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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야~옹, 길에서 태어났지만 이웃입니다’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제 2 탄

박정희( icomn@icomn.net) 2019.06.20 14:54

고양이에게 빠진 동물, 호모사피엔스

얼마 전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동료교수가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고양이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이야기했다. 그분과 함께한 지가 20년이 넘는데 지금껏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이야기하는 내내 눈에서 꿀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분이 고양이와 함께 한 시간은 3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성장한 아들이 사정이 생겨 떠넘겨 받아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빠져든 사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엔 고양에게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많아졌다. 가까이는 나의 아버지 역시 나의 첫 고양이인 ‘타샤’에게 푹 빠져버렸다. 11살인 타샤는 절대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가족 모두는 타샤에게 빠져 그녀의 시중을 드는 것을 기꺼이 하며, 심지어는 서로 하고자 한다. 또한 개인 패션샵을 운영하며 시추 종류 강아지만 6마리를 키우던 부부는 어느 날부터인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캣대디가 되더니 시추와 더불어 고양이를 키우며 만날 때마다 자신들의 고양이를 이야기한다. 이뿐이 아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2019년 2월 19일 타계함에 따라 그가 딸처럼 아낀 고양이 '슈페트'(Choupette)에게 얼마의 유산이 상속되는가가 한동안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라거펠트는 평소 ‘슈페트는 내 세상의 중심이다’라고 했다 하니 그 사랑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고양이에 빠진 이들의 예만으로도 아마 지면을 가득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하건대, 고양이를 알면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동물이 바로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 사회는 반려견보다 반려묘(고양이) 쪽 성장이 월등히 크다. 고양이 간식 시장 규모는 5년 새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이는 같은 기간 강아지 간식 시장 규모가 1.8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이다. 이러한 반려묘 시장의 성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업인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특히 고양이 관련 사료, 간식, 용품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점점 더 인간들은 고양이에게 사로잡히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고양이는 오랫동안 반려동물로 사랑받아 왔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는 고양이를 새 사냥에 이용하는 그림이 있고, 동아시아의 십이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타이와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십이지 중 하나이다.

엉뚱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고양인 호모사피엔스란 동물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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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떤 동물인가

고양이가 어떤 동물인지 알아보자. 고양이는 식육목 고양이과에 속하는 포유류 동물이다. 과학전문저널 네이처 에콜로지 앤드 에볼루션에 따르면, 현재의 고양이들은 수천 년 전 서남아시아와 이집트 고양이 유전정보(DNA)에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고 한다. 사람을 선택하고 나서 오랜 기간 같이 있었지만 고양이들은 개들과 달리, 옛 습성이 살아 있고 발톱을 숨길 수 있어서 쥐나 작은 새를 사냥할 수 있다. 고양이는 15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으며, 다른 동물들보다 더 많이 잠으로써 에너지를 보존한다. 하루 수면시간은 다양하나 주로 12~16시간이며 평균 13~14시간에서 길게는 20시간도 잠을 즐긴다. 15년 살면 대략 10년을 자는 셈이다.

고양이는 또한 유연성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재미있는 말로 ‘고양이는 액체’다라고 까지 표현하니 그 유연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는 고양이는 인간보다 훨씬 많은 척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척추는 33개지만 고양이는 53개나 된다. 그래서 몸을 더 자유롭게 구부리고 좁히며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반대로 올라갈 때 그토록 우아하게 착지할 수 있다. 보통 고양이는 자신 몸의 6배 정도의 점프력을 가지고 있으며 타고난 유연성과 뛰어난 근육 움직임은 단 몇 초면 시속 50Km로 달릴 수도 있다. 100m를 10초에 달리는 사람이라면 순간 시속 36Km이니 우리가 고양이를 뛰어가 잡을 수는 없다.

고양이의 눈은 우리와 너무 달라 그 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혹은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기도 한다. 고양이의 커다란 눈동자를 보면 왠지 시력이 좋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낮에는 인간의 10분의 1 정도로 떨어지며 심각한 근시가 된다. 근시가 어느 정도 심하냐 하면 정지된 사물의 경우 겨우 6m만 떨어져 있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6분의 1의 빛만으로도 어둠 속에서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야간시력은 매우 뛰어나며 또한 고양이의 움직이는 사물을 보는 능력 (동체 시력) 역시 인간의 4배로 매우 뛰어나다. 특히 사냥감인 작은 동물의 재빠른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는데 1초에 4㎜를 이동하는 작은 움직임까지 확실히 볼 수 있다. 고양이가 앞을 바라볼 때 시야의 범위는 285도로 인간의 210도보다 넓다.

