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추운 겨울, 마당견의 서글픈 삶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제6탄

박정희( icomn@icomn.net) 2019.12.04 14:49

겨울, 개들에겐 너무도 혹독한 계절

 

겨울이 온다는 것이 반갑지 않다. 어린 시절 긴 방학과 눈이 내린다는 설렘으로 그저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부터는 겨울은 그 추위를 준비해야하는 일에 대한 심난함과 눈으로 인한 교통의 불편함으로 먼저 인식되곤 한다. 요즘은 불편함에 더해 겨울은 나를 여지없이 불안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산지 9년. 매년 겨울이면 다른 계절에는 그저 불편한 것들이 걱정과 원망으로 변해 사람에 대한 절망으로 다가온다. 바로 마당 한 켠에 묶여서 1미터가 안 되는 공간에서 10년을 넘게 살아가는 개들 때문이다.

 

주택 지역에 오면 특히 도심을 벗어난 시골 지역일수록 1미터를 벗어나지 못하는 개들이 눈길을 돌리는 온갖 곳에 있다.

 

우리 동네도 예외가 아니다. 앞집, 뒷집, 옆집 그들의 삶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시리다. 혹자는, 아니 때 되면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개들도 있는데, 그래도 매일 밥은 먹으며 살지 않느냐고. 그러나 나에겐 그들의 그런 말은 조금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아니 되려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이들을 나는 경멸한다. 그들의 그런 태도는 생명이 무엇인지 작은 고민도 없기 때문이다.

 

묶여서 사는 개들에게 겨울은 어떤 계절일지 상상해보라. 추위를 오롯이 견딘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IE002539645_STD.jpg

사진: 영화 <안녕 베일리>의 한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개들은 천연 털옷이 있어 괜찮다고?

 

제발 털이 있으니 그들은 추위를 안탄다는 저급한 말은 겨울옷을 입었으니 당신은 추운 밖에서 겨울 내 생활해도 전혀 문제될 거 없다란 말도 안 되는 소리와 같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

우리는 두툼한 외투와 부츠, 장갑과 귀마개와 모자 그리고 그 위에 목도리로 둘둘 감고 싸매도 영하권에서는 하루 밤도 밖에서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단 하루 밤도.

 

마당 한 켠에 묶여 있다고 그들이 우리와 다른 생명체가 아닐까? 그들에게는 삶을 즐길 그 기본적인 권리도 없을까?

 

동물을 가까이 해본 사람들은 이미 다 안다. 그들도 폭신한 곳을 좋아하며, 따뜻하고 깨끗한 곳에서 아주 편하게 푹 잔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것을 즐길 줄 안다.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사랑하는 동료의 근처에 있기를 원하다. 추위와 더위를 타며,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도 당신이나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는 개를 묶어 키우는 것을 비난만 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아마 대부분은 개를 키우는 방식에 깊은 고민 없이 그들의 부모가 해오던 방식 그대로 그냥 할 뿐일 것이기에.

 

개는 추위와 더위에 강하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를 야생의 늑대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늑대는 추위에 강한 동물로 착각하는데 추위가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자연에서 추위를 이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이겨낸다. 그들은 추울 땐 서로 체온을 나눈다. 또한 지속적으로 움직이거나 자연지물을 이용하여 추위를 피한다. 개도 늑대와 비슷하니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체온을 서로 나룰 동료 개들이 있거나, 움직임을 통해 추위를 이기거나 혹은 춥지 않은 곳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묶여있는 개들은 대부분 한 마리씩 있으며, 움직일 수 없이 짧은 줄로 묶여 있고, 추위를 피해 있는 곳이 마땅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늑대가 아닐 뿐 아니라 늑대처럼 겨울을 피할 수도 없다.

 

개가 얼어 죽는다고? 들어본적 없어.

 

실은 추운 곳에 있는 개들 중에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경우가 상당하다. 개가 얼어 죽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으니 다른 일들에 바쁜 우리 인간이 모를 뿐이다. 뉴스가 없으니 우린 추위에 얼어 죽는 개가 없는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얼어 죽은 개’를 치면 참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 검색해 보시길.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개도 우리와 똑같이 추위를 느끼는 동물이다.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추위에서는 그들도 얼어 죽는다.

 

그러니 제발 추운 겨울, 그들이 단지 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추위와 상관없을 거란 생각은 거두고 그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자. 그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그들의 공간에 헌옷이나 헌 이불을 깔아주고, 되도록 볕이 잘 드는 곳에 집을 놓아주자.

 

겨울을 이길 선물, 산책

 

그리고 묶여 있는 개들에게 겨울을 이겨낼 행복을 선물하자.

바로, 산책!

하루 한 번의 산책. 아니 그도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번도 좋다. 평생을 한 곳에 묶여있게 하지는 말자. 가끔 하는 산책만으로도 개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희망을 갖는다. 그들은 산책하는 시간을 기다린다. 12월에서 2월까지 대략 12번의 산책은 그들에게 아주 다른 삶을 선물하는 것이 될 것이다.

저녁 뉴스에서 이 번주 일주일 동안 상당히 추울 것이란 예보가 나온다. 우리 동네 묶여있는 강아지들을 위해 오지랖을 부려야할 계절이 왔다. 앞 집 진돗개에게도 산책을 선물해야겠다.

-----------------

박정희 : 전주기전대학 교수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