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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연재] 류경호의 문화읽기(3)

류경호( 1) 2003.04.12 22:14

직장인들은 매일 점심시간이면 식사친구 찾는 일이 하루의 일과 중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일이다. 아예 아침부터 약속을 해두면 그 날의 할 일 하나를 던 것 같은 게운함을 느끼는 심사도 이런 탓이다. 결국 시간에 딱 닥쳐서 약속을 정하려면 그날 점심은 펑크나기 일쑤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결책은 구내식당이나 근처 단골식당을 찾아 홀로 식사하는 처량함을 감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의 처량함이란 왠지 ‘왕따’라는 생각에 눈치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혹 이런 분위기가 싫어 패스트 푸드로 해결하려면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부정적 기사 때문에 심정이 편치 않다. 이처럼 한끼의 즐거운 식사는 하루의 행복과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놓여있는 것이다.

식사는 사람의 됨됨이, 먹고사는 규모

예로부터 우리는 식사예절을 중시해 왔다. 길거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다든가 걸으며 무엇인가를 씹는다는 것은 용납되질 않았던 것이다. 또 밥상머리에서 조잘거린다든가 밥을 먹으면서 자리 옮기는 것을 금기처럼 여겨오기도 했다. 그만큼 식사는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이 정결한 멋이 있었고 가족이나 동료간의 우의를 돈독하게 하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식사예절은 곧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중매를 통하여 혼례를 치를라치면 양가의 가족들은 어느 호젓한 식당에서 맞선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 것을 보더라도 식사를 통하여 그 집안의 내력이나 예의 범절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생각하면 식사는 먹고 사는 규모의 정도를 나타냈던 것 같다. 실예로 한 지역의 이권이 얼마인가는 밥그릇의 규모에 비유한다. 한 영역을 두고 다투면 ‘밥그릇 싸움’이라며 세상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직장생활에 있어서 우열 다툼이나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통하여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처럼 지양되어야 할 예의범절중의 하나일 것이다.

활력주는 식도락

감정이 대립된 상태로 같은 밥상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불행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가정과 사회에서의 개인주의적 적개심은 즐거운 점심 뿐만 아니라 한 나라를 망칠 수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지닌다.

오늘 점심은 누구와 함께 나눴는가? 혹 직장 내에서 사원들간에 감정의 찌꺼기라도 있다면 한자리에 모여 점심을 함께하는 것도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연일 외톨이처럼 식당 한 구석에 혼자서 점심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처럼 지난 일이다 살아가는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보면 일상을 탈출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맛있는 점심식사 한끼가 살아있는 활력이 될 때도 있음을 잊지말자.



* 필자는 40년이 넘는 지역 연극 역사를 갖고 있는 전주 창작극회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극인으로써 또 생활인으로써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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