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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티아고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은 무엇일까

길에서 연예인 되는 한국인

윤창영( ycy6529@hanmail.net) 2024.01.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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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대성당을 배경으로 점프점프를 계획했다. 점프 사진 만들기 너무 힘들다. 옆의 현지인이 계속 뛰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겼나보다. 크게 웃길래 나도 따라 웃게 되더라.>

 

산티아고 순례길은 참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부엔까미노!(Buen Camino)”

이는 ‘좋은 길’이라는 뜻으로 순례자가 서로 만나면 주고받는 축복 인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그렇게 친구들이(동료 순례자) 생겨난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4명이 한 그룹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생겨났다.

놀랍게도 단체로 순례를 온 사람들도 각자 4명이 한 조를 이뤄 모이게 되고, 홀로 걷던 사람들도 어느새 4명의 모둠으로 변해 있다.

나 또한 처음부터 순례길을 함께 한 장종혁 회장님(64), 필리핀에서 온 벨(67), 그리고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온 프레도(58)와 함께 모둠이다.

생각해 보면 장 회장님은 미국에서 온 재미교포 로사(65) 자매님, 필리핀의 벨, 그리고 내가 한 모둠이었던 것 같다.

 

▶ 알아야 할 것_크레덴시알, 세요, 알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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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타나스 누에스트라마담 이글레시아(성모마리아성당)가 열려 있어 성당에 들어가 앞장의 마지막 스탬프(세요)를 찍었다. 스탬프의 직인 모습은 모두 다르다. 이 성당은 왼쪽 성모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의 70%는 프랑스길을 선택한다.

프랑스 길의 정식 명칭은 ‘까미노 프란체스’다.

이 길은 남프랑스 국경마을인 생장 피에드포트에서 시작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800km의 길이다.

이 구간을 걷기 위해서는 40여일의 시간이 소요되며, 당연히도 역사와 전통이 깃든 다양한 도시와 마을을 거쳐야 한다.

생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순례자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순례자 여권을 받는다.

이 여권은 ‘크레덴시알’이라고 불리며,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를 이용하고, 순례중임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다. 크레덴시알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은 저렴한 순례자 숙소에서 묵을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순례자는 크레덴시알을 보여 순례자임을 증명하고, 이 곳에서 쉬어 갔음을 확인해 주기 위해 스템프(세요)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순례자는 어디서부터 걷기 시작했고, 어느 코스를 따라왔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는 순례 인증서를 받을 때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크레덴시알은 여러 곳에서 받을 수 있지만, 순례 인증서는 오직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만 발급할 자격이 주어진다.

 

▶ 까미노 프란체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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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타평원의 모습. 드넓은 평원에 마을들이 숨어 있다. 이 깔딱고개를 오르기 까지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까미노 프란체스를 걷게 되면 세 가지 매력에 빠지게 된다.

첫째는 스페인의 멋진 풍경이다.

웅장한 피레네 산맥과 드넓은 메세타 평원, 다양한 숲길과 중세풍의 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진다.

“까미노를 걷다 보면 어디를 찍든 윈도우 배경화면 같아요.”

함께 걸었던 어느 한국 순례자의 표현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둘째는 다양한 볼거리들이다.

중세 문화, 성인들의 무덤, 예수의 성배, 가우디 건축물, 그리고 웅장한 고딕성당이 등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다양한 명소들이 즐비하다.

셋째는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과의 소통이다.

길을 걷다 보면 만국의 공용어인 영어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동행하게 된다.

순례자들과 떠뜸떠듬 얘기하면서 까미노의 경험이 더욱 풍부해지고, 눈빛만 봐도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절로 느끼게 된다.

특히 한국사람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저절로 연예인이 되는 것 같다.

홀로 걷고 있을 때 마주치게 되는 유럽인들이 항상 먼저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이렇게 소리친다.

“사진 찍자!(Take a Photo!)”

 

▶ 힘들어 죽겠는데…눈물이 글썽

 800km를 걸어야 하는 까미노 프란체스는 쉬운 길은 아니다.

그만큼 각오도 필요하다.

어깨는 떨어 질 듯 아파 오고, 도저히 걷지 못할 물집의 고통이 엄습해 온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음 날이 되면 또 다시 걷고 있는 내 자신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순례길을 걷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면 나는 주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떠나라! 그대의 걱정 만큼 기쁨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도시 팜플로냐로 들어가 전 사발디카라는 마을이 있다.

다음은 사발디카의 성 스테파노 성당에 들어가면 놓여있는 ‘순례자의 행복’이라는 내용이다.

왠지 예수의 진복 8단 닮아있다.

 

순례자의 행복들(The Beatitude of the Pilgrim)

 

1. 행복하여라. 순례의 길이 눈을 열게 하여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례자여.

2. 행복하여라.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에 마음을 두는 순례자여.

3. 행복하여라. 길을 명상할 때, 그 길이 수 많은 이름들과 여명으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는 순례자여.

4. 행복하여라. 진정한 길은 그것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례자여.

5. 행복하여라. 배낭은 비어 있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느낌들과 벅찬 감동으로 가득해진 순례자여.

6. 행복하여라. 옆에 있는 것을 돌아보지 못하고 혼자서 백 걸음 앞서 나가는 것보다는 한 걸음 뒤로 가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훨씬 더 가치롭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례자여.

7. 행복하여라. 당신이 길을 벗어나거나 빗나간 것에도 놀라워하며 그 모든 것에 감사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례자여.

8. 행복하여라, 순례자여. 당신이 만일 진리를 찾고 있고, 그 길에서 생명을 만들며, 자신의 삶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결국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면.

9. 행복하여라, 순례자여. 당신이 이 길에서 참된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서둘지 않고 충분히 머물면서 마음속에 그 이미지를 잘 간직할 수 있다면.

10. 순례자여, 이 길이 큰 침묵을 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침묵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대는 정녕 행복하여라!

 

 순례를 시작한지 4일정도 지나면 이 글을 만나게 된다.

 이 시간이 되면 몸이 아파 와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는지 한심하는 상념이 스며드는 때다. 

 그 당시 글을 읽을 때 왜 그렇게 서글프고, 눈물이 핑 돌던지! 그리고 그래 가자!라는 결심이 새로 섰다.

 지금도 이 글을 읽으니 그 때의 느낌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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