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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난 6일밤, 마을 내측 길을 통과하던 대형 야간 공사차량을 억류했던 강정마을에서 또다시 야간 공사차량 저지를 위한 힘겨운 투쟁이 있었습니다.

 


한글날이었던 지난 9일 저녁시간에 5톤 냉동 탑차 세 대를 비롯한 대형공사 차량이 진입하자,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다시 한번 해군기지 사업단과 공사현장 정문을 막고, 냉동 탑차에 실린 화물이 화약이나 유독성 화학물질인지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해군기지 공사장으로 출입하는 출퇴근 차량만을 보내주고, 화물차량은 기지 공사장 내에 남겨둔 채로, 언덕 위의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과 아랫쪽 강정천 옆 기지사업단 정문에 두 무리로 나뉘어서 밤샘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강정천을 따사로이 비추던 태양이 지자, 어둠이 내리면서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마을삼촌들께서 침낭을 가져다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한 데서 자면서 배라도 고플까봐 치킨과 음료수, 따뜻한 차와 간식을 챙겨주시는 삼촌들, 막걸리를 가지고 오셔서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일과에 피로해진 허리를 누이기 위해 일찍 침낭에 들어가 잠을 청하였습니다. 공사장 정문 아래 한뼘 정도의 틈새로 보이는 구럼비로 가는 길을 보며 작은 소원을 되뇌였습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구럼비를 직접 보고, 만지고, 맨발로 걷게 해주세요!”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소란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화물차량 주인이 나와서 차량을 보내줄 것을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오는 화물인줄 몰랐다며 보다 많은 홍보를 하여서 이곳에 오면 막대한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인정에 호소하며 다시는 해군기지의 발주를 받지 않을 것이니 자신의 차량만을 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읍소하였습니다.

 

덕분에 한편에서는 지킴이들끼리 한밤중에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우리의 목표와 바램과는 맞지 않으나, 개인에게 큰 피해가 가는 것은 안타깝다는 의견과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불법공사를 저지하여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밤 열두시가 넘어가는 한밤중.. 격론을 벌이고 난 후 찾아온 허기와 한기를 삼촌들이 챙겨주신 치킨과 따뜻한 차와 월병을 먹으며 달래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화물차량 주인이 그렇게 말해도 믿지 않느냐며 이제 땅바닥에 침낭깔고 잠을 청하려는 우리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읍소를 하던 아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시비를 거는 모습에 우리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이 곳에 온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막는 것도 아님을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차례 폭풍우같은 소란이 몰아치고 간 후, 다시 평화로운 밤이 찾아왔습니다.


자동차가 귀옆을 스치는 듯한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가 하면, 부지런한 제주의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고 지나갔습니다. 실눈을 뜨고 밤하늘을 엿보면 보석같은 별빛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한가위를 지내고 이제 많이 여윈 그믐달도 빙긋이 웃으며 우리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렇게 여전히 아름다운 강정, 그 시월의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편집자 주)현재 케이슨 제작장은 그 모습을 점점 갖추어 가고 있으며, 완성된 후에는 불법적 야간공사가 강행될 것이며 이를 감시하기 위한 노숙투쟁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강정마을회와 지킴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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