고양이 눈의 기능을 알든 모르든 고양이 눈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한듯하다. 동물과는 거리가 있지만 보석을 다루는 사람들도 고양이의 눈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보석 가공에도 캐츠아이 효과 (Cat’s eye effect : 원석을 다듬을 때 아랫면은 평평하게 윗면은 둥글게 처리하면, 반사되는 빛이 가운데로 모이게 되어 마치 고양이 눈처럼 보이게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라는 용어가 있고 하니 말이다.

 

길고양이는 사람을 싫어해. 정말 그럴까?

어떤 이들은 길고양이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길고양이 중에는 사람에게 키워지다 집을 나오거나 버려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처음부터 길에서 나서 살고 있다. 우리가 만나는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척 무서워하며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길고양이는 경계가 심하고 쓰레기봉투 근처를 기웃거리다 사람이 나타나면 다급하게 숨어버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풍경을 보이는 외국이 많다. 한낮에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담벼락과 골목에서 느긋하게 낮잠을 자거나 일광욕을 하는 길고양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도 있는 것을 보면 길고양이가 무조건 사람을 싫어하거나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비슷한 습성을 가진 길고양이인데도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나는 길고양이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사람에 대한 경계부터 배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

 

먹이와 물을 구하기 어려운 도시에서 길고양이의 삶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전쟁이다.

고양이에 대한 민원은 도심일수록 심하다. 시끄럽다. 냄새난다, 더럽다, 쓰레기를 뒤진다, 음식물을 훔친다 등등. 이렇다 보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나 캣대디들은 늘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되며 사람들의 힐난과 마주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들을 공격해도 대부분의 캣맘과 캣대디들은 싸우지 않는다. 혹시나 길고양이가 다칠까봐.

단지 배를 채우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쓰레기를 뒤져 길을 더럽히는 길고양이를 없애야 한다고 너무도 쉽게 이야기한다. 사방이 도로와 건물로 막힌 도시에서 안전한 곳을 찾지 못해 지하실에 새끼를 낳은 어미고양이를 밖으로 쫓아내기도 하고 나가는 입구를 막아 굶겨 죽이기도 한다. 사람들만의 세상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길고양이는 하루하루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의 절반 이상은 성묘가 되기도 전에 죽으며,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3년이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인 15년에 비하면 겨우 그 5분의 1을 살다 간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고양이에게 빠져드는 사람들 때문에 반려묘 산업과 시장이 커져가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생존 자체가 너무도 힘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쩨쩨하게 굴지 말고 조금만 나누면 안 될까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길고양이를 잡아 없애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길고양이가 없어지면 생각하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쥐의 증가이다. 실제로 이 문제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공중위생 문제를 가져온다. 그러니 길고양이에 대해 무조건 싫다고 하기 전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이자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동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의 삶을 조금은 따뜻하게 바라보면 어떨까.

우월한 사회적 지위에 놓인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공존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방법은 이미 있다. 많은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으니 우린 실천만 하면 된다.

우선 먹이 때문에 쓰레기를 뒤지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사료와 물을 제공해 길고양이의 건강과 거리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다, 고양이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TNR(TNR은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킨 뒤 제자리 방사(Return)하는 방법) 시행을 통해 적정한 개체 수를 유지하게 한다. TNR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길고양이와 같이 살아가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TNR 된 길고양이는 한 쪽 귀 끝부분을 잘라내는 표식을 해놓는다. 한쪽 귀 끝이 잘라져 있는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해서 더 이상 번식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고양이가 늘어나는 것이 싫다면 고양이를 괴롭힐 일이 아니라 주변 고양이들에게 TNR을 해달라고 전주시에 요청하면 된다. TNR과 먹이 제공이라는 따뜻한 해결책이야 말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분들을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이자 또한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법이다. 비용 역시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원래 먹거리 인심 넉넉한 전주는 올해부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길고양이에게 그 넉넉함을 나누는 것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쩨쩨함보다는 넉넉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미 안다. 길고양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조금 바꾸면 길고양이 또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대한민국 호모사피엔스의 이웃으로 말이다.

 

다음 이야기, 제 3 탄 ‘새를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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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기전대학 교수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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