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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버스노동자, 노동시간은 최고 급료는 최저

강문식( 1) 2010.10.02 17:37 추천:1

전북고속 천막농성장이 터미널 안쪽으로 옮겨진지 1주일이 됐다.

농성장을 들어서며 인사를 하니 여러 조합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투쟁이 힘들지 않냐는 인사치레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며, 힘들면 이거 못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인터뷰 약속을 잡기위해 남상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몇 차례 통화했었는데, 매번 무뚝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서, 취재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거 아닌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들어서기가 무섭게 음료수를 꺼내고, 자리를 내주시는 조합원들을 보며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뒤이어 천막에 들어온 남상훈 위원장은 멋쩍게 웃으며 하도 언론들이 온다했다 제멋대로 안 오거나, 보도를 안해서 심통이 나있었다고 실토를 한다. 한 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니 그간 맺혔던 사연들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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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인터뷰 전문.

 


▲전북고속 남상훈 비상대책위원장.
참소리 : 안녕하세요 ^^ 전북고속 투쟁 경과를 취재하러 온 참소리 기자들입니다.

비상대책위원장 남상훈 : 왜 전화를 받고 띡띡 거렸나면, 언론들이 온다고 했다가 안오고. 전화로 대충 묻기도 하고. 그래서 오려면 오고 말려면 말아라 했어요. 허허허.(웃음) 언론에 너무 많이 속았어요. 맨날 온다고만 하고, 그래서 전화를 받아도 별로 반갑지 않게 생각하고.

노사대책위원 조재화 : 자료를 가지고 가도 방송도 안해요. 방송사와 약속을 잡아도 다음 날 빵구나버려. 우리들 문제는 이슈가 안되잖아요. 언론이 우리 편 아니에요. 돈 없으면 절대 안나와요. 돈이 모든 걸 결정해요. 작년에 당선된 지부장이 노사단합대회 파티를 했는데, 그런 건 신문에 나오더라구요.


참소리 : 언론에 대한 쓴 소리는 저희도 잘 새겨둘게요. 먼저 어떻게 투쟁이 진행되어 왔는지 간략한 경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조재화 : 천막을 처음 친 건 6월 28일이에요. 투쟁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작년 노동조합 지부장 선거에서 노동자를 위해 싸워준다고 해서 2/3정도가 지지해서 현재 지부장을 당선시켰는데, 두세 달 지나니까 독선이 나오더라구요. 조그만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밉보이니까 1달 징계가 나오기도 했어요.

이래서는 안되겠다, 지부장 탄핵을 하자 해서 서명을 받았어요. 1/3 이상 서명을 받아서 찬반투표를 하는데, 회사가 온갖 개입을 했어요. 서명 한 사람 불러내서 철회하라 뭐하라 그런 과정을 이루 말할 수 없지. 그런데 우리가 몇 표 차이로 졌어요. 이건 회사가 개입했으니까 그런거에요. 그런데 노조에서 앞장선 사람 몇 명만 쳐버리면 된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민주노총 가입서를 받았어요. 지부인가 신청서를 제출해서 승인을 받았어요. 법원에서 한 달 반을 거쳐서 단체협약도 맺어야 한다는 판결 나왔죠.

남상훈 : 작년 9월 23일 한국노총 지부장 선거를 했습니다. 선거를 하고 나면 운영위원회를 먼저 하고 예산에 대해 논의를 해야하는데, 이번에는 취임식을 먼저 했어요. 그 다음 운영위원회를 하고 부위원장, 감사를 뽑았는데 자기를 따르는 사람만 뽑으려 했어요. 자기 밑에 줄서있는 사람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차를 하나 맡는 본기사와 스페어기사의 차이가 있어요. 자기 줄에 서있는 사람은 새 차 나오면 본 기사를 맡겨주는 거에요. 본기사는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스페어기사는 대체기사이기 때문에 대기상태로 있어야 해요. 본기사가 조금 더 편한데, 노조 집행부가 자기 사람만 본기사로 쓴 거에요. 보통 오래 한 사람이 본 기사를 맡거든요.


▲전북고속 조재화 노사대책위원장.
참소리 : 평소 힘들었던 점들이 많으니 민주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들이 힘들었나요?

남상훈 : 여기는 이직률이 높아요. 급료도 적고 노동환경도 어렵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다 다른데 가서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가는데, 보통 그게 잘 안돼요. 여기 조그마한 가게를 하려해도 그 사람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하는 거에요. 우리가 맨날 운전만 하고 다녔는데, 다른 거 뭘 하겠습니다. 보통 나갔다 2년이면 다시 돌아와요.

이게 부끄러운 얘기지만 평생 운전을 한 분 중에, 개인택시 등록을 받으라니까 못한다고 그런 분이 있었어요. 자기는 큰차가 좋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택시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글을 잘 모르니까 그 시험을 보기 어려워서 그걸 미룬거에요. 우리가 이런 상황이니 일만 시켜주면 고맙다고 감지덕지했죠.

