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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 시행을 바라보며

김정환( icomn@icomn.net) 2019.09.11 17:24

학교폭력예방법의 시행과 문제점

 

학교폭력에 대한 개개인의 경험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학교폭력이 어린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반드시 해결되어야하는 문제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린 아이들이 폭력을 통한 공포, 우울, 불안, 이런 슬픈 단어들을 경험하는 것을 막아야할 책무가 있고 이를 위한 제도는 꼭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2004년 7월 처음 시행되어 지금까지 12차례 개정되었고 이제 12번째 개정된 법률이 2019년 9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필자는 모 중학교의 변호사 명예교사를 하고 있고 행정사건을 주로 다루다보니 학교폭력에 관한 상담 및 사건 진행을 여러 차례 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폭력사건을 처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 법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너무나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상호 피해자 가해자의 지위가 중첩되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 위원들이 1/2 이상으로 구성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결정은 어떤 경우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관용적이고 어떤 경우는 너무나 가혹하다. 학교장은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구속되기 때문에 다른 결정을 할 수도 없다. 심지어 같은 학교에서 일어난 거의 유사한 사안에 대해 서면사과 등 처분이 내려졌다가 다음 자치위원회에는 다른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사전 분쟁조정절차가 있지만 재량사항이라 분쟁조정 즉 화해의 시도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학폭위가 열리는 경우도 많다. 학폭위가 열리면 아이들은 수군거리게 되고 학폭위에서 가장 낮은 수위의 서면사과만 받아도 이는 법에 의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학생에게 낙인을 찍는다. 형사상으로 모욕과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없는 사안도 학교폭력의 개념으로는 언어폭력으로 포섭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해 처분이 내려지면 학생들은 형벌을 받는 것만큼이나 고통을 받게 된다. 즉 ‘선도적이고 교육적인 처분’이라는 명목으로 서면사과 등 경미한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이미 ‘학폭위가 열려 처분을 받았다’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낙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언급한 것 외에도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을 했고 학교현장을 비교육적 현장으로 만든 주된 원인이 ‘학교폭력예방법’이라는 것에 많은 학부모와 교육자들이 동의하게 되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이었던 것이다. 학교는 친구를 만드는 법도 배우고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와 대화하는 법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은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생긴 분쟁에 대해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하며 이에 따른 학부모와 교사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게 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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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정안의 시행

 

오랜 기간의 논의 끝에 학교폭력예방법에 매우 큰 개정이 이루어졌고 이는 2019년 9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간단한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교에 두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폐지하고,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였다. 학교 특성에 맞춰 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학교별로 너무 큰 차이가 나는 처분에 대하여 일관된 처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원하지 아니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두어 기존 제도보다는 화해의 폭을 넓혀 두었다. 물론 피해자의 의지가 중요하게 반영되는 것은 지난 법과 같아 사실상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전체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소속된 학생의 학부모로 위촉하도록 하여 학부모 위원의 구성을 일부 줄이고 전문가의 참여를 넓힌 것도 주요 변화이다. 이 외에도 몇가지 변화가 있으나 행정심판 등 법률 전문가가 알고 있으면 되는 절차적인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학교 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폐지와 함께 교육지원청 내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주된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넘어 폐지를 하는 것은 어떨까

 

A학교에서는 출석정지까지 나온 사안과 유사한 사안에서 B학교에서는 서면사과가 나오게 되면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화가 난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에 민감하지만 우리 아이의 폭력 문제가 되면 평등의 문제에 대한 예민함은 매우 날카로워진다.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지원청 관내 학교에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된 점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이 법이 너무 우려스럽다. 범죄에 이르는 심각한 사안은 소년법 등의 강화로 다루고 경미한 것은 선도와 화해 중심으로 다루면 안될까? 전학조치 및 퇴학처분 등에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면 교육법상 시행령 등을 이용하여 전국적 통일적 기준을 마련해 두고 각 교육지원청이 집행을 위한 구체화 규정을 만들 수 있게 하여 적용하면 안될까? 화해 절차를 필수로 두어 사전에 전문성 있는 인력으로 하여금 화해와 조정을 거치도록 하면 안될까?

필자는 최근 모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다녀온 적이 있다. 쉬는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강한 세기로 몸을 때리며 놀고 있는 학생들에게 “얘들아 그거 폭행이다. 함부로 사람 때리면 안되는거야. 특히 커서는 절대 그러면 안된다.” 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 즉시 “아니에요. 학폭 신고만 안하면 괜찮아요.”라고 답하더라. ‘학폭 신고 여부’로 잘잘못을 계산하는 순간의 판단이 놀랍고 슬펐다. 신고하면 무조건 위원회가 열려서 심지어 양심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서면사과 처분을 내리게 되고 그것이 낙인이 되는 학교폭력예방법.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그 변화가 학교폭력예방법 폐지라면 어떨까. 교육 현장을 잘모르는 교육 문외한이 법률 분쟁 현장만 보고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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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법학박사,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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