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획

버스 노사 교섭, 왜 안되나

김현진( 1) 2011.01.03 17:51 추천:1

전북버스 노사 공동교섭과 버스 파업 기간동안 나타난 버스 사업주들의 일관된(?) 주장을 살펴봤다.

 


노조 인정

 

대법원은 기존 노조(한국노총 자동차 노동조합연맹)에서 탈퇴해 산별노조(민주노총 운수노조)에 가입한 노조는 복수노조가 아니라는 일관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30일 공동교섭에 이르기까지 전북 버스 7개사 사업주들은 줄기차게 "기존 한국노총이 있는데도 민주노총 운수노조에 가입한 것은 복수노조에 해당하며, 2011년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에 맞춰 그때 교섭을 진행하면 된다"며 현 시점에서 '노조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노위 조정까지 마친 합법적인 파업을 '더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행정지도'를 근거로 불법으로 몰아부치다가 반발이 일자 최근에는 '잘못된 파업'이라고 다소 순화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이 나온 사업장에서 성실교섭을 요구해도 "개별적인 사안이므로 대법원까지 진행되는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가처분'이라는 사법부의 결정을 넘어선 무소불위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임금 부족하지 않다?

 

"전주 시내버스업체 5개사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대로 급여가 지급된다면 당장 파업 풀겠다.(5호봉 24일 만근 기준 248만원, 28일 연장 273만원) 그럴 용의가 있나?"

 

▲12월 30일 버스노사 공동교섭이 결렬된 직후 도의회를 나서고 있는 김택수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장(정면).

 

12월 30일 공동교섭장에서 김택수 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장의 '버스 기사 임금이 부족하게 지급되지 않았다'는 계속된 발언에 발끈한 한 버스 지회장이 소리쳤다. 그러자 "그렇게는 안된다"는 얘기가 사업주들 쪽에서 나왔다. 곳곳에서 실소가 터졌나왔다. 김택수 위원장은 "다른 중소도시에 비해 전주시가 임금 을 적게 주는 곳이 아니다"는 말로 급히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운수노조 버스본부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김택수 위원장이 예로 든 청주시 버스 노동자들은 전주시 버스 노동자들 보다 월 475,290원(상여금 포함 연 960,585원)을 더 받고 있었다.

 

상여금과 공제금을 제외하고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의 실 수령액은 140만~150만원(24일 만근) 정도다. 버스회사와 한국노총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2010년 전주시내버스 운전자 임금 조견표에 의하면 연장근로로 31일을 꽉채운 5호봉 노동자의 임금은 2,329,860원이며, 여기서 공제금액을 떼면 210만원대의 임금을 받게 된다. 이것도 1일 9시간시간 이상, 월 300시간 가까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렸을 경우에 가능한 금액이다.

 

상여금까지 포함한다고 했을 때 버스노동자들은 만근일수 보다 2~3일 정도 연장해야 200만원을 넘긴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

 


투명한 보조금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2010년 전주시내버스 적자 노선 지원금 등의 보조금으로 119억원 가량이 지출됐다. 보조금 집행내역 확인은 각 버스회사가 자체 정리한 회계자료를 보고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외부에 드러난 자금, 보조금과 급여내역, 기타 공식 지출 등의 입출금 현황은 파악할 수 있지만, 매일 집계되는 현금통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부분은 오로지 각 버스 회사의 '양심'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해 곽은호 제일여객지회장은 "지원 받은 보조금이 34억원(제일여객)과 그만큼의 집행내역 34억원이 맞았다 치자. 이것만 가지고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수가 없다. 회사가 알아서 보고하는 방식이라 숫자만 맞추면 끝난다"고 주장했다.

 

제일여객 지회 조합원들은 (파업 전) 하루 90대의 버스 운행 차량 중 80% 이상이 손익분기점인 4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중 최고 수익금은 많게는 90만원 이상까지, 외곽 노선이라도 최저 30만원(교통카드 150명 : 현금 150명)은 넘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방학이나 휴일 같은 비수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적자폭은 커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적자 폭이 사측이 주장하는 만큼 크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한 현금 통계가 제공되지 않는 한 사업주들의 '적자타령'에 대한 반박은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노조와 전주시의 자료 요청에 버스 업체들은 "경영권 침해"라며 맞서고 있다. 경영권을 침해 받지 않으려면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으면 된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조는 "현 단계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현금통' 개선에 있다"고 못 박았다. 현금과 교통카드 내역이 낱낱이 공개되는 현금통으로(광주 지역) 개선하면 적자 노선과 수익구조 파악이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전주시도 현금통 개선에 대해선 노조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의 반발로 차질을 빚은 전례가 있어 의지만으로 실행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교섭 결렬 후 첫번째 벌어진 일, 제일여객 용역 침탈 시도

 

한편 전북 버스 노사 양측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아 공동교섭이 결렬된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사업주 쪽에서 첫번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이 새해 들어 제일 처음 한 행동은 파업을 풀려는 교섭 시도가 아닌 물리력 행사였다.

 

▲지난 1일 새벽 제일여객지회 조합원들과 사측 직원 및 용역과의 대치 모습.[사진=제일여객지회]

 

2011년 1월 1일 새벽 4시, 제일여객 김천기 사장과 직원, 용역 40여명이 제일여객 파업 현장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시내버스를 16대 정도를 더 빼내기 위해서 였다. 노사는 이날 새벽 4시께부터 아침 7시까지 3시간 동안 대치를 하다 사측이 물러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제일여객지회 최훈호 조합원은 "1일 사측의 침탈 시도는 사전에 예견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하루 전부터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직원들이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하고, 엔진 시동을 걸어보는 등의 행동을 했으며, 1일 새벽에는 현장 주변에서 회사 간부차량을 발견했다는 제보도 지회는 접수했다. 그는 "호남고속 지회에서 새벽에 연락이 왔는데 난데없이 전경차량 3대가 회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호남고속 인근에 있는 팔복지구대는 "1일 새벽 5시 30분경 전경2개 중대, 차량 5대가 출동해 지구대 앞에서 대기한 사실이 있다"면서 "버스파업과 충돌 위험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새해들어 전북경찰의 의심쩍은 움직임도 감지됐다. 호남고속지회와 제일여객지회 조합원들은 "1일 새벽 제일여객 침탈 시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헬기가 팔복동 일대 상공을 선회하며, 사진촬영 등을 하고 이동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전북지방경찰청항공대는 1일 오전 11시 40분에서 11시 50분 사이에 헬기(BELL206) 운행이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전북지역 전체에 대한 부정기적인 순찰"이었다며 팔복동 일대의 파업 중인 버스회사를 정찰하기 위한 운행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버스 파업 관련 용역을 고용해 파업현장 침탈을 시도한 곳은 이전 전북고속에서 제일여객까지 2곳으로 늘어났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