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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참소리 자료사진]

 

“단지 일하고 싶습니다”란 문구가 코아백화점 앞에 걸린채 몇 달째가 흐르고 있다. 땡처리를 한다고 옷을 사러 간다는 말에 한 친구는 “아~거기 노동자 탄압하는데?”라는 말로 받아치며 웃는다. 노동자란 말도 탄압이라는 말도 너무 생소한데 그 두가지가 합쳐진 문장에 단지 웃지만은 못할 씁쓸함이 입안에 감돈다.

100만원 조금 넘게 받으며 1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한 친구는 취직한 것만으로도 부럽다고 말했다. 요즘은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몸소 깨닫고 있다.


단지 일하고 싶습니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한 번 더 참게 된다.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는 자유로운 20대이지만 산입에 거미줄 치겠냐는 허풍조차 떨기 어려운게 요즘 현실이다. 그렇기에 단지 일하고 싶습니다란 문구에 가슴이 아프다. 단지 일하던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요구가 너무 초라하면서도 절실하다.

몇 년 전 김진숙씨의 ‘소금꽃나무’란 책을 읽었었다. 노동조합에서 처음 했던 운동은 점심식사 시간을 늘리고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단다. 그 소박한 요구에 회사는 노동자를 해고하고 구타하고 정부와 경찰은 그 모든 것을 방치했다.

지금은 또 얼마나 달라졌나? 점심시간 따끈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서,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고 씻고 싶어서, 이리저리 청소를 하고 잠시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갖고 싶어서, 그리고 일하던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인생을 걸고 싸우고 있다.

시민의 권리 들먹이면서 세금안내면 잡아먹을 듯 달려들고, 수도 끊고 전기 끊으면서 실업급여나 퇴직금 받으려면 왜 그리 갖춰야할 조건들은 많은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부실기업 막아주고 그네들이 떵떵 거리며 사는 건 그네들의 팔자가 우리팔자보다 나아서 그렇다고 포기해야만 하는냔 말이다. 왜 소박한 삶을 지키는데 목숨까지 걸게 만드냔 말이다.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

이번 총파업엔 전북지역 다양한 사업장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진행된다고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물 수거하면서도 중간에 사장이 돈을 가로채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해 싸우는 청진노동자도 있고, 이제 160여일을 훌쩍 넘기면서 싸우고 있는 코아백화점 노동자들도 있다. 코아백화점에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운행하는 버스업체에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대한관광리무진 사람들도 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노동자가 잘사는 나라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다. 태어날 때부터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정해지는 세상에서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은 결국 필연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가장 이기적인 것은 가장 이타적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누구 편을 서야 하는지 알 것이다.

행복을 사기 위해 1%의 사람들 놀음에 놀아날지, 노동자로써 서로 연대하고 지지하며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고 구성해 낼지 선택해야 한다. 나보다 용감한 그들에게 박수와 지지를 보냅니다.

[덧붙임] 김미라 님은 참소리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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