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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임시저장소라는 말 누가 믿나…정부는 뒤통수 칠 것 뻔 해

시민사회가 고준위 방폐물 시행령 규탄하는 이유는

관리자( jbchamsori@gmail.com) 2025.09.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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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시행령 통과를 두고 시민사회는 거센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왜 시행령을 반대하는 것일까. 핵심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은 설명회와 공청회를 요식화하거나 무산되면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주민들의 참여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당사자 의견 반영’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임시저장소의 ‘영구처분장’으로의 변화다. 정부는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건설을 허용했지만, 그 수명은 최소 50년 이상이다. 최종처분장 확보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임시저장소는 사실상 영구처분장이 된다. 이는 핵폐기물의 위험을 현재 주민과 미래 세대에게 그대로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다. 마지막으로. 핵폐기물 문제는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그러나 시행령은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만 위험과 부담을 전가한다. 이는 ‘사회적 연대’의 원칙을 허물고, 특정 지역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핵폐기물 문제를 일부 지역에 떠넘기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안전 공동체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편집자 주>

주민 배제, 민주주의 절차 무력화

“정부는 우리를 주민이 아니라 방폐물 처리장 주변 ‘인간 장식물’쯤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고창군 성내면에 사는 주민 김모(63) 씨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30년 가까이 한빛원전 인근에서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번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정식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는 공청회와 설명회를 ‘절차적 요건’이라며 서류상으로만 진행했을 뿐, 실제 주민 참여는 철저히 배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고준위 방폐물 관련 설명회는 주민 반발로 무산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도 시행령은 ‘무산 시 생략 가능’ 조항을 명시해, 주민의 참여 기회조차 제도적으로 박탈했다.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 최은정 씨는 “이 조항 하나로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주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린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제 사회가 강조해 온 원칙은 ‘주민 동의 없는 핵시설 운영은 불가’였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법적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거치며, 주민 목소리를 ‘걸림돌’로 치부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이 빠진 채 만들어진 법과 시행령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된다”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이번 시행령은 폐기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시저장소의 ‘영구처분장’화

부안 위도에 사는 주민 이영희(57) 씨는 지금도 2003년 방폐장 반대 투쟁 당시를 잊지 못한다. 당시 정부는 ‘임시 부지’라며 위도에 핵폐기장을 강행하려 했고, 주민들의 거센 저항 끝에 무산됐다. 이 씨는 “정부가 말하는 ‘임시’란 결국 ‘영구’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주민들은 이미 그 거짓말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역시 같은 우려를 낳고 있다. 원전 부지 내 설치되는 임시 저장시설은 설계수명만 최소 50년, 연장 시 60년 이상이다. 정부는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최종처분장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해외에서도 50년 넘게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한 사례가 허다하다. 독일은 1970년대부터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확보하지 못했고, 미국 역시 네바다주 유카마운틴 계획이 지역 반발로 무산된 지 수십 년이 지났다.

한 원전 안전 전문가(이름 비공개)는 “임시저장소가 사실상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결국 핵폐기물은 지역 주민과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마을이 100년짜리 핵 쓰레기장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함께 사는 사회에 역행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만 희생하라는 게 과연 정의로운 사회입니까?”
부안 출신의 대학생 최지훈(23) 씨는 이번 시행령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며 전주로 이주했지만,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친척들이 핵폐기물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이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북에 사는 제 부모님만 안전하지 못하다면, 결국 저도 안전하지 못한 겁니다.”

시민사회는 고준위 방폐물 문제가 공동체적 안전 원칙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한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 국제적으로 30km로 확대된 것도 바로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령은 그 범위를 고작 5km로 제한하며, 나머지 주민을 ‘안전 논의’에서 배제했다.

환경운동가 김재윤 씨는 “정부의 태도는 ‘그 지역 사람들만 감당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함께 사는 사회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전북뿐 아니라 울진, 경주, 부산 기장 등 원전 지역 주민들 역시 비슷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핵폐기물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며, 특정 지역에 떠넘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활동가는 “사회적 연대가 붕괴되는 순간, 우리 모두는 더 큰 위험 속에 살아가게 된다. 핵폐기물 문제는 단순히 지역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용의 이름은 가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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