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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길 때까지 싸우면 반드시 이깁니다

강문식( 1) 2010.10.09 08:31 추천:1

업체가 매각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코아백화점 노동자들이 140일이 넘도록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연대집회에선가, 코아백화점 노동자들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투쟁이 내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만큼 이런 투쟁도 처음이고 낯설지만, 농성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농성을 시작하게 되면서 오히려 서로 친해지고 잘 알게 되었다는 그들.

인터뷰를 위해 농성장을 방문하니 지난 9일 있었던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줄넘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가을운동회를 준비하는 것 같은 들뜬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참소리 :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데 대해 경영진에 대한 원망스런 마음이 많겠어요.

▲신현종 위원장
신현종 : 예전부터 알았겠지만 참 경영진이 나쁜 사람이다 싶어요. 정말 본인이 자기 재산 물려주려고 욕심부렸던 사람들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한 푼이라도 챙기기 위해서 자산매각이라는 형식을 선택했고 그런 것에 대해서 안 좋았던 모습이 계속 남네요.

참소리 : 임원의 개인적인 집안일까지 시키기도 했었다면서요?

신현종 : 비일비재했죠. 이삿짐 정리부터 선거사무실, 집안에 돌아가신데 가서 수발들고, 결혼식 청첩장 접게 시키고, 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카드 가입시키고, 가입실적으로 해외여행 갔다 오고. 폭행, 욕설은 기본이고. 별별 지저분한 일을 다 시켰어요.
그 때는 누구하나 나서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었고, 워낙 임원진 파워가 쎘어요. 노동자는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원래 힘이 없잖아요.

참소리 : 코아백화점에서 자신들 물건이 아닌 땡처리 물품들을 가져다놓고, 백화점 물품을 싸게 파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해 장사 속을 채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실상은 어떤가요?

신현종 : 입주업체들이 싸게 파는 것은 이월상품들 가져다 싸게 팔고요. 나머지는 본인들이 땡업자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팔아가지고 그 사람들이 오래된 물품 가져다 팔고 그래요. 전관을 임대한 업자, 임대해준 사람, 앞으로 살 사람, 세 사람의 이해타산이 맞은 것 같아요.

세이브 존은 자금계획이 일부 세워있었고 11월 23날 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그전에 행동을 취할 수는 없는 것이고, 파는 사람도 거기에 맞추다보니까 임대해주면서 수익금 얻어가는 것이고. 명도이전하고 공사해야되기 때문에 당장에 공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이해타산이 맞으니까. 그러고 나서 매수자가 시간적인 여유 벌어가면서, 저희가 투쟁하는 게 지치길 바라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참소리 : 문제해결을 위해 전주시가 책임있게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는데요. 전주시의 태도는 어떤가요?

신현종 : 전주시 공무원들은 노동자들의 이런 문제를 관여를 안 해요. 법적인 문제가 없으면 빨리빨리 다른 업체가 들어와서 경기를 활성화 시키고 전체적으로 경제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용승계 문제와 결부시켜서 생각 안 해요.
정치적인 것도 농성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죠.

정치하고 나는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정치하고 끊을 수 없는 문제구나 싶어요.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서 서민 노동자를 위해서 했다면 이런 문제들이 내팽개쳐지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안돼요.

참소리 : 이런 문제가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는데, 연대를 직접 경험해보니 어떠셨나요?

신현종 : 다들 가슴에 새기는 거죠. 지금까지는 연대라는 것을 몰랐구요. 서비스계통이다 보니까 집단휴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개별적으로만 움직였어요. 단체, 연대, 조직 이런 개념이 많이 부족했었죠. 그래도 농성을 시작하고서는 다 같이 모여서 밥도 먹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 같이 움직이고, 또 같이 싸우는 동지들 현장 가서 학습하고, 그러면서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적금 쌓듯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갔죠. 긍정적인 효과죠.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대해서도 고마운 것이 너무나 많죠. 항상 연대해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달려와 주고, 재정사업도 발 벗고 나서주고, 항상 동지들이 오며가며 위로해주고, 많은 동지들이 재정적으로 인원적으로 도움 많이 주고있어요.

참소리 : 지금 가장 힘든 건 어느 부분이세요?

신현종 : 생계문제가 가장 크죠. 급여를 많이 받은 것도 아니고 최저임금 수준 받았는데 중단되면서 생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어요. 실업급여는 저번달 말에 처음 받아봤어요. 그리고 철야농성 하면서 집에 못 들어가는 것때문에 가정에서 불화도 있는 것 같고요. 이런 어려움 때문에 조합원들이 많이 떠나기도 하고...

참소리 : 생계 문제도 있고 투쟁이 힘들지만, 그래도 또 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나는 일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재밌는 에피소드 같은 건 없었나요?

신현종 :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한다면, 부천 상경투쟁을 갔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자다가 천막이 도로로 날라 가고 그래서 천막을 붙잡고 밤을 지샜는데 이런 상황들이 재밌었네요.

농성을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시간들이 많이 있죠. 그 전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 쉬고, 연휴로 쉬는 날이 없었어요. 명절 때나 이틀 쉬고 그랬는데. 투쟁하면서 5일근무도 해보고, 야유회도 갔다 오고 재미있게...

그리고 예전에는 모두가 알지 못하고, 끼리끼리만 어울려서 다녔어요. 예전에는 이름도 모르고 지낼 정도였지만 지금은 서로 이름 다 알고... 천막에서 같이 잠자리도 같이 하고. 술 문화도 같이하고. 부대끼고 하다보니 친해지는 것 같아요. 민주노총 체육대회도 예전에는 한 번도 참석 못했었거든요.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희는 단체줄넘기 연습해서 참석하려구요.

▲코아백화점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체육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

참소리 : 앞으로 투쟁 방향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신현종 : 아무래도 고용문제는 인수업체가 책임을 져야 될 문제니까. 세이브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코아백화점 임원진에게 책임을 묻게 되면 세이브존의 역할이 적어져요. 똑같은 뭉탱이 하나인데 이걸 한쪽으로 몰게 되면 나머지가 책임이 적어져요.

실질적으로 매도자에게 책임이 있고 책임져야지만, 일하려면 인수업체가 고용을 돼잖아요. 그래서 코아백화점에게 책임을 못 물고 있어요. 정말 문제가 돼서 타결을 못보게 되면 최종적으로 판단해야죠. 해고의 부당함이나 단협 위반사항 등을 문제제기하고 책임을 물어야죠. 현재 상태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참소리 : 싸움이 잘 끝나고 나면 다같이 하고 싶은 것은요?

신현종 : 성공적으로 끝나면 조합원하고 같이 2박 3일로 해서 여행을 갔으면 좋겠어요. 소한마리 잡고, 술도 같이 하고. 하하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도 더욱 열심히 해야죠.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지키는 활동을 해야죠. 지키지 못하면 또 흐지부지 되고 사라져요. 조직이 계속 움직여줘야 하거든요. 다른 투쟁사업장도, 모여서 같이 월차라도 내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적으로 연대해야죠. 우리도 도움 받았는데.

참소리 : 앞으로의 결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현종 : 이건 부위원장이 자주 하는 말인데, 아프리카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온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니까요. 저희 투쟁도 마찬가지에요. 이길 때까지 싸울 거니까, 반드시 이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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