우리는 하루 일을 14시간 하게 돼있어요. 여름철에는 19시간까지 해요. 이게 엄청난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가장 급료가 적은 곳이 운수업계일 거에요. 금호고속이 대외적으로 뻥뻥 큰소리치고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금호고속 기사들이요, 거기도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받는 기사들 수두룩해요.
기자님들은 하루 돈 7만원 줄 테니까 대구 가서 자고 오라면 자고 오겠어요? 20일 외박을 하면서 버는 돈이에요. 가정생활도 못하면서 버는 직업이 이 직업이에요.

비대위 부위원장 정인철 : 94일 동안 투쟁하고 오면서 목표는 하나였는데, 한국노총 소속되어 있을 때는 어디서 하소연을 못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예를 들어 사고가 나요. 원래 회사에서 사고처리를 해줘야 하는데, 전화가 와요. 사고처리 할건지, 자기 돈으로 해결할건지. 이쁜 사람들은 그냥 해주고, 아닌 사람은 사고처리 하면 징계를 해요. 그동안은 움츠려 있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 해서 탄핵도 해보려 한거고 그래요. 우리가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민주노조 깃발을 세워야 한다 해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보시다시피 연세 드신 분들도 자발적으로 나와서 하고 있어요. 누가 강요해서 온 게 아니고 자발적으로 오고 있어요. 노동법 규정규약을 많이 몰랐죠. 그래도 민주노총 와서 교육도 받고 공부도 하고 하니까. 버스 노동자학교가 10월 2일까지 있구요. 그런데서 배우고 공부한 보람이 있어요. 우리가 브리핑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됐어요. 자세히는 몰라도, 최저임금이나 통상임금, 연차수당 이런 거 우리가 알게 됐어요. 우리가 알지도 못했었어요. 알아도 회사에 말도 못했었고.

참소리 :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했고, 수당이 미지급되기도 하는 등 임금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회사는 미지급 임금을 100만원에 합의하자는 합의서를 강요하고 있다.

남상훈 : 이게 미지급임금 포기각서에요. 최저임금 진정하고 통상임금 고발하고 하니까, 한국노총에서 협상안을 내놓은 것이 위로금으로 100만원 주라고 했어요. 우리가 계산해봤을 때 미지급된 임금이 1인당 1500만원~3500만원이에요. 이거 다 받으면 집하나 못사겄어?

조재화 : 이건 8월 월급명세서에요. 이거 보면 유급휴일이 있잖아요. 8월에 광복절이 유급휴일이니까 일을 하든 안하든 일단 1일은 무조건 들어가야해요. 근데 우리가 일을 했으니까, 초과근로수당을 합하면 2.5일 쳐줘야 하는건데 명세표 보면 1.5일 쳐준 사람, 아예 안쳐준 사람, 뭐 대중 없어요. 회사에 문제제기하면 컴퓨터 오류래요. 이런 컴퓨터 오류도 있나요?

▲같은 8월 명세서인데도 유급휴일이 다르게 적혀있다.

남상훈 : 그 동안은 월급명세서 주니까, 이걸 누가 의심을 해요. 이의제기 한 번도 안하고, 여기에 대해서 계산 한 번도 안해보고 지나왔단 말이에요.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까, 연차수당 있잖아요. 이것도 하루당 400원씩 띠어먹었더라고. 이걸 제기하니까 바로 지급해줬어요. 니들이 뭘 알겠냐, 회사한테 얼마나 무시 받고 산거에요. 2년 6개월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아서 노동부에서 진정하니까 얼마 전에 지급하라고 명령했어요. 그게 2억 1천만원 이에요.

정인철 : 이 옷 한 번 만져 봐요. 이거 얼마면 사겠어? 만원? 도에서 기사복을 해주라고 1인당 10만원을 줘요. 이것도 중간에 떼먹는 거에요. 건강검진도 건강보험공단에서 해주는 거잖아요. 그걸 자기들이 해주는 것처럼 얼마나 생색내는지 몰러.

조재화 : 최저임금 자체를 안줬는데, 법적으로 말 할게 뭐있겠어요. 최저임금 안 준게 사실이잖아요. 1인당 2000만원 꼴을 못받은 거라구. 정당하게 받을 걸 달라는 건데, 단체교섭도 안해주지 그러니 우리가 투쟁을 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탄압을 하는 게 사실이죠.


참소리 : 그럼 어떤 탄압들이 있었나요?

남상훈 :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해고자 문제 때문이었어요. 지금 해고자가 5명이에요. 비대위원장이 해고됐는데, 몇 년 전에 접촉사고 낸 걸로 꼬투리를 잡았어요. 그리고 조합원 선동했다구요.

조직부장은 공금횡령으로 해고 됐는데요. 표를 미처 못 끊고 타는 분들 있잖아요, 그 분에게 현금을 받았는데 그걸 깜박 잊고 회사에 입금을 안 한거에요. 통상적으로는 1년이면 1~2번은 그런 일 있었고, 그거 회사에 다시 주면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못하겠다는 거에요. 이게 지금 노동조합을 탄압하려고 그러는거죠.

