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함께 기억하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청년의 날 맞아 청년식당 사잇길서 점심 나눔 행사 갖기로

내달 29일, 159명의 젊은 생명이 짧게 꺼져버린 이태원참사가 3주기를 맞는다.
그 아픔을 가슴에 품은 유가족들이 이번에는 청년들과 식탁을 함께하며 '함께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전북지부(이하 10·29 유가협 전북지부)는 20일(토) 청년식탁 사잇길에서 ‘청년의 날’을 맞아 청년들을 위한 김치찌개 점심 나눔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유가족들이 직접 준비한 김치찌개를 청년들에게 대접하고, 식사 이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청년의 날은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따라 9월 셋째주 토요일로 지정됐다.
청년의 권리와 자립, 미래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올해는 청년식탁 사잇길을 찾는 청년들에게 특별한 점심을 준비했다.
참사 희생자들의 부모님이 손수 준비한 김치찌개이기 때문이다.
이날 식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제공되며, 이후 오후 2시부터는 유가족과 청년, 그리고 식당 후원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현장에는 전시물과 다과가 마련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참사에 대한 기억과 교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의 무책임과 시스템 붕괴가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 몰아낸 일로, 특히 희생자의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유가협 전북지부 한 유가족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어른으로서 통감한다. 하지만 이 참사는 특정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생긴 참사였다”며 “앞으로의 청년들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하고,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유가협 전북지부 유가족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참사 3주기를 앞두고, 단순히 슬픔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다.
식사 비용 전액은 유가족들이 후원한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도 같은 날 청년들을 위한 식사 나눔 행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식사 나눔의 음식으로 선택된 것은 김치찌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밥상, 함께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한 그릇의 음식을 통해 유가족들은 청년들에게 “너희들의 삶을 지지한다, 우리는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참석한 청년들은 식사를 마친 뒤 유가족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물을 보며 참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세대를 이어 참사를 기억하고 책임을 묻는 새로운 방식의 연대가 된다.
유가족들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광화문 광장과 전국 곳곳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의 공식적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제도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한 유가족은 “우리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청년들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다면 우리는 끝내 이 사회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라며 “기억하는 사회가 곧 안전한 사회다. 잊지 않고 함께 기억하는 청년들이 있어야 우리 모두가 바뀔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청년식탁 사잇길은 ‘청년주간’(9월 20일~27일) 동안 매일 청년들에게 김치찌개 한 끼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천주교 전주교구 김회인 신부가 직접 첫 번째 후원자로 나서 50인분의 김치찌개 선결제를 했다.
김 신부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식사 나눔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기억과 연대의 자리”라며 “많은 시민들이 선결제 후원에 참여해 더 많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와서 밥을 먹고, 마음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함께 준비한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는 "9월 20일에 청년식탁 사잇길에 울려 퍼질 구호는 단순히 청년의 날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참사를 기억하고, 청년들과 함께 안전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다짐"이라며 "159명의 이름이 여전히 광화문 광장 별들의 집에 빛나는 지금, 남겨진 유가족들이 청년들에게 건네는 김치찌개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고, 책임이고, 다짐이다.청년의 날에 청년들을 위해 마련된 이번 식사 나눔은, 참사의 교훈을 다음 세대와 나누고 또 다른 희생을 막아내려는 작은 실천이자, 유가족과 청년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기억의 공간"이라고 의미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