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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버스 총파업,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

김현진( 1) 2010.12.11 22:36 추천:2

전북 버스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전주를 뒤덮었다. 4일째 총파업투쟁에 나선 전북지역 버스노동자 및 공공운수노조(준),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합원 등 1천여명은 10일 전주공설운동장 정문 앞 총력결의대회와 전주시내 행진을 차례로 갖고 투쟁 승리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11일 전주공설운동장 앞에서 열린 전북버스노동자총파업투쟁승리를 위한 총력결의대회.

 

▲김도환 공공운수노조(준)위원장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를 통해 9일 부분직장폐쇄를 단행한 버스업체와 사태 개선을 노력하지 않는 전주시를 향해 위력적인 시위를 펼치고, 전주시민들에겐 파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몸으로 설명했다. 버스노조는 이날도 흐트러지 않는 총파업투쟁으로 '공동교섭 공동복귀'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결의대회에서 김도환 공공운수노조(준)위원장은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며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전주시를 겨냥한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도환 위원장은 "사측이 온갖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데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전주시가 손을 놓고 있다. 시가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해 신명나는 직장을 만들고, 그래서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수 민주노총 전북본부장도 송하진 전주시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정광수 본부장은 "버스 노조가 8일 총파업에 돌입하자 마자 전주 시장이란 사람이 담화를 발표하고 불법 운운하더니 당장 철회하라고 했다"면서 "이번 파업이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 전주시장이 나서서 매도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하진 시장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바꾸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 해결에는 안중에도 없고 파업을 무력화 시키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일 정동영 의원이 파업 현장을 찾은 것에 대해선 "정치권과 전주시 토호세력인 버스업자들과 얽힌 고질적인 병폐가 우리를 지금 길거리에 있게 만든 것이다. 그동안 어디가서 뭐하고 이제와서 생색내기만 하고 있는 것이냐"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왜 다른지는 앞으로 몸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사에 나선 서비스연맹 코아백화점노조 신현종 위원장은 "8일 아침 관리사무소 안내방송에 '버스가 불법파업을 시작했으니 대처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와 깜짝 놀랐다. 즉각 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시에서 전달받은 내용을 방송만 한 것이라고 했다"고 말해 전주시가 시 전역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버스파업이 '불법'이라고 매도한 안내 공문을 퍼트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현종 위원장은 이어 "관리사무소에  방송을 듣고 있을 버스노동자의 심정을 아느냐고 따졌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그는 "204일 동안 투쟁하면서 투사가 된 것 같다. 동지들의 파업은 너무나 정당하다. 이 투쟁 끝가지 함께 할 것"이라며 버스 파업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어 박사훈 버스본부장은 "이 파업 시작도 하기 전에 15명의 해고자가 나왔다"고 사측의 노조 탄압을 고발하며 "하기도 전에 횡포를 부리고 있는데 이 투쟁에서도 물러난다면 우린 현장에서 쫓겨날 수 밖에 없다. 물러나면 천길 낭떠러지다"며 파업 현장에서 물러섬 없는 강고한 투쟁을 주문했다.

 

▲전북 버스 노조 대표자들의 삭발식.

 

 

강도 높은 발언과 힘 넘치는 공연 등으로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른 결의대회는 이번 파업을 이끌고 있는 9명의 대표자들의 삭발식으로 투쟁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지회장들은 하나같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삭발식에 임해 잠시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삭발을 마친 이들은 "죽기를 각오했다. 끝까지 어떤 놈이 질긴 놈인지 반드시 보여줄 것"이라며 당찬 소감을 전했다.

 

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위력적인 총파업 투쟁을 통해 버스자본의 악질적인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대중교통 버스를 바로 세우고 공공성 강화를 실현하기 위해 기필코 승리할 것"을 한 목소리로 결의하며 일제히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전주공설운동장 정문 앞에서 전주시청 광장까지 1시간 동안 거리행진을 하며 "전주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해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절박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8일 연행된 박상길 운수노조 버스본부 사무국장과 황태훈 전북고속지회 상황실장이 구금된지 4일 만인 11일 저녁 7시 40분께 풀려났다. 버스 파업으로 76명을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가 이틀만에 74명이 풀려나고, 이에 더해 검찰이 나머지 2명의 구속영장까지 남발하다 재판부의 기각결정으로 이마저 무산됐다. 버스 파업에 대한 공안기관의 전면적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검찰과 경찰의 버스노동자들에 대한 무리한 법집행과 공권력 남용이 드러났다"며 버스노동자 파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공안기관의 전면적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공설운동장에서 전주시청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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