 사례는 군단위 사례이기 때문에 중소도시 혹 대도시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인천ㆍ과천ㆍ서귀포ㆍ제주 등 도시에서도 적자노선을 중심으로 공영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조례 등의 규정을 통해 교통공사를 설립하거나 지자체 직영으로 버스가 운영한다. 


특히 인천은 전주시가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이다. 인천교통공사는 40대 버스를 보유하고 있고, 8개 노선에서 하루 406회 운행하고 있다. 공사가 직접 버스를 관리하기 때문에 9년 초과 노후버스는 1대도 존재하지 않고, 버스노동자들의 고용도 안정적이다. 40대 버스가 수송하는 평균인원은 1일 대당 630명에 달할 정도로 시민들의 이용빈도가 높다. 민간버스업체가 운영하는 전주의 1일 대당 수송인원은 350명에 불과하다. 인천광역시는 2009년 1월부터 준공영제를 시행했는데, 인천교통공사는 2010년 1월부터 시내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인천교통공사가 시내버스를 운행하게 된 배경에는 공사의 버스 운행을 통해 민간버스업체를 압박하겠다는 목표가 있기도 했다.



(2) 해외사례

해외에서는 더 광범위하게 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다. 의료민영화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공공재 대부분이 민영화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대중교통에 있어서만큼은 공공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뉴욕은 뉴욕대중교통공사(MTA)가 지하철, 버스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워싱턴도 워싱턴대중교통공사(WMATA)에서 대도시권 버스와 지하철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도 도 교통국 공기업에서 7,800대의 버스와 지하철, 노선절차 등을 운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캐나다 토론토 등 여타 세계 주요 도시들도 공적 기관에서 대중교통을 운영하고 있다.(‘통합관리’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대중교통의 특성상 수단 별 연계 정도에 따라 효율성이 크게 달라진다. 대중교통이 민간에 맡겨져 있는 한국은 시내버스,·지하철이 통합관리 되지 못하므로 각 운영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중교통 자원이 집중되거나 혹은 소외되는 지역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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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상버스. 사진의 출처는 미국연방교통청 홈페이지로, 교통청은 장애인 이동권(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공영제는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한다.


미국·유럽은 저상버스 보급률이 매우 높고(뉴욕은 100% 저상버스이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 노력의 근저에는 대중교통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공공재에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공공재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형태가 공영제이고, 공영대중교통과 시민이 이용하기 편한 대중교통은 유의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공약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미국 20여 개 지역, 에스토니아 탈린, 프랑스 지방도시 등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무상버스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나라 및 도시에서 무상버스가 가능한 것은 시내버스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영제 시스템이 갖추어져있기 때문이다. 공영제가 전제되지 않는 무상버스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공영제에 대한 요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공영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전주도 가능하다.



마지막 글에서는 공영제의 구체적인 장점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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