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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노동자들 "고인의 죽음보다 회사이미지만 보는 사측" 비판 목소리

사측 공식 사과 거부 입장…유가족 단식 돌입

관리자( ycy6529@hanmail.net) 2024.07.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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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페이퍼 산재사망사고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4일 전주페이퍼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공식사과와 함께 작업장 안전점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유가족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2일 사측과 유가족측 법률대리인의 면담내용도 공개됐다.

면담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유가족측은 사인규명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고인에 대한 장례절차를 치르는 것이 우선되야 하고, 노동청의 조사 결과와 부검 결과 전 고인과 유가족에게 공식적 사과와 애도,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배보상에 대해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유가족과 합의하고 장례를 치른 후 추후 사고조사와 원인규명,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사인규명 전까지 합의를 포함한 유가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장례 등을 미루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아니며, 시시비비를 가려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또 다른 가해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번 사망사고로 회사의 이미지 실추 등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과 유가족이 요청하는 공식적 사과도 거부했다.

유가족 등이 국회를 비롯해 여러 장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대해 '일을 키웠다'는 얘기도 거론하며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전주페이퍼 산재사망사고 유가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최소한 만 19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유족에게 공식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작업장 내 안전 점검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줄 거라고 기대했다"면서 "도대체 회사는 뭐가 그렇게 억울한가, 자식을 잃은 가족보다 더 억울한 게 무엇인가? 아들의 죽음 앞에 진심어린 사과는 커녕 사인규명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사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재발방지대책 수립도 어렵다는 이야기는 유가족을 참담하게 하고 있다"고 분노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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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전주페이퍼,

죽은 아들을 앞에 두고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가?

너무나 건강했던 우리 아들이 지난 6월 16일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일하다 쓰러져 1시간 가까이 방치된 채 사망한 지 벌써 19일째입니다. 너무나 건강하고 너무나 착하고 엄마 걱정 한 번도 시키지 않았던 우리 아들이 차디찬 병원에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작년 11월 전주페이퍼로 현장 실습을 나가서 첫 월급을 받았다고 엄마, 이모들과 외할머니에게 자기가 번 돈을 봉투에 넣어주는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이 살아생전 남긴 수첩에 적은 인생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지도 못한 채 이렇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게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지난 7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회사로부터 만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기대했습니다. 최소한의 도리를 할 것이라고, 아들이 생전에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했으니, 최소한 만 19세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유족에게 공식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작업장 내 안전 점검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회사 대표이사를 만나고 참담했습니다. 도대체 회사는 뭐가 그렇게 억울합니까? 자식을 잃은 가족보다 더 억울한 게 무엇입니까? 아들의 죽음 앞에 진심어린 사과는 커녕 사인규명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사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재발방지대책 수립도 어렵다는 이야기는 유가족을 참담하게 합니다. 

유해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고작 공정에 배치된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6개월 된 신입을 홀로 투입한 회사, 작업 전 대기측정과 안전 마스크 하나 없이 현장에 투입한 회사, 청년 노동자가 혼자서 일하다가 사망했는데 30년 동안 재해 없는 현장이라고 주장하는 회사, 건강했던 19세 아들을 마치 지병이 있는 사람으로 왜곡하는 회사, 자식 잃은 부모 앞에 회사 이미지 운운하는 회사, 회사는 고인과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 박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사망한 지 19일째 아직도 차디찬 안치실에 누워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아들이 19년 동안 살았던 고향 순천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아들과 함께 돌아가는 그 날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 입니다. 아침 7시부터 회사 정문 앞에서 피케팅을 하며 우리 아들 또래의 청년들이 출퇴근하는 모습을 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식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유족은 요구합니다.

2024년 7월 4일

전주페이퍼 사망사고 고인의 유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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