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획

[필리핀 리포트] 발라이의 접근

편집팀( 1) 2002.12.24 14:20

바실란(Basilan) 섬의 발로보(Balobo)에 사는 허미 레빌라스(28, Hermy Revillas)는 지난 2001년 8월 아부사야부(Abu-Sayaff, 민다나오, 바실란, 술루 섬에서 활동, MI나 MN이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토지강탈에 항의해 독립을 요구하며 저항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사람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범죄집단으로 알려져있다)에게 남편을 잃었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는데 마당에 군인들이 서있길래 정부군이려니 했다. 그러나 아부사야부였다. 아들과 자신을 포함해 가족 세명이 함께 아부사야부의 인질이 됐지만 아들과 자신은 살아남고 남편은 그만 죽임을 당했다.

이 일이 있은 후 허미는 잘 지내던 무슬림 이웃들을 미워하게 됐다. 비록 그들이 한 일은 아니어도 그들은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저녁이 오는 게 두렵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발라이(Balay, 집이란 뜻)가 정기적으로 찾아와 속에 있는 분노와 슬픔을 밖으로 꺼내고 난 후 허미는 밝아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증상이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오는 '정상적인' 것이란 것도 발라이를 통해 알게됐다.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힘이 됐다."

발로보 마을은 무슬림이 대부분인 바실란에 있는 유일한 크리스챤 코뮤니티로 허미처럼 아부사야부에게 희생된 가정이 10여 가구 된다.

무너진 집과 마음에 희망을 채우는 발라이

발라이는 올 4월부터 일주일에 4-5일 정도 발로보 마을에서 상주하며 희생자 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을 진행했다. 이렇게 4개월이 지난후 8월에 만난 희생자들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살아야 겠다는 힘을 얻은 듯하다.

발라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평화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마음안에 있는 분노와 미움을 민다나오 갈등을 이해하고 대화로 해결책을 찾도록 시도하기 위해서다. 평화캠프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나누어 이뤄질 것이다.

더불어 발로보 지방정부와 함께 재난이 닥쳤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재난대비훈련도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마땅히 정부가 해야할 일이지만 정부가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 이렇게 하다보면 정부에게도 압력이 될 것이다.

발라이는 국내 난민 희생자가 있는 곳을 찾아 1년에 한 마을씩 정해 상담과 교육 그리고 약간의 생활지원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민다나오의 꼬따바또, 다바오, 잠보앙가와 강제철거민을 대상으로 하는 마닐라 이렇게 네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