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마을 만들기의 첫 시작은 민다나오 꼬따바또 삐낏의 바랑가이 날라빠안 주민들에게서 시작됐다.

피난민이 되어 삐낏 체육관에서 두 달을 보내면서 갓난 아이들이 많이 사망했다. 두 달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언제 또다시 폭격이 시작될 지 알 길이 없었다. 정부군은 폭격을 시작하면서 주민들에게 경고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무슬림인 주민들을 정부는 반군(MI)을 돕는 지지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주민들은 날라빠안을 '평화마을'로 선언하고 정부군과 반군을 찾아가 이를 보장하는 약속을 받자는 제안을 한다. 우리 자신부터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시작해보자는 것이었다.

평화를 우리 힘으로

그 뒤 많은 펀딩기관들이 와서 마을 복구를 도왔고 삐낏 성당을 중심으로는 평화교육이 진행됐다. 버트 신부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분쟁의 이유를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민다나오 분쟁의 역사, '과거'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평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은 아떼 아델(54)은 "주민들의 입에서 분쟁의 해결책을 얘기하고 그 토론의 결과들이 위로 올라가서 의견이 모아질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래로부터의 모색"을 강조한다.

평화마을 만들기는 이웃 마을로 확산해가고 있다. 이후 6개의 마을이 '우리 마을에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무슬림 지역이라고 해도 크리스챤과 원주민들이 섞여 살아왔고 무슬림 간에도 MN지지자와 MI지지자 간의 싸움이 끊이질 않았었다.

원주민 집을 가나 무슬림 집을 가나 사는 것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크리스챤이나 원주민이나 무슬림이라고 해도 그들이 농민이고 가난하다는 데는 차이가 없었다. 이사벨라의 농민들이 게릴라가 되는 이유나 민다나오 무슬림 농민들이 게릴라가 되는 이유가 내게는 같아 보였다. 가난 때문에, 땅 때문에...

'서로의 과거를 이해하고 분쟁의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삐낏의 평화마을 만들기 운동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접근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