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베트남방문 보고서를 마치려고 한다.
베트남을 가기 전에는 30년 동안 전쟁을 치른 나라이기 때문에 도처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
상 도착해 보니 전쟁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가 없고, 아름다운 풍경과 풍요로움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들도 보기엔 순하고 온화해 보였지만 무척 역동적이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긴장이 풀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이국적인 정취에 잠겨 해외여행을 나온 것 같아 흥겹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빈딩지역에서 한국군에 의한 학살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고 받은 충격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고통을 마주하면서 전쟁의 흔적은 외형적인 건물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의 신체와 마음 구석구석에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겉만 보면 대면할 수 없는 진실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도로와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복구되고 추모비나 전쟁박물관 등의 상징으로 남아있지만, 사람들은 그 고통과 기억을 뼈 속 깊이 새겨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겉만 보면 알 수 없고 피해 당사자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는 진실을 대면할 수 없다.
전쟁 당시 미군이나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당한 민간인들은 '베트콩'이 아니였기에 '열사'도 아니며, 그런 관계로 정부의 보조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마을 입구에 위령비를 세워놓고 가족들은 분노를 삭이며 묵묵히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며 있을 뿐이다.
베트남정부의 관료들은 "우리는 100년을 프랑스의 식민지로 살았다. 또 미국과 30년에 걸친 전쟁을 벌였다. 우리 민족이 전쟁으로 인해 받은 고통은 그 어느 민족보다 가혹했다. 더 이상의 고통을 우리 국민에게 안겨줄 수 없다. 우리 인민들에게 과거의 상처를 일깨우는 건 그들에게 창자를 끊는 고통을 주는 것이다. 지금은 상처를 아물리고 우리 인민의 힘을 '경제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인민들이 일단은 과거의 고통에서 빠져나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래에 과거가 반복되지 않는 힘을 가져야...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10년 이상 베트남에서 살아온 구수정씨는 "세계 최강의 미국을 완패시켰던 베트남의 자신감과 승자만이 지닐 수 있는 유연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4.3사건이나 한국전쟁시에 미군에 의해 학살당한 양민들의 가족들이 평생을 지긋지긋한 체험을 안고 살아왔지만 그 어떠한 정치세력에 의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화되어 버린 것처럼 이들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또한 '경제발전'이라는 명제아래 물밀 듯이 밀려오는 자본의 공세 속에서 해방전쟁을 통해 싸워서 쟁취하고자 했던 것들을 얼마나 지켜 낼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과거를 닫을 수 있는 것은 과거가 미래 속에 반복되지 않게 하는 힘을 가질 때 가능하다. 우리가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았던 이유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번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적이 없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기념’해온 우리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베트남 방문을 통해 우리를 다시 비쳐보는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대표 이해동, 강정구)' 에서는 사죄와 치유를 위한 활동으로 '미안해요 베트남'이란 내용으로 캠페인 등을 하였고, 베트남 중부지방인 푸옌성 투이호아현에 평화역사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푸옌성은 베트남전의 한국군 참전 역사를 상징할 만한 지역이다. 백마, 청룡, 맹호 등 3개 전투부대가 모두 거쳐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 중의 하나였다.
'평화역사관'은 현재까지 1억원의 성금이 모아졌는데 2000년 6월 2차대전 당시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갔던 문명금, 김옥주 할머니 두 분이 정부에서 받은 생활지원금 전액을 기부해 주었다. 이는 고통의 연대, 즉 고통받은 자들이 서로 아픔을 나누며 힘을 모을 때 고통은 가벼워지고, 또 다른 사람들이 고통 당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는 정신에서다. 앞으로 만들어질 평화역사관은 겉치레의 화해나 외교적 수식으로 치장된 형식적 교류가 아닌, 수많은 한국인들의 진정한 마음을 담아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간방패'의 목숨을 내건 활동을 보며 가진 부끄러움
최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인간방패로 활동중인 외국인 평화운동가들의 죽음을 외신을 통해 들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내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족들의 가옥을 철거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는 국제연대운동(ISM) 소속 평화운동가들인데, 영국인 여성평화운동가 1명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옥 철거를 막기 위해 집안에서 밤을 지새다 검거됐으며, 철거 위기에 처해 있는 가자지구 주민의 가옥을 지키던 미국인 운동가가 이스라엘 불도저에 깔려 숨졌고,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보호하던 영국인 평화운동가 1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직도 나와 우리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운동의 한계를 바라보면서, 민족을 뛰어넘어 평화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고개숙인다.
