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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만금 미사를 마치면서

새해 소망을 담아

김근오 시민기자( jbchamsori@gmail.com) 2025.0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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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 저 멀리 부안 해창갯벌에 진을 펼치며 기도를 시작했는데, 어느 새 차가워진 겨울바람을 맞으며 도청앞 거리에서 마지막 미사를 올렸다. 6개월간 26차에 걸친 미사의 주제는 일관되게 새만금 상시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 기원이었으며, 연말 연시에는 계엄 및 탄핵 정국과 맞물려 이 땅의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주제가 추가되기도 하였다.

여름철 미사 때는 도민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되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구내외 여러 신자 분들이 참여해 주었고, 가을에는 쾌청한 날씨 덕에 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었으며, 겨울에는 비록 추운 바람이 불었지만 생명을 살리려는 따뜻한 마음으로 꾸준한 발길이 이어졌다.

천주교 미사를 시작할 때는 늘 참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새만금 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을 함부로 대하며 많은 생명들을 짓밟는 인간들의 못된 행동에 대하여 하느님께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였다.

잘못된 정책과 거짓 선전에 의하여 추진되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새만금 개발사업에 대하여 교구내 많은 신부님들이 참여하여 강론을 이어가셨다. 그 모순과 사기성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힌 노릇인지라, 필자 역시 부안 해창 갯벌 미사에서부터 종종 참석하였으며 전북 도청 거리미사에는 꾸준히 참석하였다.

새만금을 주제로 미사를 드리다보니 이곳에서 벌어지는 생태학살과 사업 내용의 모순성이 비단 여기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환경 현안들과 우리네 삶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산처럼 쌓여가는 쓰레기들과 이들이 결국 바다로까지 흘러가서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 최대 몇 십만 년에 걸쳐 방사능을 뿜어대지만 여전히 처치곤란인 핵발전소의 쓰레기들, 기후를 덥히는 온실가스로 인해 생존위기에 내몰리는 기후위기 문제, 서식지 파괴와 생태계 훼손으로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는 멸종의 문제 등등

그중 새만금 미사에서 꾸준하게 등장한 현안은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문제였다. 블루카본 생산지로서도 주목받고 있는 생명의 보고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시대에 매우 중요한 일임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중에서도 새만금 갯벌은 생물다양성이 단연 우수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한 지역을 33년째 난도질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기에, 그러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상시해수유통과 생태계 복원이라는 염원을 담아 하늘에까지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기원 미사를 드리는 동안 도민 서명운동은 일만명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으며, 새만금기본계획에 상시해수유통을 반영하기 위한 운동본부를 출범시켰고, 정치인 및 유관기관 면담과 새만금 현장 탐방을 추진하게 되었다.

특히 도청 앞에서 미사를 드리니 도청 해양수산국 등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화에 적극 응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도 하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고도 했다.

생명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고 이를 되살리려는 이들의 노력이 하늘에 가 닿는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평화의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모순적인 삶의 방식과 태도를 조금이라도 바꿔가면서 생명들의 공존을 꿈꾼다면 새만금의 앞날에도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까,...

새 포대에 새 술을 담는 기분으로 새해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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