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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정규직 전환 위해 임금 삭감 참아야 하나요?"

국립식량과학원 비정규직 노조, 정규직 전환 과정 문제 제기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3.15 13:49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 전환 과정이 부당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자들 앞에 섰다.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국립식량과학원분회는 지난 13일 오전 국립식량과학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조건이 후퇴되는 정규직 전환을 국립식량과학원이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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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평등지부는 국립식량과학원분 청소·미화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조다. 청소·미화 노동자 11명의 노동자 중 7명이 가입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국립식량과학원도 노조와 지난 2월 8일부터 노·사 협의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7차례 노사 협의가 진행되었고 12일 최종 결렬됐다. 식량과학원은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 기간이 2월로 만료됨에 따라 3월 현재 계약을 한 달 연장한 상태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립식량과학원이 전환 당사자들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작년 9월부터 정규직 전환 노·사 협의를 요구했으나 불과 전환 시점 한 달을 앞둔 지난달 8일에야 처음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모두 5차례 협의를 연기했다며 식량과학원이 전환 과정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어렵게 열린 첫 노·사 협의에서 식량과학원이 정규직 전환 시 임금액이 담긴 한 장짜리 문서를 제시하고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노조는 “1차 협의부터 근거 설명도 없이 제시하고는 현재까지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하고 무기계약 전환, 진정한 고용 안정인가?”

식량과학원이 1차 협의 당시 제시한 올해 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6.4%에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다. 식량과학원이 제시한 임금은 올해 남자 208만원, 여자 198만원을 제시했다. A용역업체에 소속된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은 기본급, 상여금, 특별작업수당, 식대를 포함하여 남자는 월 203만원, 여자는 197원이다.

임금 총액으로 놓고 보면 한 달에 1만원~4만원정도 인상된 수준이다. 그러나 기본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무기계약 전환을 하는 조건으로 상여금 등 기존 수당을 없애고 항목을 단순하게 만든 임금안을 제시했다”면서 “소폭 임금 인상은 되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상승액과 상승률을 적용한다면 많게는 30만원 가까이 삭감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재 전북평등지부장은 “최저인금 인상에 따른 기대 임금이 대폭 하락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방식은 전북대 청소노동자들이 무기계약 전환 사례와 유사하다. 전북대는 올해 청소노동자들을 무기계약 전환하면서 ‘국립대 1호, 정규직 전환’이라고 평가하며 홍보한 바 있다. 무기계약 전환으로 그동안 저임금,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의 고충을 해소했다고 평가했지만, 내부적으로 임금 삭감으로 받아들인 노조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비정규직 차별도 서러운데, 남녀 차별이라니”

한편, 국립식량과학원이 제시한 임금안은 기대 임금 하락과 함께 남·녀 차별 요소도 담겨 있다. 작년에 비해 남성 노동자는 41,805원이 인상되는 반면, 여성은 9,400원 인상이 된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대 임금과 비교한다면 실질적 임금 삭감 효과는 여성 노동자가 더 큰 셈. 남성 노동자는 28만원이 하락되는 반면, 여성 노동자는 30만원이 하락된다.

노조는 “1차 협의부터 일관되게 예산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기존 용역업체에 보전해준 용역예산 25%를 처우개선에 적극 사용하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식량과학원은 “예산이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청소·미화노동자들을 찾아 “(예산이 부족하기에) 용역 업체와 계약이 힘들 수밖에 없고, 인원을 줄이는 방법 등의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이 말 한마디에 고용불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북평등지부 국립식량과학원 반연수 분회장은 “노조가 있기 전에는 오후 휴식시간 30분도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차별을 받아왔다”면서 “무기계약 전환을 합의하지 않고 용역업체 소속으로 남게 된다면 사람을 줄일 수 있다는 원장의 말이 우리에게는 상당한 압박이다”고 말했다.

전북평등지부도 “고용불안을 일부러 조장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며 정규직 전환과 고용보장 의무를 저버린 직무 유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지난 13일부터 노조의 주장 등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기자에게 말했지만 현재까지 어떤 입장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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