이러한 헌신적인 투쟁이 있음에도 지금 세계는 불행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미국은 전면적인 이라크공격을 끝내고 다음 사냥감을 찾기 위해 시라아와 북한을 들먹이고 있다. 이는 미국일방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적 틀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일시적이고 단기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 전 UCLA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반도'라는 제목의 글(홈페이지 www.tomdispatch.com)을 통해 미국은 조만간 이라크 문제가 군사적으로 정리되면 모든 관심을 북한에 쏟을 것이며 아마도 영변에 대한 정밀 폭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에도 이라크처럼 '정권교체'를 이뤄 한반도를 지배하는 제국의 위상을 굳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굴욕적 외교 버려야 한다
그는 또 노무현대통령이 진정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처럼 미국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의 완강한 호전적 자세로부터 자신을 더욱더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노무현의 방미결과는 굴욕적 외교로서 북미간의 첨예한 격돌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데 실패하는 꼴이 되었다.
이에 막연한 평화의 주장이나 전쟁의 참상에 대한 인도주의적 명분인 반전운동만으로는 지금의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를 구할 시간이 너무도 촉박하다" 는 찰머스 존슨씨의 경고를 새겨들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한반도에 대한 군사력증강 중단과 북미불가침조약을 체결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어찌 그리도 우리는 현 정세에 대해 무감각하고 자기만의 안위에 빠져 있는지......
베트남을 가기 전에는 30년 동안 전쟁을 치른 나라이기 때문에 도처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
상 도착해 보니 전쟁의 흔적은 쉽게 찾을 수가 없고, 아름다운 풍경과 풍요로움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들도 보기엔 순하고 온화해 보였지만 무척 역동적이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긴장이 풀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이국적인 정취에 잠겨 해외여행을 나온 것 같아 흥겹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빈딩지역에서 한국군에 의한 학살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고 받은 충격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고통을 마주하면서 전쟁의 흔적은 외형적인 건물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의 신체와 마음 구석구석에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겉만 보면 대면할 수 없는 진실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도로와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복구되고 추모비나 전쟁박물관 등의 상징으로 남아있지만, 사람들은 그 고통과 기억을 뼈 속 깊이 새겨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겉만 보면 알 수 없고 피해 당사자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는 진실을 대면할 수 없다.
전쟁 당시 미군이나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당한 민간인들은 '베트콩'이 아니였기에 '열사'도 아니며, 그런 관계로 정부의 보조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마을 입구에 위령비를 세워놓고 가족들은 분노를 삭이며 묵묵히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며 있을 뿐이다.
