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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난 5일 저녁 전주 객사 앞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자그마한 촛불이 들려 있었다.

SOFA개정과 미군규탄을 위한 촛불시위가 전북에서도 진행된 것.

인터넷을 통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사회단체의 인사들부터 객사로 데이트를 나왔다가 참여한 젊은 연인, 효순이·미선이와 같은 또래인 어린 학생들까지 모여 이날 의식을 진행했다.

▲촛불 시위에 참가한 최다운 학생
전주 근영여자고등학교에 다니는 최다운(18)양도 자신이 가입돼 있는 '정정당당 대한민국'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메일을 보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이날 촛불시위에 참가했다.

최양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회장에게 건의까지 하며 이날 시위에 적극적이었던 학생.

"나는 단순히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 추모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 아니에요. 누구든 그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그 속에서 걔네들이 희생됐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부당하게 당해야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주권 국가의 한국인으로서 울분을 느껴요."

"미군 무죄요? 자기나라 생각이죠. 정말 약소국의 비애를 느껴요. 약하니까 소외당하고 항변할 데도 없고 정부마저 외면하잖아요. 김대중 대통령도 SOFA규정이 일본과 같다고 해놓고선 일본에서 이번에 벌어진 미군범죄에 대해 강경대응하니깐 아무말도 못하잖아요."

▲살인미군 처벌하라! 부시는 사과하라!
"더 이상 아름다운 나라(美國)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본 부시의 사과 발언은 더 화가 나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 군인이 자기나라 국민 죽이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렇게 사과했다면 부시가 가만있었을까요? 이건 우리나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거에요. 미군 판정만 보면 미국 형법상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 미국의 대통령인 부시까지 그러는건 미국자체가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14일 전국적으로 추모행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계속할 거에요. 이제 고3이라 시위에 참가하는 건 앞으로 힘들지 몰라도 SOFA개정하고 진정한 사과 받아내는 날까지 인터넷 사이버 시위와 불매운동도 동참할 거에요."

최양은 끝으로 "학교에서도 불평등한 SOFA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미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요? 이젠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시위가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최양의 모습은 비록 추위에 자그마한 얼굴이 상기되었지만 당당함이 베어 나와 있었다.

어른들의 나약함으로 인해 죽어간 아이들. 그래서 거리로 나선 아이들 앞에 우리는 무어라 답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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