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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입시부정으로 파면 요구받은 지평선학교장, 이사장으로 복귀

전교조, "자정 능력 잃어버린 학교, 교육청이 엄단해야"...이사회, "적임자"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3.22 17:22

입시부정 의혹으로 논란이 되어 전북교육청으로부터 파면을 요구받은 사립 대안학교 학교장이 퇴직 후 학교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번 일이 사립학교의 고질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전북교육청의 책임 있는 지도·감독을 요구했다. <관련 기사 - 김제 지평선중 '입시부정' 뒷받침 녹취록 공개, 청탁과 부모 배경 먼저 살펴 , 지평선중·고교 '입시부정', 감사 결과 확인돼 >

전북 김제 지평선중·고등학교를 설립한 원진학원은 지난 2월 8일 2017학년도 제6차 이사회를 열고, 정아무개 전 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정아무개 전 교장은 전임 이사장의 여동생으로 지난해 초까지 지평선중·고교 교장을 지낸 바 있다. 정 전 교장은 2005년 중·고교 교장을 맡고 약 11년을 재직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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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부정으로 파면 요구받은 학교장...퇴직 후 이사장으로 화려한 복귀

정 전 교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지난 2016년 말 알려진 지평선중·고교 입시부정 사건 때문이다. 당시 전교조 전북지부와 전북지역 교육시민단체인 교육연대는  2015년과 16년, 두 해에 걸쳐 지평선학교 입시전형 과정에서 관리자들의 겁박으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바뀌는 입시부정이 일어났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단체들이 공개한 녹취록은 2015년 10월께 중학교 입학 합격자를 확정하는 이른바 ‘사정회의’가 끝나고 나서 열린 긴급회의 녹취록이었다. 이날 회의가 끝나고 3명의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바뀌었다.

당시 합격자가 바뀌는 회의에 참여한 교사 등에 따르면, 정아무개 전 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이 일부 합격자를 다른 불합격자와 바꾸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관리자들이 지목한 합격자는 부모가 다른 자녀(재학생)의 수익자 부담금이 밀려 있는 상태라는 점을 이유로 댔다.

지평선학교 측은 당시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일부 세력이) 마치 학교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합격자를 바꾼 것처럼 호도했다”면서 “입학전형 과정에서 어떠한 부정과 비리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을 강요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리고 정 전 교장과 당시 원진학원 이사장 등 3인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으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정 전 교장, 학교 문제 해결하기 위한 적임자”

논란이 되자 전북교육청도 감사에 나섰다. 전북교육청은 이번에 이사장으로 선임된 정 전 교장에 대해 합격자 순위 변경과 점수 조작 행위가 인정된다며 원직학원에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파면을 요구한 시점이 정 전 교장의 퇴직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원진학원은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파면은 이뤄지지 않고 정 전 교장은 퇴직했다.

당시 논란은 입시부정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정 전 교장은 전임 이사장이 교사들에게 부당한 사직을 강요할 당시 묵인하거나 동조한 점과 교사들에게 반성문 작성을 지시하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 등이 감사에서 지적됐다.

학교법인 원진학원 이사진들은 정 전 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이 사건에 대해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진학원이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 이사는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 학교운영의 치명적인 부패 사실이 드러났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사실이 없고 법적인 조치를 취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주변의 시선을 살피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명분을 가지고 학교문제를 더 선명하게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정 전 교장의 이사장 선임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이사는 “정 전 교장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드리는 것 같지만, 정 전 교장이 역할을 해주길 부탁한다”며 정 전 교장의 이사장 선임을 찬성했다.

전교조, “반성 없는 학교법인, 교육청은 확실히 지도해야”

한편, 이사장에 선임된 정 전 교장은 오는 4월 22일 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원진학원이 정 전 교장을 이사로 재선임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일. 전북교육청은 사립학교법 등의 제약으로 정 전 교장의 이사장 선임은 막을 수 없지만, 이사 승인 권한은 있기에 검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행정소송 등 사법적 판단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이사 승인 취소와 관련한 결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행정소송과 정 전 교장에 대한 사법적 판단 결과 등을 보고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소송은 오늘 4월 첫 변론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육청이 생각하는 사법적 판단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 강경표 사무국장은 “전북교육청이 사립학교를 지도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사립학교 정상화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파면을 권고한 교장이 이사장이 되고, 이사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교육청 스스로 그 지도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 전 교장의 이사장 선임과 관련하여 강 사무국장은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봐도 원진학원은 전혀 자기 반성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 전 교장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학생 선발 과정에서 부정에 대해 전혀 죄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원진학원은 원불교라는 종교적 색채를 가진 학교법인으로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사립학교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번에 또 드러났다”고 말했다.

참소리는 지평선중·고교 측과 원진학원 법률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해당 관계자는 “학교 사안으로 기자와 할 이야기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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