베트남정부의 관료들은 "우리는 100년을 프랑스의 식민지로 살았다. 또 미국과 30년에 걸친 전쟁을 벌였다. 우리 민족이 전쟁으로 인해 받은 고통은 그 어느 민족보다 가혹했다. 더 이상의 고통을 우리 국민에게 안겨줄 수 없다. 우리 인민들에게 과거의 상처를 일깨우는 건 그들에게 창자를 끊는 고통을 주는 것이다. 지금은 상처를 아물리고 우리 인민의 힘을 '경제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인민들이 일단은 과거의 고통에서 빠져나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래에 과거가 반복되지 않는 힘을 가져야...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10년 이상 베트남에서 살아온 구수정씨는 "세계 최강의 미국을 완패시켰던 베트남의 자신감과 승자만이 지닐 수 있는 유연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4.3사건이나 한국전쟁시에 미군에 의해 학살당한 양민들의 가족들이 평생을 지긋지긋한 체험을 안고 살아왔지만 그 어떠한 정치세력에 의해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화되어 버린 것처럼 이들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또한 '경제발전'이라는 명제아래 물밀 듯이 밀려오는 자본의 공세 속에서 해방전쟁을 통해 싸워서 쟁취하고자 했던 것들을 얼마나 지켜 낼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과거를 닫을 수 있는 것은 과거가 미래 속에 반복되지 않게 하는 힘을 가질 때 가능하다. 우리가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았던 이유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번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한 적이 없이 전쟁을 정당화하고 '기념’해온 우리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러한 불행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베트남 방문을 통해 우리를 다시 비쳐보는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대표 이해동, 강정구)' 에서는 사죄와 치유를 위한 활동으로 '미안해요 베트남'이란 내용으로 캠페인 등을 하였고, 베트남 중부지방인 푸옌성 투이호아현에 평화역사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푸옌성은 베트남전의 한국군 참전 역사를 상징할 만한 지역이다. 백마, 청룡, 맹호 등 3개 전투부대가 모두 거쳐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 중의 하나였다.
'평화역사관'은 현재까지 1억원의 성금이 모아졌는데 2000년 6월 2차대전 당시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갔던 문명금, 김옥주 할머니 두 분이 정부에서 받은 생활지원금 전액을 기부해 주었다. 이는 고통의 연대, 즉 고통받은 자들이 서로 아픔을 나누며 힘을 모을 때 고통은 가벼워지고, 또 다른 사람들이 고통 당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는 정신에서다. 앞으로 만들어질 평화역사관은 겉치레의 화해나 외교적 수식으로 치장된 형식적 교류가 아닌, 수많은 한국인들의 진정한 마음을 담아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간방패'의 목숨을 내건 활동을 보며 가진 부끄러움
최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인간방패로 활동중인 외국인 평화운동가들의 죽음을 외신을 통해 들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내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족들의 가옥을 철거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는 국제연대운동(ISM) 소속 평화운동가들인데, 영국인 여성평화운동가 1명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옥 철거를 막기 위해 집안에서 밤을 지새다 검거됐으며, 철거 위기에 처해 있는 가자지구 주민의 가옥을 지키던 미국인 운동가가 이스라엘 불도저에 깔려 숨졌고,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보호하던 영국인 평화운동가 1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직도 나와 우리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운동의 한계를 바라보면서, 민족을 뛰어넘어 평화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고개숙인다.
이러한 헌신적인 투쟁이 있음에도 지금 세계는 불행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미국은 전면적인 이라크공격을 끝내고 다음 사냥감을 찾기 위해 시라아와 북한을 들먹이고 있다. 이는 미국일방주의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적 틀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일시적이고 단기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인 찰머스 존슨 전 UCLA 교수는 '위기에 처한 한반도'라는 제목의 글(홈페이지 www.tomdispatch.com)을 통해 미국은 조만간 이라크 문제가 군사적으로 정리되면 모든 관심을 북한에 쏟을 것이며 아마도 영변에 대한 정밀 폭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북한에도 이라크처럼 '정권교체'를 이뤄 한반도를 지배하는 제국의 위상을 굳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굴욕적 외교 버려야 한다
그는 또 노무현대통령이 진정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처럼 미국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의 완강한 호전적 자세로부터 자신을 더욱더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노무현의 방미결과는 굴욕적 외교로서 북미간의 첨예한 격돌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줌으로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데 실패하는 꼴이 되었다.
이에 막연한 평화의 주장이나 전쟁의 참상에 대한 인도주의적 명분인 반전운동만으로는 지금의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를 구할 시간이 너무도 촉박하다" 는 찰머스 존슨씨의 경고를 새겨들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폭로하고 한반도에 대한 군사력증강 중단과 북미불가침조약을 체결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어찌 그리도 우리는 현 정세에 대해 무감각하고 자기만의 안위에 빠져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