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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동자 고립시키는 선운행 없다”

김현진( 1) 2010.12.25 12:01 추천:1

버스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버스노동자들은 24일 전주공설운동장 앞에서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사업주들과 관계 기관을 규탄하고 버스파업 투쟁승리를 염원하는 총력결의대회를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진행했다.

 

▲24일 전주공설운동장 앞 전북버스파업 투쟁승리 총력결의대회.

 

강추위 속에서도 오백여명의 버스조합원들은 "날씨만큼이나 혹독하고 절박한 상황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며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특히 이날은 전국적으로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렸고, 전주도 영하7도, 강풍으로 체감온도를 더욱 급격하게 떨어트린 하루였다. 전북 버스 총파업이 17일째 접어들었지만 사업주들의 버티기에 관계기관의 생색내기가 겹쳐지면서 문제 해결의 진전이 없었던 하루였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윤종광 수석부본부장은 23일 버스노조와 전라북도 정헌율 행정부지사, 시외버스회사 대표들과 있었던 교섭을 두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교섭장에서 자본가들의 비열한 웃음을 목격했다. 저들은 파업 해결을 원하는 게 아니고 '노동자들의 고립'을 연구하고 있다"며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사측의 태도를 비난했다.

 

교섭장에서 노조가 "부당해고와 징계철회, 파업기간 중의 노조 측 행동에 대한 고소고발과 사규에 의한 부당한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점거파업을 벌이다 해제하고 교섭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가 교섭 국면에 접어들자 곧바로 노조원에 대한 징계가 여기저기서 보고되고 있는 것처럼 이대로 파업을 풀고 사측의 요구대로 선운행을 하면 무자비한 사측의 탄압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

 

▲결의대회에 가족들의 참여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버스 노동자 가족들을 대표해 한 조합원 부인이 전주시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어 버스노동자 가족들은 전주시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곁에서 지켜본 노동자들의 실상을 밝히며, 관계기관과 버스사업주들의 왜곡된 시선을 거두고 파업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들어오는 남편이 안쓰럽긴 하지만 130~150만원이란 적은 월급을 보고 '바가지'를 긁어야 했고, 한편으론 그래도 사고없이 무사하게 집에 들어오는 것에 안도하기도 했다"며 사업주들과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임금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가장의 빡빡한 일정 탓에 인심도 많이 잃었고, 피자나 통닭을 사먹으려면 열번도 넘게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인데도, 이를 왜곡하는 사업주들을 향해 "그러면 제발 언론보도 만큼이라도 해달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버스조합원 삼보일배가 한국은행 앞에서 시작됐다.

 

 

 

 

결의대회를 마친 이들은 곧바로 오거리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전주 공설운동장 정문 앞에서 출발한 행진 대오는 한국은행 앞에서 잠시 행진을 멈춘 뒤 투쟁승리를 위한 버스파업 조합원 3보 1배를 준비했다.

 

준비를 마친 100여명의 삼보일배 행렬이 앞장서고 400여명의 노조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들이 그 뒤를 이었다.  전주시민들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몸짓을 보며 버스 파업이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워 했다. 

 

행진 도중 지나가던 고등학생들이 "힘내세요. 화이팅"이란 구호를 외치자 3보 1배로 땀에 젖은 조합원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장시간의 거리행진을 마친 이들은 오거리 광장에서 약식의 촛불집회를 갖고 성탄절을 파업 농성장에서 보내기 위해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버스 조합원들의 거리행진과 삼보일배를 지켜보는 전주 시민들.

 

▲전주 오거리광장 촛불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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