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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교육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1)

편집팀( 1) 2003.02.02 16:36

[편집자 주] 2003년부터 본격화 될 교육개방의 문제점에 대해 진보교육연구소의 글을 기고받아 여기 게재한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대선은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일부에서는 의미를 추어주기도 하지만 김대중 정부와 교육정책의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섣부른 기대는 아직 이르다.

노무현 당선자가 내건 교육분야 정책기조는 '자율과 다양성'이다. 이런 방향 속에서 고교평준화는 유지하지만 특수목적고는 필요하다고 했다. 덧붙여 사립학교법개정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사학진흥법을 제정해 사학의 자율적 발전을 꾀한다는 절충적인 정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자립형사립고와 교육개방문제는 모호하게 처리하여 분명한 입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사교육비가 26조에 이를 만큼 심각한 문제이며, 원칙 없는 대학팽창정책과 대학학위의 상품성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로 학벌문제가 뿌리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교육도 개방을 해야 질과 경쟁력을 높힐 수 있다며 교육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의 우수학교를 유치하기 위한 계획이라며 사실상 교육개방을 제도화하는 법안을 상정해 놓았다. 심지어 이상주 장관은 교육개방은 소신이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가 외국의 우수학교를 유치하겠다고 내놓은 계획은 무엇인가. 교육시설과 교육과정에서 국내대학에 적용하는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되며, 내국인이 전혀 교육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기괴한 내용의 '사립학교법 및 고등교육법 개정안', 외국인이면 죄다 외국어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공무원법개정'이다.

교육개방 부추기는 경제자유구역법

작년 11월 정기국회에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는데 경제자유구역안에서는 외국인학교의 설립기준을 대폭 낮추고, 투자해서 생긴 이윤을 국외로 가져가는 것(과실송금)을 허용하며, 내국인의 입학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계획이 외국의 우수대학을 유치하는 것이라고 볼 사람은 없다. 우수대학을 유치하려면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적용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대학분교는 한 곳에 불과한데, 학교설립절차가 까다롭고 기준이 높은 것이 진출이 부진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에 관해 그네들이 얼마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외국의 현실로 한국교육의 모습을 비추어 볼 때, 한국이 질 높은 교육을 하기에는 규정과 법이 턱없이 허술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립학교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의 감사는 솜방망이 감사고, 사립학교법이나 교육정책이 황소라도 들락날락 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런 기준을 더욱 낮추고, '자유'라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해서 사립학교 '자율화'정책을 편다는 것은 어떤 말인가. 질 높은 교육보다는 사립학교가 떳떳하게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위대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내맡기겠다는 말이다. 이런 말이 더욱 신빙성을 얻는 근거도 있다. 이미 교육부는 02년 5월 OECD/US포럼에 참석한 뒤 공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교육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우수대학은 없고, 영리목적의 대학만이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교육불평등 가속화시키는 교육개방

교육개방은 '시장자유화'조치이다. 교육을 시장으로 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유화조치를 한다는 것은 공교육체계를 구성하는 틀을 시장의 틀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은 그 속성상 불평등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따라서 교육개방으로 교육시장화가 더욱 가속력을 얻게 되면 교육은 더더욱 불평등하게 된다. 이런 엄청난 문제가 그동안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다. 노무현 당선자도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피했다.

반면에 유럽은 교육부장관까지 나서서 교육개방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마당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쌀 개방으로 우리의 농촌을 잃을지 모른다.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공교육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상품과 같은 개방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교육개방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 강신현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gaurikhan@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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