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언제까지 화재의 두려움에 떨어야 하나요?"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활동지원 서비스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

2017.04.14 23:41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해선(40)씨는 1급 뇌병변 장애인이다. 11살에 장애인생활시설에 입소하여 18년을 살았고, 사회로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정 대표는 시설에서 야구방망이로 하반신을 맞아 골반이 상하기도 했다.

“밤에 불이 나면 그냥 죽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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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선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지난 2014년 4월 13일 서울의 한 연립주택에서 거주하던 한 장애인이 화재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장애인은 3급 장애 판정을 받은 탓에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언어장애로 화재 당시 누구에게 도움조차 호소하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자신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루 최대 16시간, 한 달 430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정 대표는 활동보조인이 없는 밤이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방에서 문까지 거리는 3m에 불과하지만 활동보조인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거리다.

“집이 소방서까지 거리도 멀어서 비상벨을 눌러봐야 빠르면 10분이 걸려요. 그 전까지 제가 스스로 벗어나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죠.”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차등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장애 정도는 활동지원 인정조사를 통해 결정하며 인정점수가 380점 이상이면 1등급이 되어 정부가 제공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최대로 이용할 수 있다. 한 달에 390시간으로 하루 기준 약 14시간 정도이다.

활동지원 인정조사는 세부 항목에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면 20점, 약을 챙겨 먹을 수 없다면 20점 등 추가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470점 만점 중 410점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활동지원 서비스(390시간)를 최대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전주시가 월 40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 그래서 월 430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정 대표가 최대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해도 밤에는 꼼짝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정 대표는 “장애인 등급제로 동물 취급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그마저도 부족합니다”고 말했다. 폭력으로 얼룩진 시설에서 벗어나 사회에 나왔지만 턱 없이 부족한 활동지원 서비스는 정 대표의 자립을 힘겹게 만든다.

14일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북도청 앞에서 가졌다. 활동보조 서비스 보장은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에 있어서 중요한 정책이다.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어가며 살아야 합니까? 전라북도에서는 응급E알림서비스로 대처 한다고 하지만 화재가 나면 바로 불을 꺼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장애인은 누군가 올 때까지 막연하게 불길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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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북도청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철폐연대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최근 전북도청이 활동지원 서비스를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내용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전북도청은 1일 최대 16시간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대신 활동지원 인정점수가 440점 이상 되어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철폐연대는 “인정점수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최대 인정점수를 400점으로 낮춰 중증장애인들이 조금이나마 두려움에서 벗어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440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면서 “결코 활동지원 서비스 추가 지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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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아닌 사회 자립을 위해 필요한 자립생활센터. 정부는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지원을 축소했다.

이날 철폐연대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추가 지원과 확대도 촉구했다. 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자립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다. 그러나 정부는 2017년 자립생활센터의 예산을 약 5% 삭감했다. 그러나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은 4% 증액했다.

장애인들의 자립보다는 시설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분위기. 그래서 철폐연대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말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차별과 억압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서 하루를 지정하여 시혜와 동정의 기념적인 행사를 일체 거부한다. 우리한테 4월 20일은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다.”

오는 4월 20일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이 시기가 되면 사회복지시설을 비롯해 지자체들이 개최하는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린다. 축제와 기념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행사를 지향한다면서 휠체어 체험, 시설장애인들에게 식사 제공 등의 행사가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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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혜와 동정, 장애인의 날을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립을 추구하는 장애인들은 시혜에 불과한 이런 행사를 거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라북도가 장애인의 날에 기념식을 할 생각보다는 장애인들이 어떻게 하면 자립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면서 “그 시작은 활동지원 인정점수를 낮추는 것부터입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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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메모지에 적어 전북도청 현관에 불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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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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