강명국(조직부장) : 여러 번 그런 것도 아니고, 운전하다가 이번에 처음 그랬던 건데. 그리고 잔돈이 없어서 현금을 받고 200원을 못 거슬러 드렸는데, 손님분이 괜찮다고 하고 들어가서 탔거든요. 그런데 그걸 또 꼬투리 잡아서 전북고속을 명예훼손 했다는 거에요. 그게 명예훼손이면 노동자 임금 떼어먹는 건 대체 뭔가요?

▲전북고속 정인철 부위원장.
정인철 : 만근 기준이 21일인데, 21일은커녕 저는 지난달에 11일 일했어요. 일을 줄이면 임금이 줄잖아요. 그렇게 노동탄압을 하고 있다구요.

정홍근 : 지금 회사에서 위로금 100만원 준다고 한 것도요, 노동자들이 돈 때문에 민주노총 간다고 생각하니까 돈에 이득 없으면 안 갈 줄 알고 그러는 것도 있어요. 결국 민주노총 탄압하려는 심보지요.

조재화 : 얼마전에 노동조합과 단체협상 거부하면 100만원씩 과태로 물린다는 판결이 났는데요. 그것이 법으로는 그렇게 되어있는데 이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얼굴만 비치고 가고 그래요. 우리랑 만나는 날은 꼭 긴급 이사회가 열려요. 무슨 이사회가 교섭할 때만 있는지. 무성의한 횟수 채우기만 하는 거에요. 판결문이 나오면 뭐하냐는 거죠. 법이 우리를 보호해주질 못해요. 법으로 뭐하나 하려면 3개월씩 걸려요.


참소리 : 회사가 임금을 갈취해온 걸 알고 나니 많이 속상했겠어요.

정인철 : 분했죠. 우리를 계속 속여온거에요. 연차수당 미지급, 급여 미지급, 유급휴일 미지급. 예전에는 명세표에 기재되어 있으면 당연히 준걸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산출 방법을 아니까 우리가 먼저 계산을 뽑아 봐요. 사측에서 핑계 대는 게 전산망 착오. 아니면 직원이 실수를 했다. 제가 억울하고 분해서 3일이나 잠을 못 잤어요. 선전전할 때 방송하면서 회사에다 그랬어요. ‘명절 때 잠 잘 잤냐고?’ 나는 분통이 터져서 잠을 못 잤다고. 전북고속이 90년 됐는데, 그동안 우리를 속여온거죠.

남상철 : 선전전하면서 멘트하다 울어버릴 뻔했어요. 너무 맺혀서. 투쟁하면서 힘든 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우리가 죽 이어나갈 수 있는 건 조합원들 동참이 있기 때문이에요. 한이 얼마나 맺혔으면 그 박봉에서 후원금을 내겠어요.


참소리 : 지금 하고 있는 투쟁에 자부심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이 투쟁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정인철 : 저희가 각도 노선을 거의 다 운행하는데, 다른 도 노동자들도 전북고속을 굉장히 주시하고 있어요. 이런 부당행위가 다른 회사도 다 비슷하게 하고 있어요. 다른 여객회사도 보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거에요. 특히 전북에 19개 회사 중에 11개 회사가 민주노총 가입했잖아요.

남상훈 : 우리만의 일이 아니에요. 전라북도 버스들 다 그렇고. 광주에 금호고속도 그렇구요. 우리가 이번 성공하면, 운수업체 노동조건 10년은 앞당기는 거에요. 우리가 최저임금 받아내면 전라북도 다른 버스 노동자도 다 받게되니까요. 민주노총 가입된 노동조합끼리 연대가 잘되고 있어요. 금호고속 2팀 노동자들도 지원오구요. 우리도 금호고속 2팀 노동자들 연대하러 광주에도 다녀왔구요.


참소리 : 민주노총으로 옮기고 나서, 느낀 것도 많으실 것 같아요.

남상훈 : 평등이라는 것이 좋네요. 지부장이라서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본조에서 온 사람도 비슷하게 받더라구요. 무슨 야합을 해야 뒷돈도 들어오는 거지, 그런 게 없으니까 돈이 없더라구요.허허

갈수록 바빠지고 있어요. 조합원들이 알아가니까 요구사항이 늘어가고 있어요. 아니까 그만큼 요구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알게 되니까, 자진해서 하는데, 조합원들이 사온 음료수도 많이 쌓였어요. 우리 권리를 찾기 위해서 하는 거에요.

▲전북고속 정홍근 조합원.
정홍근 : 자기 신념이 없으면 못해요. 이 시간에 자기 가족이랑 놀러가지. 주위에서 지원이 막 들어와요. 추워지니까 여기 전기장판, 난로도 들어오구요. 지금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라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 중 얼마나 받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2만달러 다 만든거에요.


참소리 : 앞으로 결의 한 말씀 부탁드려요.

남상훈 : 전북 버스업계 흐름이 민주노총으로 가고 있어요. 우리도 여기서 밀리면 다 죽고요. 우리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어요. 이길 수밖에. 후퇴는 없어요.
조재화 : 노래 가사 그대로여. 흩어지면 죽는다.


참소리 :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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