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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생의 전환점

김수연( icomn@icomn.net) 2019.10.05 12:50

지난 8월부터 혹독한 변화를 맞고 있다. 좋았던 인연과 일들이 여러 개 정리되었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굵직한 변화들은 주로 스물여섯 살, 서른여섯 살을 기점으로 왔다. 내년이면 마흔여섯이니 얼추 그 변화의 시기가 또 온 것이다. 사주 명리의 표현이라면 10년 대운이 온 거고, 영어식 표현이라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왔다고나 할까.

 

당시에는 안 좋은 일이 지나고 보면 내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일

 

 스물여섯의 해에는 큰 변화가 세 가지나 왔다. 든든한 울타리였던 아버지가 간암으로 4개월 만에 돌아가시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만나던 사람과 이별했다. 졸지에 가장이 된 나는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로 돈벌이를 모색했다.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 소매로 옷장사를 하면서 천원 벌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한번 선택한 일이 까딱 잘못했다가는 돈도 잃고 신용도 잃고 사람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빨간 날 없이 365일 밤낮으로 일했지만 젊어서였을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서른여섯의 해에 온 변화는 지난 몇 년의 경력단절을 깨부수는 일이었다. 육아와 살림으로 사회에서 점점 잊혀질 때 즈음에 문득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일었다.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작가를 양성하는 학원을 알아보고 바로 등록했다. 집이 있는 용인에서 학원이 있는 충무로까지 가는 긴긴 이동시간 동안 손에서는 늘 2,000원짜리 영화잡지를 놓지 않았다. 새로 나온 영화가 무엇이고 어떤 감독이 핫하며 개봉영화의 평점은 어떻게 되는지 세세하게 다 봤다. 작가가 언제 될 수 있을지 정말 막연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는 젊고 꿈이 확실했으니까. 

 

세상은 정체된 자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정체된 자인가? 변화하는 자인가?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고 벌써 8년째인 지금은 또 다른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동안 머리 쓰는 일을 많이 해왔으니 몸을 쓰는 일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유튜브로 간단 요리를 소개하는 요리채널을 운영해볼까, 아니면 잔잔하게 목소리를 깔고 라디오채널을 운영해볼까 등등 별생각이 머릿속에 떠돈다. 내년이 마흔여섯의 해라서 그렇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설렘보다 걱정과 귀찮음이 앞선다. 스물여섯, 서른여섯의 나는 생각과 동시에 바로 행동이었다면 마흔여섯을 앞둔 나는 생각만 무지하게 굴린다. 몸이 늙어가는 징조가 벌써 온 건 아닐까 싶어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아... 아직 쉰여섯, 예순여섯, 일흔여섯, 어쩌면 아흔여섯까지도 있을 수 있는데 벌써 그렇다니!! 

 

 활기찬 마흔여섯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당장 해야 할 것은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는 일이다. 생각한 것을 너무 재고 따지지 않는 것.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밀어내지 않는 것, 뇌를 말랑하게 만들어서 더 넓은 시야를 갖는 것! 마흔여섯이면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이리 배울 게 많고 이리 변화할 게 많다니 역시 인생은 고행의 연속이구나 싶다. 그것 또한 기쁘게 받아들이기!

 

처음이 어렵지 겪어보면 두렵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건 그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생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전은 결코 오래 가지 않더라. 스스로 정체를 선택하면 결국 소외되고 떠밀리며 내가 원하지 않는 변화를 억지로 맞이해야 하는 상황도 온다. 오늘도 뭔가를 얻고 배우기 위해 길을 나서 본다. 주말이라고 오랜 동갑내기 친구가 뮤지컬을 보자고 꼬셨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 처음 들어보는 춤, 처음 들어보는 스토리를 보면 뇌가 말랑해지겠지? 오늘 오전의 나와 오후의 나는 또 다르겠지? 그런 기대감에 두려움을 잠시 접고 설렘 가득한 맘으로 나가본다. 다음에 다가올 새로운 나의 마흔여섯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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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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