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장을 보러 많이 나온다는 오후 4시, 전주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장 안은 분주하다. 유료주차임에도 주차장에는 차가 꽉 차있고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한다.
반면 SSM 바로 앞 도로 양 옆으로 야채가게, 생선가게, 정육점 등 상점들이 많지만 그 곳에는 손님들이 없다. 뒤편에 있는 작은 시장에는 더더욱 사람이 없다. 불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광경이다.
“집 근처에 SSM이 생긴다면 어디로?”
위의 질문에 대다수는 저렴하기 때문에 동네마트보다는 SSM을 가겠다고 대답한다. 기업형슈퍼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 조차도 이곳이 더 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SSM이 싸다고 볼 수 있을까? 전북지역 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23일 SSM과 동네슈퍼의 몇몇 생필품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오히려 SSM이 더 비싸다고 발표했다.
특히 세탁세제는 40%가 넘는 가격차이로 SSM에서 더 비싸게 팔고 있어서 반드시 SSM이 저렴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SSM이 저렴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대형할인마트와 동일한 유통망을 이용하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홈플러스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를 앞세워 “홈플러스 가격이 착해”라고 광고하게 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된다.
자주 이용되는 몇몇 품목만 노마진으로 판매하는 세일 역시 여기에 한 몫 한다. 제살 깎아먹기처럼 보여도 소비자들이 세일품목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어난 소비자 수 만큼 전체 매출은 증가한다.
중소상인들 아무리 수를 써봐도...
현재 중소상인들은 대규모 자본력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SSM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보인다.
한 중소상인은 “SSM이 들어서고 나서 확실히 매출이 줄어들고 주변 상권이 타격을 받았지만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명 7명꼴로 대응책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중에서 3명은 SSM 수준의 가격인하, 전단지 배포, 마일리비 서비스 실시, 취급품목 확대, 배달서비스 실시, 점포 환경개선과 같은 전략을 택한 곳도 있다.
하지만 SSM의 부당 행위에 생존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동네마트 납품업체에게 SSM 납품 중단 압력 행사, 가두 카드신청 및 과도한 사은품 제공, 경쟁상품 무차별적인 덤핑판매 지속과 같은 부당행위로 말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선 SSM과 경쟁이 애당초 불가능하다가 60.6%로 높게 나타난 반면 경쟁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중소상인은 2.9%에 불과해 중소상인들의 속수무책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 중소상인은 “대기업에 대해 소상공인들을 맨주먹으로 싸우게 하는 것은 공정한 싸움이 아니다. 승패에 냉혹한 프로권투에서도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를 구별한다”고 말했다.
3000평 점주가 20평 점주 교육... 비현실적인 정부 정책, 도움안돼
전주 슈퍼마켓협동조합 이헌식 기획실장은 “중소상인들에게 SSM 대응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떻게 개인이 대기업하고 대결할 수 있겠냐”면서 “조합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사업조정제도 정도가 있지만, 이 역시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상인들이 점점 빈곤해져가니 고객서비스부터 매장관리까지 전반적인 것들을 무료로 교육시킨다고 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있는 보험도 다 해약하고 차량도 책임보험만 들고 장사해도 궁핍한데, 죽기 직전에 교육 받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질 않는다며 허울뿐인 정부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또한 “3000평 점주가 와서 20평 점주에게 가르치는데 현실과 매치가 안 된다”고 교육내용도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6월 중소기업회가 SSM 주변 소매점 실태조사를 한 결과 현재 경영상태로는 10곳 중 6곳이 1년도 버티기 힘들다고 밝혀졌다. SSM이 늘어나는 만큼 중소상인들의 그늘도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SSM이 별다른 제재 없이 골목상권까지 확장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반면 SSM 바로 앞 도로 양 옆으로 야채가게, 생선가게, 정육점 등 상점들이 많지만 그 곳에는 손님들이 없다. 뒤편에 있는 작은 시장에는 더더욱 사람이 없다. 불과 1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펼쳐지는 광경이다.
“집 근처에 SSM이 생긴다면 어디로?”
위의 질문에 대다수는 저렴하기 때문에 동네마트보다는 SSM을 가겠다고 대답한다. 기업형슈퍼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 조차도 이곳이 더 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SSM이 싸다고 볼 수 있을까? 전북지역 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23일 SSM과 동네슈퍼의 몇몇 생필품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오히려 SSM이 더 비싸다고 발표했다.
특히 세탁세제는 40%가 넘는 가격차이로 SSM에서 더 비싸게 팔고 있어서 반드시 SSM이 저렴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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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비자들이 SSM이 저렴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대형할인마트와 동일한 유통망을 이용하고,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홈플러스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를 앞세워 “홈플러스 가격이 착해”라고 광고하게 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된다.
자주 이용되는 몇몇 품목만 노마진으로 판매하는 세일 역시 여기에 한 몫 한다. 제살 깎아먹기처럼 보여도 소비자들이 세일품목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어난 소비자 수 만큼 전체 매출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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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세일 현수막까지 내걸고 영업 중인 SSM 모습. 이들이 파는 세일상품 대부분은 중소상인들이 엄두도 못내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
중소상인들 아무리 수를 써봐도...
현재 중소상인들은 대규모 자본력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SSM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보인다.
한 중소상인은 “SSM이 들어서고 나서 확실히 매출이 줄어들고 주변 상권이 타격을 받았지만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명 7명꼴로 대응책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중에서 3명은 SSM 수준의 가격인하, 전단지 배포, 마일리비 서비스 실시, 취급품목 확대, 배달서비스 실시, 점포 환경개선과 같은 전략을 택한 곳도 있다.
하지만 SSM의 부당 행위에 생존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동네마트 납품업체에게 SSM 납품 중단 압력 행사, 가두 카드신청 및 과도한 사은품 제공, 경쟁상품 무차별적인 덤핑판매 지속과 같은 부당행위로 말이다.
또한 이 보고서에선 SSM과 경쟁이 애당초 불가능하다가 60.6%로 높게 나타난 반면 경쟁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중소상인은 2.9%에 불과해 중소상인들의 속수무책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 중소상인은 “대기업에 대해 소상공인들을 맨주먹으로 싸우게 하는 것은 공정한 싸움이 아니다. 승패에 냉혹한 프로권투에서도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를 구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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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한 기업형슈퍼 직원들이 양옆으로 좌판을 차리고 장사하는 상인들이 있음에도 버젓이 길가까지 나와 생선을 팔았다. |
3000평 점주가 20평 점주 교육... 비현실적인 정부 정책, 도움안돼
전주 슈퍼마켓협동조합 이헌식 기획실장은 “중소상인들에게 SSM 대응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떻게 개인이 대기업하고 대결할 수 있겠냐”면서 “조합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사업조정제도 정도가 있지만, 이 역시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상인들이 점점 빈곤해져가니 고객서비스부터 매장관리까지 전반적인 것들을 무료로 교육시킨다고 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있는 보험도 다 해약하고 차량도 책임보험만 들고 장사해도 궁핍한데, 죽기 직전에 교육 받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질 않는다며 허울뿐인 정부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또한 “3000평 점주가 와서 20평 점주에게 가르치는데 현실과 매치가 안 된다”고 교육내용도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6월 중소기업회가 SSM 주변 소매점 실태조사를 한 결과 현재 경영상태로는 10곳 중 6곳이 1년도 버티기 힘들다고 밝혀졌다. SSM이 늘어나는 만큼 중소상인들의 그늘도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SSM이 별다른 제재 없이 골목상권까지 확장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