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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북지역 버스노조 전면 총파업 첫날, 거센 탄압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여론은 이들의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매도했고,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으며, 잔인한 공권력이 투입됐다. 76명의 조합원들이 끌려가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59명이 풀려났다. 저항하던 전북고속 조합원 8명이 무릎 골절과 허리 압박 골절 등의 부상을 입고 근처 중앙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날씨마저 파업 대오를 위협했다. 비와 눈이 동시에 내리더니, 기온까지 뚝 떨어졌다. 오후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입에선 '이럴때 일수록 더 힘차게 투쟁'이란 말이 나왔지만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들 중엔 생전 처음으로 파업에 참여한 이도 있고, 예순을 훌쩍 넘은 이도 있다. 차가운 빗물이 연약해진 살 속으로 파고들 것이다. 젖은 옷은 움츠러든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들 것이다.

 

▲파업 첫날 결의대회.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 서있기조차 힘들정도로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9일 총파업 둘째날, 더욱 고조된 투쟁 열기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파업 현장을 찾았다. 신성여객 정문 앞에 도착하니 조합원들이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경계의 눈빛을 뚫고 신성여객 방영선 비대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파업 둘째날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조합원들의 의식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첫날 전주시와 경찰이 거칠게 몰아부쳐 걱정도 많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은 그럴수록 더 똘똘 뭉쳐 싸우려 든다. 2일, 아니 20년이 더 가더라도 이 싸움 반드시 끝장낼 각오로 임하고 있다."

 

조금은 힘들어 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첫날보다 눈빛들이 더욱 또렷해졌다.

 

▲신성여객 파업 농성장.

 

▲오후 전북고속으로 몰려간 조합원들이 막아 선 경찰에게 사업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길을 비켜줄 것을 외치고 있다.

 

"18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가정파탄까지 난 사람들 많다. 남편은 14~16시간 동안 운전하느라 늦게 들어갔다가 일찍나오고, 부인도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니 생활이 되겠나. 전주대까지 운행하는 시간을 1시간 20분 주면 10~20분 시간이 남는다. 그 사이에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고된 노동을 시키고 임금은 많이 주나. 어용노조 간부는 우리들 등쳐먹고 속일 생각만 하다가 들통났다. 그런 것이 쌓여서 폭발한 거다. 폭발한 이상 멈출 순 없다."

 

이정식 조합원의 입에선 그동안 힘들게 생활했던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옆에 있던 한 조합원은 "평소 어려운 이웃 돕기에 관심이 많아 월 10만원씩  3년 동안 후원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줄어가는 급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어야 했다"며 안타까운 사정을 호소했다.

 

이어 찾은 호남고속 현장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사업장을 지키고 있었다. 호남고속 김현철 쟁대위원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파업이) 상당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회사가 제공했다. 최전방에서 목숨걸고 돈을 벌어오면 공평하게 분배할 생각은 안하고 회사는 '내가 너희를 먹여 살린다'는 생각만 했다. 인격존중은 찾아 볼 수 없다. 8월에 어용노조 간부와 사측이 협의했던 '통상임금 100만원 대체' 건도 회사는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씩 불러서 사인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간다며 협박을 일삼아 서약서를 받아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공동교섭 공동복귀의 원칙을 굳건히 지킬 것이다"

 

옆에 있던 장오차 조합원이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과 김 회장의 동생인 김병수 사장을 지목하며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노조 인정하고 단체 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회사 오너가  전주에서도 소문난 부자다. 그런 사람이 노동자들 최저임금 떼어먹고, 통상임금 못준다고 버티고 있다"

 


싸우면서 강해진다

 

오후 2시가 되면서 버스 노동자들이 전북고속 앞으로 모여들었다. 공권력을 동원해 조합원 48명을 연행시키고, 용역을 불러 회사를 지키고 있는 전북고속을 규탄하기 위한 자리다.

 

 

간단하게 집회를 마친 300여명의 버스 노동자들은 항의차 전북고속 사내를 행진하기 위해 정문 쪽으로 집결했다. 경찰은 병력을 배치시키고 이들을 막아섰다. 파업을 진행중인 조합원들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도무지 말은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분노의 함성과 투쟁의 열기는 첫날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고조돼 있었다.

 

전북고속 앞에서 위력적인 시위를 전개한 파업 대오는 그대로 전북지노위 앞으로 이동해 연대단체들과 함께 하는 지노위 규탄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대표단의 지노위원장 면담까지 이뤄졌지만 행정지도라는 이상한 결정으로 이들의 파업을 전주시와 전주시의회까지 '불법파업'으로 매도하게 만든 장본인에게선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 권익 보호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노동부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대회를 마친 버스 노동자들은 파업 이틀째 강행군을 정리하고 다시 현장을 지키기 위해 사업장으로 향했다.

 

버스 총파업,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공공의 영역에 있는 버스 파업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아니 걱정이 앞섰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듯 싶다. 자칫 버스사업장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민주노조가 공멸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위중한 사안이다.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파업대오 만큼은 확실히 싸우면서 강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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